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반 페니 왕 이야기

백련암 2008. 3. 21. 14:42

 

반 페니 왕 이야기

 

 

오랫동안 인류는 사랑스럽지 않은 것을 사랑스럽다고 믿고 갈구해 왔으며,

 

불행을 행복이라 믿고 갈구해 왔으며, 무상한 것을 항상한 것으로 믿고 갈구해 왔으며,

 

자아가 아닌 것을 자아로 믿고 갈구해 왔다.


생의 실상에 대해 이처럼 전도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갈애가 자라난다.

 

"무지한 사람의 갈애는 넝쿨처럼 자라난다."는 말의 생의 참된 실상을 알기 위해

 

고통을 치루어 보지 못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며, 

 

"그런 사람은 숲속의 원숭이처럼 과실을 구하여 이리 저리로 뛰어 다니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보지 못한 범부들일수록 이 갈애의 문제는 극히 심각하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서 갈애를 종식시킬 올바른 지혜가 싹트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처럼 생각될 때도 많다.

 

그렇지만 바르게 지도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일지라도 전생에 닦은 선한 업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받아,

 

다음 얘기가 보여 주듯이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바꾸게 되는 수가 있다.

 

 

 

먼 옛날 한 노동자가 베나레스의 북문 곁에 살고 있었다.

 

그는 남의 집에 물을 길러다 주고 모은 돈 반페니  를 성문에서 가까운 외성(外城)의

 

벽틈 기와쪽 밑에다 감추어 두었다.

 

그는 물지게꾼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면서 도시의 남문에 살고 있는 한 가난한 여인과

 

가끔 어울려 살았다.

 

 하루는 여자가 그에게 "오늘은 시내에서 축제가 열려요.

 

당신이 돈만 있다면 가서 즐길 수 있을 텐데." 하고 말했다.


"돈이야 있지" 그가 말했다.


"얼마나요?"


"반 페니."


"어디에 있어요?"


"여기서 열두 요자나 
 떨어진 북쪽 외성의 한 기와짝 밑에 나의 전재산이 있지.

 

당신도 혹시 돈이 있소?"


"있고 말고요" 여자가 말했다.


"얼마나?"


"반 페니"


"그럼 당신의 반 페니와 나의 반 페니를 합치면 우리는 한 페니를 가졌구려.

 

한 페니면 화환도 사고, 향수도 사고, 술도 미시고, 오락도 즐길 수 있겠네요"


"가서 그 반 페니를 가져 와요" 여자가 말했다.


"여보, 걱정말아요. 내가 가서 가져 오리다."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 신바람이 나서 자기 보물을 가질러 갔다.

 

그의 가슴은 여자와 즐길 생각으로 마냥 부풀어 있었다.

 

코끼리처럼 튼튼한 그 노동자는 육 요자나를 단숨에 걸어버려 정오에는 임금의 궁성 옆길

 

을 지나고 있었다.

 

대낮의 대지는 뜨겁게 달구어져 그가 디디고 가는 모래 바닥은 불길만 치솟지 않았다

 

뿐이지 마치 이글거리는 석탄불을 깔아 놓은 것 같았다.

 

그런 길을 이 사내는 음탕한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며 가고 있었는데

 

그 몰골을 볼라치면 더러운 옷은 마치 넝마같이 헤어졌고 그런 주제에도 장식이랍시고

 

종려나무 잎을 둘둘 말아서 양쪽 귀에 꽂고 있었다.

 

그때, 베나레스의 임금은 바로 보살(석가모니의 전생몸)이었으며 이름은 우다야였다.

 

마침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바람을 쐬고 있던 우다야 왕의 눈에 이 노동자의 모습이

 

띄게 되었다.

 

왕은'이상한 모양새를 한 채 급하게 걸어가고 있는 저 사람의 용무는 무엇일까'하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래서 왕은 그를 왕궁 안으로 데리고 오게 하여 물었다.

 

"대지는 활활 불타는 석탄으로 변하고 땅바닥은 불붙은 숯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너는 음탕한 노랫가락을 부르고 있다.

 

뜨거운 열기가 너에게는 아랑곳 없다는 말이냐?  

 

위로는 태양이 이글거리고 아래로는 모래 바닥이 화끈거린다.

 

런데도 너는 너절한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고 있으니.

 

도대체 뜨거운 열기가 너를 태우지도 않는다는 말이냐?"

 

"예 전하. 열기 따위는 저를 태울 수 없습니다. 욕망이 저는 태웁니다.

 

열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그 많은 일들, 그것들이 저를 태웁니다.

 

바깥 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임금님에게 자기의 용건을 알려 주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여자가 저를 이 길로 내 보내며 한 말, '가서 반 페니를 가져와요.

 

그래서 우리 둘이 즐깁시다'는 말이 저의 가슴에서 사라지질 않습니다.

 

그 말을 되새길수록 욕정의 불이 저를 태웁니다."

 

"그렇지만 이 뜨거운 날씨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기에 그렇게 음탕한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며 걸어간다는 말인가?"


"전하, 다름 아니옵고 돈을 가져가면 그녀와 즐길 수 있으리라는 그 생각이 저를 흐뭇하게

 

하여 노래를 절로 나온 것이옵니다."

 

"네가 북문에 감춰두었다는 보물은 한 라크 쯤 되느냐?"

"아닙니다. 전하."

 

"그럼 반 라크쯤 된다는 말이냐?"

"아닙니다. 폐하."

 

이렇게 묻고 또 물어서 마침내 그 사내의 보물이 겨우 반 페니란 것을 알게 된

 

왕이 이렇게 말했다.

 

"좋아. 이 사람아, 이런 더운 때에 거기까지 갈 것 없네. 내가 반 페니를 주지."

 

그러자 사내는 왕의 반 페니와 외성 벽 기와 밑의 반 페니를 다 가지고 싶어했다.

 

사내의 걸음을 멈추어 주려고 금액을 점점 올리다 보니 무려 1 크로아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그는 반 페니를 가지러 가는 걸음을 그만 두려하지 않았다.

 

마침내 왕은 그 사람에게 베나레스의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노동자는 비로소 북문을

 

가는 걸음을 멈추기로 동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베나레스를 반 분 할 때에도 그는 반 페니를 감추어 둔 북쪽 땅을 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노동자는 '반 페니 임금`이란 별명으로 불러지게 되었다.

 

하루는 두 임금이 어떤 공원엘 갔다.

 

거기서 한참 즐기다가 우다야 왕은 반 페니 왕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우다야왕이 자고 있을 때. '반 페니 왕`은 생각했다.  

 

'왜 나는 우다야 왕을 죽이고 베나레스 전체의 왕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인가?` 

 

그러자 자책감이 금방 '반 페니 왕`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우다야 왕을 깨우고 방금 자신의 마음을 가로 질러간 불칙한 생각을 고백했다.

 

우다야 왕은 '반 페니 왕`에게 전 베나레스를 내어 주고 '반 페니 왕'의 부왕이 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반 페니 왕`은 말했다. "저는 왕국이 소용 없습니다. 전하,

 

전하의 왕국을 도로 거두십시오. 저는 출가 하겠습니다.

 

저는 욕망의 뿌리를 보았습니다. 그 뿌리에 대한 생각 때문에 세속의 욕망은 자라납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세속적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읊었다.

 

"욕망이여, 나는 그대의 뿌리를 보았노라.

 

그대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제 나는 그대에게 생각을 주지 않을 것이며,

 

그대도 내 속에 자리할 수 없을 것이다.

 

작은 욕망으론 만족할 수 없고 큰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어리석고 쓸데없는 욕망을꿰뚫어 보아야 할 것이다."

 

'반 페니 왕`이 되었던 그 노동자는 속세를 버리고 정진에 힘쓴 끝에 마침내

 

연각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