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진묵대사의 일화모음제 3장

백련암 2008. 4. 2. 00:02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진묵대사의 일화모음제 3장

 

 

열한번째 이야기

 

하루는 대사가 길을 가는 도중에 시냇가에서 고기잡는 소년들을 발견했다.

마침 아이들은 고기를 잡아 그것으로 추어탕을 만들고 있었다.

냄비에서는 구수한 냄새를 풍기면 추어탕이 끓고 있었다.

 

대사가 가까이 가서 한 소년에게 물었다.

그것이 무엇이냐?

소년이 대답했다.

추어탕입니다, 스님.

대사가 탄식을 하면 말했다.

이 가엾은 물고기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괜스레 화탕지옥의 고통을 받는구나, 쯧쯧.

 

한 소년이 물었다.

스님, 한 그릇  떠 드릴까요?

음, 그거 좋지. 나도 잘 먹느니라.

그럼, 한 그릇 드릴 테니 다 드십시오. 저희들 무안하게 하시지 마시고요.

 

대사가 추어탕을 맛있게 들자 한 소년이 대뜸 말했다.

부처님께서 살생하지 말라 하셨지요, 스님?

그러셨느니라.

그런데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고깃국을 드십니까?

이는 불살생의 계를 범한 것이 아닙니까?

소년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대사가 말했다.

살생은 너희가 했지. 나는 먹기만 했느니라.

그러나 나는 너희들이 죽인 고기들을 죄다 살려 줄 수 있느니라.

소년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한 번 보여 주시지요.

그렇게만 하시면 저희들이 스님을 믿고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대사는 그러마 대답을 하고 물을 등지고 앉아 배설을 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대사의 배설물은 모두 물고기로 변하여 기세좋게 물결을 헤치고 헤엄쳐 갔다.

 

대사가 물고기들을 보고 말했다.

이 놈의 물고기들아, 지금부터는 멀리 강이나 바다로 나가놀아라.

그리고 낚싯밥을 물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까딱하면 다시 화탕지옥의 고통을 받게 되느니라. 알겠느냐?

대사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꼬리를 한 번씩 툭툭 치고는 물곳으로 사라졌다.

소년들도 대사의 일거일동을 주시하고는 감탄하면서

낚시와 그물을 걷어 올렸다.

 

열두번째 이야기

 

전주 대원사에 주석하고 있을 때였다.

대사는 공양  때마다 밀기울을 물에 타 마시곤 했다.

대중스님들은 먹지 않았다.

밋밋하고 맛이 없었기때문이었다.

특별히 양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었지만, 

하여간 대중스님네는 밀기울 먹기를 꺼려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아직 공양은 준비되지 않았고 때는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나있었다.

대사가 선정에 들어 법희선열의 기쁨을 즐기고 있은데 갑자기

공중에서 웬 스님이 발우를 가지고 내려왔다.

발우에는 흰 쌀밥이 가득 담겨 있었다.

대사가 말했다.

공양만 보냈으면 되었지,

무엇하러 번거롭게 친히 왔는가?

그 스님이 대답하였다.

소승은 현재 해남의 대둔사에 머물고 있습니다.

마침 점심공양때라 식사를 하려고 발우에 밥을 받았는데

갑자기 발우가 공중으로 뜨는게 아니겠습니까?  해서 발우를 붙잡았는데

저도 모르게 어떤 신력에 의해 여기까지 날아온 것입니다.

 

대사가 공양을 청하게 된 까닭을 말하자 그 스님은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큰스님께서 드시는 공양은 앞으로 제가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겠는가?

소승은 영광이옵지요.

그스님은 대사에게 예배하고 대사의 공양이 끝나기를 기다려 발우를 드니

삽시간에 다시 대둔사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일이 있은 후 4년 동안 해남의 대둔사와 전주의 대원사를 공양발우가 오가곤 했다.

 

대사가 대중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이 밥투정을 한 과보로써 이 절은 앞으로 7 대에 걸쳐 가난한 재앙을 면치 못할것이다.

과연 대사의 말대로 대원사는 지금까지도 신도들의 발길이 끊어져 가난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