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에 ‘일등의 고뇌’에 대한 재미난 일화가 나온다.
열심히 정진하던 납자가 연못가로 포행을 나왔다. 마침 연꽃향기가 가득했다. 자기도 모르게 향에 취해 코를 큼큼거리며 취했다.
그러자 희고 긴 수염을 가진 하신(荷神)이 나타나 ‘향기를 훔친 도둑놈’이라는 일갈을 했다. 좀 억울했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 후 모든 행동이 머트러운 땡초가 나타나 연못 속으로 들어가더니 연꽃을 꺾어 물 밖으로 나와 코끝에 대고 벌름거리는 것이였다.
그런데 하신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 볼 뿐이였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받은 꾸중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생각에 항의했다.
하지만
‘너무 나쁜 놈이라 혼낼 가치조차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등납자는 주변의 기대감 때문에 사소한 것일지라도 항상 손해보기 마련이다.
원철스님/불교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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