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과 영혼의 말씀

일등의 고뇌

백련암 2008. 8. 16. 21:48

 

 

   율장에
  ‘일등의 고뇌’에 대한 재미난 일화가 나온다.

  열심히 정진하던 납자가 연못가로 포행을 나왔다.
  마침 연꽃향기가 가득했다.
  자기도 모르게 향에 취해 코를 큼큼거리며 취했다.

  그러자 희고 긴 수염을 가진 하신(荷神)이 나타나
  ‘향기를 훔친 도둑놈’이라는 일갈을 했다.
  좀 억울했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 후 모든 행동이
  머트러운 땡초가 나타나 연못 속으로 들어가더니
  연꽃을 꺾어
  물 밖으로 나와 코끝에 대고 벌름거리는 것이였다.

  그런데 하신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 볼 뿐이였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받은 꾸중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생각에 항의했다.

  하지만

  ‘너무 나쁜 놈이라 혼낼 가치조차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등납자는
  주변의 기대감 때문에 사소한 것일지라도 항상 손해보기
  마련이다.

  원철스님/불교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