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부여 부소산성 내 고란사약수

백련암 2009. 11. 11. 00:09

부여 부소산성 내 고란사약수

고란사 약수




고란사 약수

고란사 법당 뒷편에 위치한 고란정 건물. 고란정 뒷편 바위틈에 자생하는 고란초.

 

한번 마시면 3년 젊어지는 신비의 우물물

 

너무 많이 마신 할아버지 어린아이로 변해 할머니가 키워 백제 최고 관직 ‘좌평’올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산 1번지 부소산성에 위치한 고란사(皐蘭寺).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98호인 고란사는 전통사찰로

창건연대는 정확하지 않다.

 

혹자는 백제 제17대 왕인 아신왕 때 창건되었다고 하고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3천궁녀의 넋을 달래기 위해 고려시대 때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고란사는 또한 ‘불로장생초’로 알려진 고란초로도 유명하다. 백제 임금이 고란사 약수를 마실 때 물에 띄워 마셨다는 고란초(皐蘭草)가

자라는 곳은 고란사 법당 뒤편 바위틈의 고란정(皐蘭井) 주변이다. 고란사라는 이름도 고란초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마시면 젊어진다는 고란사 약수와 고란초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득한 옛날 부여의 ‘소부리’라는 마을에 금실 좋은 노(老) 부부가 살고 있었다.

평생 남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아 나라 법 없이도 잘 살아온 이들 부부에게는 딱 한 가지 아쉬운 일이 있었다.

일찍 혼인한 부부였지만 나이가 들어도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것이다.

 

“여보, 우리 부부는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한 세상을 잘 살아왔소. 그런데 우리에게는 대를 이을 자식이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오.”

 

이들 부부는 언제나 마음속으로 ‘우리도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면 점지해 달라’고 천지신명에게 기도했다.

 

특히 할머니는 아침 저녁으로 부엌에 ‘정화수(井華水)’를 떠 놓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천지신명님, 저희 부부는 비록 늙었지만 회춘해 자식을 갖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100일이 가고 1000일이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동네 우물에 물을 길으러 갔다가

그곳에서 나누는 여인들의 대화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소식을 들었다.

 

“저기 말이야. 일산(日山, 현재의 금성산)에 가면 유명한 도사님이 있데.

그런데 그 도사님은 나이가 든 사람들도 아이를 낳게 해 줄 수 있는 비법(秘法)을 가지고 있데.”

눈이 번쩍 뜨인 할머니는 그 아주머니에게 되물었다. “이보게, 정말 일산에 계신 도사님이 그런 비방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렇다니까요.

 

벌써 도사님이 일러 준 비방으로 자식을 낳은 부부는 수 십 쌍이 넘었대요.”

화급히 집으로 돌아 온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우물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말했다.

“여보 할아범. 우리도 어쩌면 자식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소.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 보세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우리같이 늙은이가 어떻게 자식을 얻을 수가 있다구.”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자 할머니는 차근차근 일산에 사는 도사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마음도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말을 끝낼 때가 되자 할아버지의 얼굴에도 희색이 돌았다. 이윽고 할머니가 말했다.

“영감, 그러니 내가 속는 셈치고 일산에 한번 다녀오리다.”

“알았소 할멈. 그렇게 하세요.”


다음날 날이 밝자 할머니는 걸망에 복채를 든든히 챙겨 일산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동네 여인들이 일러준대로 찾아가보니

허름한 토굴이 있었고 그 안에 하얀 턱수염을 길게 늘여 뜨린 도사가 삼매에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다짜고짜 그 도사 앞에 엎드려 자신의 사연을 알렸다.

 

“도사님, 저는 이 산 아래 소부리라는 마을에 사는 사람인데 이 나이가 되도록 자식 한명도 가지지 못해 애를 태웠습니다.

저희 부부를 어여삐 여기시고 아들 한 명만 점지해 주십시오.”

 

그러자 도사는 이미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눈을 지긋이 뜨면서 일러 주었다. “당신 노부부의 지극한 정성을 나는 익히 알고 있소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당신과 당신 남편은 젊음을 회복해 자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할머니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도사가 하는 말을 마음에 새겼다.

 

“내일 새벽 날이 밝거든 당신 영감을 부소산성 강가 바위틈으로 가게 하세요.

거기에 가면 신비한 약초가 너울거리고 그 틈에서  신비한 약수가 나올 것이오.

 

그 약수는 한번 마시면 3년씩 젊어지니 영감에게 그 사실을 차근차근 일러 주고 마시게 하시오.

그리고 그 물을 떠 와서 할멈도 마시면 모두가 회춘해서 자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세상에서 가장 기쁜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가지고 간 복채를 통째로 던져주고 집으로 내달렸다.

집에 도착한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이 소식을 전해 주었다.

 

“여보, 우리도 아이를 가질 수가 있대요.

내일 아침 당신이 부소산성 강가 바위틈으로 가서 약초 사이에서 나오는 물을 실컷  마시고 내려오세요.

그리고 저도 마실 수 있도록 떠 오시구요.”

“내 당신 말대로 하리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날이 밝자 할아버지는 일찌감치 채비를 하고 부소산으로 향했다. 할아버지가 떠난 지 한나절이 되어도 소식이 없었다.

저녁때가 되어서도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미 올 시간이 됐는데 왜 돌아오시지 않을까?”  걱정이 된 할머니는 밤이 되자 횃불을 들고 부소산으로 향했다.

“여~보, 여~보. 어디에 계시는 거예요.”  하지만 산에는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할머니는 더욱 걱정이 되어 산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데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산중에 무슨 아기소리지?” 할머니는 그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찾아가 보았다.

 

그곳은 부소산 바위틈으로 신비한 약초사이에 물이 졸졸졸 나오고 있었다.  순간 할머니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럴 수가!”


할머니 앞에 누워 있는 아기의 몸에 할아버지의 옷이 걸쳐져 있었던 것이다.

땅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할머니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여보,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한번 마시면 3년 젊어진다는 말을 못했어요.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이렇게 많이 약수를 마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어요.”

 

조심스럽게 아기를 업고 내려온 할머니는 자신도 약수를 적당히 마시고 젊음을 회복한 뒤 아기가 된 남편을 키워

백제시대의 최고 벼슬인 좌평에까지 오르게 했다고 한다.

 

최근 고란사에는 혜광스님이 부임해 사격을 일신했다.

 

고란사로 들어오는 나룻터 입구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안내소를 건립했다. 그리고 법당 뒤편에  삼성각을 정비했다.

 

스님의 남은 원력은 고란정 우물을 정비해 사찰을 찾는 많은 순례객들에게 ‘젊어지는 약수’의 맛을 많이 체험할 수 있는 불사를 할 계획이다.

 그래서 그와 연관된 행사를 추진하는 한편, 고란사를 템플스테이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머지않아 고란사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고란정의 우물로 차 한잔을 마시며 부여 8경중 4개의 경치(부소산에 내리는 부슬비,

고란사 풍경소리, 낙화암 소쩍새소리, 백마강에 젖어드는 달빛)를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올 듯 싶다.

 

*부여=여태동 기자      *이시영 충남지사장

 

찾아가는 길  

1) 서울에서 갈 때는 경부 고속도로를 거쳐 천안-논산 간 민자고속도로를 탄다. 남 공주 나들목에서 나와 부여 쪽으로 들어온다.

 

2)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부여터미널까지 와서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기본요금 2000원.

 

3) 백마강과 낙화암, 고란사 전경을 구경하려 하면 구루래 나룻터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면 된다.

    왕복 5500원.(041)835-2062

 

참고 및 도움  

<부여군지> 고란사 안내판, 고란사 주지 혜광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