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 있는 그곳

풀꽃을 노래 함 / 홍수희

백련암 2013. 5. 7. 16:35

풀꽃을 노래함

보십시오
풀꽃이 피었습니다

눈꽃처럼
하얗게 피었습니다

뛰밥처럼
서럽게 피었습니다

늙으신 어머니
속곳처럼

이름 모를 풀꽃이
찡하니 피었습니다.

아침마다 지나는
무덤 위에도

어디서 그 꽃씨
날아왔는지

풀꽃, 제 먼저
흔들리다간

흔들리는 나를 향해
허리가 아프도록

웃자, 함께 부시도록
웃기로하자

조그맣게 속삭입니다.
언제 많이도 살아냈는지

아아 휘영청, 풀꽃은
벌써 어른입니다.

<홍수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