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없애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나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혀서 정작 만들어야 할 것을 만들지 못하고
이루어야 할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맷돌처럼 나를 갈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의 마음과 부처님의 마음, 내 이웃의 마음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마음을 그림에 담아
세상 곳곳에 나누어 간직할 수 있기를 갈망하고 기원합니다."
무념무상 우주가 흘러갔다.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었던 그 적막 속에서 그는 오랫동안 강물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출가했다. 열일곱살 때였다.
그리움을 그리는 것이 '그림'이라는 수안 스님은 아직은 그리움이 남아있고 해야 할 말이 있기에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파란 하늘에 점 하나 찍으니 향기롭습니다.
부드럽게 흙 만지면서 사람이 사람과 더블어 산다는 것 참된 행복입니다.
행복 / 수안스님
“내 그림이 애들 밥이 된다니 더 열심히 그리는 수밖에요. 얼마나 좋아요. '참 좋다, 정말 좋구나'이런 글을 그림 옆에 쓰는 건 할일이 많아서 너무너무 좋다는 얘기입니다."
그림 앞에서 펑펑 우는 할머니 때문에 수안 스님도 붙잡고 울 때가 있다. "할머니, 울기는 왜 우소?" 물었더니 "스님 그림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한다.
“도 닦는 게 따로 있나. 나한테 그림 배우겠다고 온 아일랜드 화가가 있었는데 1년쯤 먹 갈고 원만 그리다가 갔어요. 마음이 어수선하면 아무 종이나 놓고 원을 그려보세요. 사람살이란 게 원형이구나 느껴져요. 둥글게 둥글게…"
여보게 벗
茶나 머금세 / 수안스님
어린 시절 진주 남강에서 헤엄치며 놀 때, 어느 날 그는 모래밭에 쪼그리고 앉아 한없이 모래탑을 쌓았다. 학교에 낼 공납금을 타러 가는 길이었는데 집에는 돈이 없었다. 키만큼 쌓았던 모래탑이 물기가 빠져 스르르 무너지면 저쪽에 쌓고, 그게 무너지면 또다른 쪽에 쌓으며 하루를 보냈다.
산에서 홀로 수행할 때 가끔씩 그리움에 사무칠 때가 있다. 움직이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아무 것이라도 움직이는 게 나타나면, 말할 수 없는 반가움과 기쁨에 젖어든다.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다람쥐 소리, 늑대의 울음소리,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그때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구름 한 점의 움직임, 바람의 숨결, 낙엽 밟는 짐승의 발자국 소리... 아, 비로소 내가 살아 있는 것이구나, 세상이 여전히 흘러가고 있구나, 하고 확인하는 순간의 감격은 그리운 이를 만나는 환희나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참 좋다, 정말 좋구나 / 수안 스님
“안 갈면 송장이지. 난 바랑을 걸머지면서 나를 부수어야겠다고 다짐한 걸. 산에서 이름 없는 풀들 그저 들여다보는 일도, 흙 만지고 돌 주무르며 노는 일도 다 나를 부수는 과정이에요. 그림 그리고 전각 하는 것도 다 무(無)로 돌아가는 맷돌질이고. 자기 이름도 잊을 정도로 갈고 갈아야지."
무엇인가 혼란스럽고 모호할때는
“스님, 니 몇살이고?" "니는 몇살이냐?" "나? 나는 다섯살이다." "그래? 나도 다섯살이지." 그가 가는 맷돌 소리가 들린다.
- 詩·禪·부처님말씀 그리고 大願이… -
고행 이겨낸 의지 담은 이국적 풍경속 수선화 초가집 둥그런 지붕은 한국인의 심성 닮았다 어머니는 영원한 고향 부처님은 중생의 어머니 삼천년만에 피는 꽃 우담바라 활짝 폈네
◇기도로 갈고 닦은 수행에서 나온 그림이 수안스님의 선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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