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늪 늪을 지키고 섰는 저 수양버들에는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 소금쟁이 같은 것, 물장군 같은 것, 거머리 같은 것 개밥 순채 물달개비 같은 것에도 저마다 하나씩 슬픈 이야기가 있다. 산도 운다는 푸른 달밤이면 나는 그들의 슬픈 혼령을 본다. 갈대가 가늘게 몸을 흔들고 온 늪이 소리.. 詩 가 있는 그곳 2014.01.03
꽃의 소묘(素描) 꽃의 소묘(素描) 꽃이여, 네가 입김으로 대낮에 불을 밝히면 환희 금빛으로 열리는 가장자리, 빛깔이며 향기며 화분(花紛)이며... 나비며 나비며 축제의 날은 그러나 먼 추억으로서만 온다. 나의 추억 위에는 꽃이여, 네가 머금은 이슬의 한 방울이 떨어진다. 사랑의 불 속에서도 나는 외롭.. 詩 가 있는 그곳 2014.01.03
구름과 장미/ 김 춘수 구름과 장미 저마다 사람은 임을 가졌으나 임은 구름과 장미되어 오는 것 눈 뜨면 물 위에 구름을 담아 보곤 밤엔 뜰 장미와 마주 앉아 울었노니 참으로 뉘가 보았으랴? 하염없는 날일수록 하늘만 하였지만 임은 구름과 장미 되어 오는 것 =김 춘수= 詩 가 있는 그곳 2014.01.03
누가 그랬다. -이 석희- "누가 그랬다. -이 석희- 누가 그랬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고 가끔은 이성과 냉정 사이 미숙한 감정이 터질 것 같아 가슴 조일 때도 있고 감추어둔 감성이 하찮은 갈등에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쁜 숨을 쉬기도 한다. 특별한 조화의 완벽한 인생 화려한 미래 .. 詩 가 있는 그곳 2014.01.03
꽃 /김춘수 꽃 내가 그대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대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 詩 가 있는 그곳 2013.11.07
가을 저녁의 시 / 김 춘수 ♠가을 저녁의 시 누가 죽어 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 詩 가 있는 그곳 2013.11.07
흔들리는 꽃/ 도종환,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이현주 목사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흘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적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바람으로 피었다가 바람으로 지리라. 누가 일부러 다가와허리 굽혀 향기를 맡아준다면 고맙고황혼의 어두운 산그늘만이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어도 또한 고맙다.홀로 있으면 향기는 더욱 맵고외로움으로 꽃잎은 더욱 곱다. 하늘 아래 있어 새벽 이슬 받고땅의 심장에 뿌리 박아 숨을 쉬니다시 더 무.. 詩 가 있는 그곳 2013.05.07
들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들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들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옭아매던 것들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다. 숲 향기를 온몸에 받으며 들꽃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맑아졌다는 것이다. 늘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 얽매이게 되는 것.. 詩 가 있는 그곳 2013.05.07
풀꽃을 노래 함 / 홍수희 풀꽃을 노래함 보십시오 풀꽃이 피었습니다 눈꽃처럼 하얗게 피었습니다 뛰밥처럼 서럽게 피었습니다 늙으신 어머니 속곳처럼 이름 모를 풀꽃이 찡하니 피었습니다. 아침마다 지나는 무덤 위에도 어디서 그 꽃씨 날아왔는지 풀꽃, 제 먼저 흔들리다간 흔들리는 나를 향해 허리가 아프도.. 詩 가 있는 그곳 2013.05.07
生이란 生이란 타박 타박 들길을 간다. 자갈밭 틈새 호울로 타오르는 들꽃 같은 것, 절뚝절뚝 사막을 걷는다. 모래바람 흐린 허공에 살풋 내비치는 별빛 같은 것, 헤적헤적 강을 건넌다. 안개, 물안개, 갈대가 서걱인다. 대안(對岸)에 버려야 할 뗏목 같은 것, 쉬엄쉬엄 고개를 오른다. 영(嶺) 너머 .. 詩 가 있는 그곳 201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