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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할머니

백련암 2008. 2. 16. 13:30

 

할아버지와 할머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있었다.
할머니가 너무 힘이 드신지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영감~ 나 좀 업어줘!"
할아버지도 무지 힘들었지만
남자체면에 할 수 없이 업었다.
그런데 할머니 얄밉게 묻는다.
"무거워?"
그러자 할아버지 담담힌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 무겁지! 얼굴은 철판이지, 머리는 돌이지,
간은 부었지, 많이 무겁지!"
잠시뒤 할머니를 내려놓고 둘이 걷다가
너무지친 할아버지가 말했다.
"할멈, 나도 좀 업어줘!" 기가 막힌 할머니,
그래도 할 수 없이 할아버지를 업는다.
이때 할아버지가 약 올리는 목소리로
"그래도 생각보다 가볍지?"라고 물었다.
할머니가 찬찬히 자상한 목소리로
입가에 미소까지 띄우며 대답했다.
"그럼 가볍지. 머리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 갔지,
양심 없지, 싸가지 없지, 너무 가볍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