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 있는 그곳

꽃 상여

백련암 2008. 3. 12. 01:36

 

꽃 상여

                                    抱山 곽대근

삼십년이 넘은
허름한 새마을회관 옆 공터에는
마을 사람들이 새벽부터
장작불을 피워가며
상여에 꽃을 달고 있었다

벼 그루터기는
가을이 가고 남은 빈자리를
메워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불에 타는 장작연기를 바라보며
망자의 가는 길에 눈물을 보여준다

좁은 마을길을 지나 산을 넘자
일곱 마지기 논바닥이 보이고
북망산으로 가는 논주인을 아는지
상여꾼은 상여를 내려놓고
맏 상주와 함께 논바닥을 걸어보게 한다

상주가 입은 누런 상복에
가을이 떨어지고
빈들에는 들국이 지고 있었다

시집 [간이역] 중에서

'詩 가 있는 그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나가는 사랑에게...  (0) 2008.03.21
외로울 때가 있다  (0) 2008.03.21
  (0) 2008.03.10
[스크랩] 봄일기  (0) 2008.02.23
[스크랩]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0) 2008.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