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

아지랑이 /무산 조오현

백련암 2008. 6. 26. 01:52

*아지랑이*


나아갈 길이 없다

물서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떨어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 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나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수상작 아지랑이는 죽음을 앞두고 걸어온 삶을 반추하며 웅숭깊은 삶의 통찰고 인식을 담아내고 있다.

"얼마전 부터 '나도 이제 죽을 때가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육개월간 밥은 거의 안 먹고 죽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아지랑이' 를 붙들고 살았다는

회한에 사무치게 된 것이지요."

 

막상 삶의 정점, 꼭대기에 올라 섰다고 생각하고 내려댜 보내 물러설 곳도 , 옆으로 갈 곳도 없는,

생사의 백척간두 위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곧 죽을 마당에 돈이고 명예고 직위고 모든 것이  실체가 없는 "아지랑이" 를 좇아

애면글면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우스웠습니다. 

그러니까 칠십 평생을 허상을 붙들고 마치 그 속에 진리나 있는 것 처럼

살아왔다는게 후회 스러웠다는 것이다.

 

*시조 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제 16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무산 조오현 시인은

말과 글을 버려야 하는 스님이 시를 써서 상을 받는 다는게 부끄럽다며 겸사의 말부터 꺼냈다.

1978년 첫시집으로 심우도(尋牛圖)를 상재한 이후 30년 가까이 절필 하다시피하다가

2007년 이번 수상작 '아지랑이' 가 실린 시집 '아득산 성자' 등 겨우 두권의 시집을 내는데 그쳤다.

 

*바탕화면은 13년된 행운목에서 꽃이 피었습니다. 향기가 장난이 아님니다.

낮에는 꽃이 오므라 들었다가 해가 떨어지면(오후 6시쯤부터)

꽃잎이 벌어지면서 향기가 온 집안을 뒤덮습니다

어떤 좋은일이 있을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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