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과 영혼의 말씀

[스크랩] 경허 스님과 박태평 거사의 문답

백련암 2008. 1. 9. 12:59


공주 계룡산에 박태평이라는 거사가 있었는데 그는 거사라도 글이 문장이요 일찌기 불법에 뜻을 두어서 경전도 많이 보고 참선도 많이 하여 선지에도 조예가 깊은 불자였다. 그가 경허스님이 충남 서산군 부석사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찾아갔다. 그것은 스님의 성화가 높이 난 것을 듣고 한 번 선문답을 해보려고 간 것이다.  거사가 스님에게 여쭙기를,

   "어떠한 것이 조사의 서래의 뜻입니까?" (조사스님이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

하였다. 선사도 거사의 이름을 듣고 한 번 만나보려던 차에 잘 되엇다고 생각하고 보통 문답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거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장자를 들어서 거사를 때렸다. 그랬더니 거사가 말하되 때리기는 마음대로 때리시요마는(打則任打)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와는 틀린 수작입니다.(違祖師西來意) 한다. 그래서 경허스님이 말씀하시되,

   "그렇다면 어떠한 것이 조사의 서래의 인가?"

하고 반문하였더니, 거사가 그 주장자를 들어서 스님을 때렸다. 선사는 허허 웃으시면서, '사자는 저를 때린 사람을 무는 법인데 개는 때린  흙덩이를 쫓아가나니라.'(獅子咬人 韓盧逐塊)하셨더니 태평거사가 일어나서

   "스님의 법은이 망극이로소이다."

하고 절을 하니 스님은 씽긋 웃으면서 조실방으로 말없이 들어가셨다.

 

   어느 날 시자가 물었다.

   "스님은 누구든지 곡차에 안주를 가지고 와야 설법을 하시고 그냥 와서 물으면 소나 닭 보듯이 아무 말씀도 않으시니 웬일이십니까?  스님께서도 선불이라야 설법을 하시고 외상설법을 아니 하시는 것입니까? "

   "에이, 이놈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자리는 본래구족(本來具足)하여 사람사람이 다 구족하게 갖고 있거늘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곡차나 주면 이것을 핑게하고 이소리 저소리 횡설수설하는 것이 아니냐?"

고 하시었다.                                                                                    (경허집)

출처 : 光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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