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받아들여라"
사람들은 절에 오며
좋은 일만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나쁜 일들은 부처님께서 다 거두어 주시고
늘 즐거운 일만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그건 아닙니다.
부처님 앞에서 당당해 져야 합니다.
떳떳해 져야 합니다.
'내가 지은 것 모두 내가 받겠습니다.' 하는 마음이
진실 된 수행자의 마음입니다.
즐거움도 괴로움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내 앞에 펼쳐진
일체의 모든 경계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다 이유가 있기에,
원인이 있기에 나온 것입니다.
짓지 않은 것은 절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안팎의 일체 모든 경계를
다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수행심입니다.
불교 교리 의 핵심을 연기법, 인과법이라 말합니다.
대승불교에서는 '공'이라 말합니다.
큰스님네들은 연기와 공을 실천키 위해
'마음 을 비워라', '놓아라' 고 이야기 합니다.
어떻게 해야 연기, 공을 실천할 수 있고
어찌 해야 비울 수 있습니까?
모두를 버리고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진정 비우는 것인가요?
비운다는 것은,
공을 실천한다는 것은,
연기를 실천한다는 것은,
내 앞에 펼쳐진 일체 모든 경계를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지을 때는 선도 악도 모두 닥치는 대로 지어놓고
받을 때 되어선 좋은 것만 받겠다고 하니
중생심이란 얼마나 교활 합니까.
괴로움은 받기 싫은데
지어 놓았으니 지은대로 자꾸 나오게 되고
그걸 받지 않으려고 하니 괴로운 것입니다.
내 앞에서 당당해 지세요.
있는 그대로 모두를 받아들이세요.
나는 수행했으니,
나는 기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괴로움이 비켜갈 것이란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는 않으셨나요.
진정한 수행자라면
괴로움, 즐거움 이 모두를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당히 싸워 몽땅 녹일 수 있어야 합니다.
기도, 수행 많이 한다고
괴로움이 비켜가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수행심으로 괴로움에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괴로움 없는 이가 아니라
괴로움에 얽매이지 않는 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괴로움의 과보가 왔을 때
싫다고 비껴가면 그만인 듯 하지만
도리어 더 큰 과보가 되어 언젠가 내 앞을 가로막을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 법계의 이치입니다.
그렇기에
다 받아들이고
그 모든 경계를 다 녹여 내셔야 합니다.
내 안에서 다 녹여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용광로라고 하지 않던가요.
그 어떤 경계일지라도 나의 참생명 주인공 속에
몰록 놓고 나면 다 녹아들게 되어 있습니다.
까짓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그 어떤 경계가 두려움을 몰고 온다 해도,
묵묵히 관찰하고
다 놓고,
다 비우고,
다 받아들이세요.
나의 참생명은
무엇이든 다 녹일 수 있는 부처님 이십니다.
/ 법상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