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개하는 얘기들은 팔리 경전에 대한 옛 주석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논서들은 서기 5세기 붓다고샤(覺音 또는 佛音)존자가 세일론(스리랑카)에서 편찬, 번역한 것이다.*
#밀라카 티싸가 아라한이 된 이야기 ~ 반페니왕 이야기까지임#
개운사<안암동>
밀라카 티싸가 아라한이 된 이야기
약 2000년 전 로하나국 수도 마하가마 근처에 사냥꾼 집안 출신의 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가멘다왈라 대사원 가까이에 있었다.
장성하자 그는 아내를 얻어 가정을 이루기로 작정했다.
숲속에 덫을 놓아 짐승을 잡고 고기를 내다 팔고 이익을 남기는 등 악착스레 일을 했다.
몇 년간 그는 정말 열심이었고, 덕분에 돈은 조금 벌었지만 장차
고(苦)를 겪게 될 업(業)은꽤나 많이 짓고 말았다.
어느 날 그는 숲에 들어갔다가 시장기가 돌자 여느 때처럼 덫에 걸린 사슴 한 마리를 죽여 고기를 구어 먹었다.
그러자 심한 갈증이 나서 물을 찾았으나 물이 없었다.
물을 찾다 보니 가멘다왈라 대사원까지 먼 길을 걸어 가게 되었다.
절에 도착하자 곧 바로 마실 물을 비치해 두는 곳으로 갔다.
언제나처럼 열 개의 차관(주전자)이 있었지만, 모두 물 한 방울 없이 텅텅비어 있었다.
잔뜩 목이 타던 판인지라 그는 조금 기분이 상해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잘들 하는군! 이렇게 많은 스님들이 살면서도 객에게는 물 한 방울도 안 주겠다는 거야?"
판다파티카 티싸 장로가 이 고함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나가 보니 차관 속에는 하나같이 물이 가득 차있지 않은가.
`이 사람이 산 채로 아귀가 되어가고 있군'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처사님, 갈증이 나시나본데 여기 물이 있으니 마시구료" 하며
그 중에 한 차관을 들어 젊은이의 손바닥에다 물을 따라 주었다.
젊은이가 물을 마시는 광경은 마치 벌겋게 달군 남비에 물을 붓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모든 차관이 바닥이 날 때까지 계속 마셔댔지만 갈증은 조금도 가셔지지 않았다.
젊은이를 전부터 알고 있던 장로가 말했다.
"보시오 젊은 처사, 당신은 벌써 반쯤 아귀가 되어 있오.
이게 전부 당신이 저지르고 있는 악업(惡業)탓이요.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요?"
젊은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로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걸어가는 동안 스님의 그 말이 가시가 되어 마음속에 깊이 파고 들었다.
홀연히 그는 자신이 해야할 바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돌아다니며 자기가 놓았던 덫을 하나하나 다 부수어 버렸다.
그런 다음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자기는 식구들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가족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다 해주었다.
또 그 동안 잡아서 우리에 가둬놓았던 사슴과 새들을 다 풀어주고 사냥에 쓰던 창을 꺾어 버린 다음 집을 떠났다.
젊은이는 곧장 대사원을 찾아가 자신을 사미로 받아달라고 간청했다.
앞서의 그 장로스님이 말했다.
"벗이여, 출가 생활은 무척 힘들다오. 그대가 과연 해낼 수 있겠소?"
그는 장로스님께
"이번 일은 장로스님께서도 보셨듯이, 달리 어쩔 수도 없는 일이 아니었습니까?" 라고 확고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장로는 그를 받아들이고 밀라카 티싸란 법명을 지어주었다.
장로스님은 이 신참 사미의 근기에 맞춰 신체의 각 부분을 수관(隨觀)하는 보편적 명상법을 일러주었다.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익히고 명상도 하고 또 절 생활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과 함께 경을 읽던 중 젊은이는 데바두타경(天使經:중부의 130번째 경)
의 아래와 같은 글귀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지옥의 옥졸들이 그를 대지옥으로 도로 던져넣었다.」
젊은이가 물었다.]
"스님, 정말 저승 옥졸들은 그 무시무시한 고통을 간신히 피해 나온 사람을 붙잡아서 도로
대지옥으로 던져 넣습니까?"
"그렇다. 그 모두가 오직 악업(惡業) 탓이지."
"지옥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습니까. 스님?"
"없다. 그렇지만 그 비슷한 것을 그대에게 보여주겠다."
장로는 사미들을 불러서 편편한 바위 위에 젖은 나무더미를 쌓도록 했다.
그런 다음 신통력으로 지옥에서 개똥벌레 크기 만한 불덩이를 끌어내서 젖은 나무더미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날름거리는 지옥불이 닿는 순간 불꽃이 일어나면서 그 젖은 나무더미는 일순간에 재로 변했다.
젊은이가 스님을 우러러 보면서 여쭈었다.
"스님, 불교에 들어가는 데는 몇 가지 문이 있습니까?"
"두 가지가 있다. 실참(實參)의 문과 경전 연구의 문이 그것이다."
"스님, 경전연구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미 고(苦)를 보고 있고, 따라서 신심이 마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로 하여금 실참의 문을 닦게 해 주십시오.
스님, 부디 저에게 맞는 명상 주제[念處]를 정해 주십시오."
장로는 그에게 해야 할 바 일을 모두 설명해 준 다음 사물의 진정한 본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선정을 닦는 방법을 설해 주면서 특정 명상 주제를 일러 주었다.
그 이후 그는 주로 칫타라파바타 사원, 가멘다왈라 사원, 카자라가마의 사원 등에
머물면서 계행을 잘 지키는 가운데 엄격하게 정진을 해 나갔다.
공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혹시 졸음이 오면 젖은 짚 엮음을 머리에 두르고
발은 찬물에 담근 채 앉아 있었다.
한번은 칫타라파바타에서 초야(저녁 6시-10시)와 중야(밤 10시-새벽 2시)를 계속 정진한 다음,
새벽녘에 엄습해 오는 잠을 쫓기 위해 젖은 짚 엮음을 이마에 얹고 있을 때였다.
그때 동암산 비탈에서 사미승이 이루나와타야 경 의 게송을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분발해서 부처님의 말씀을 깨닫도록 힘쓰라.
코끼리가 짓밟아 부수듯 마왕의 군대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라,
방심하지 않고 이교법과 계18율을 부지런히 행하는 사람은 생사의 윤회를 벗어나
고(苦)를 끝내게 되리라.>
그에게는 게송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게송을 듣고 나자 홍수처럼 행복감이 차 올랐다.
그러자 마음속에 투명하리만큼 밝은 관(觀)에 생겨나 모든 존재의 참된 연기성을 스스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불환과(不還果:anaagaamin) 에 도달한 것이다.
다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마침내 아라한위 를 곧바로 성취하고는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감흥에 찬
게송을 읊었다.
젖은 짚 머리에 얹어가며
밤새 경행한 끝에,
나는 알았네
한 걸음 남은 그 경계를,
그러나 이제는
모든 굴레 사라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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