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안사 철조 비로자나불
성철스님께서 팔공산 금당선원에서 깨치신 후에
6.25한국전쟁으로 통영의 명산 벽발산에 위치한
안정사옆에 위치한 “천제굴”에 계실 때 일이다.
인근 도시 부산, 마산 신도들이 너도 나도 만나 뵙고 할 때였다.
그녀의 남편은 마산에서 큰 배 두 척을 가지고
어업을 하는 사장이었다.
비우는 사람이었으므로 원명화의 애간장을 태웠다.
원명화가 보석을 사 모으고 값비싼 옷으로 치장을 하는 것은
남편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보석을 새로 사 몸에 걸치며 울분을 삭였던 것이다.
올케 언니인 길상화가 고성 문수암을 갔다가
원명화를 데리고 천제굴로 찾아간 것이었다.
마산 집을 나선 원명화는 통영 벽발산 산자락에 있는
조그만 초가집 천제굴을 들어설 때만 해도
양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으레 하는 덕담(德談)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화부터 벌컥 냈다.
비싼 옷을 입고 다니며 누구를 꼬드길라꼬 그러느냐.”
성철스님은 들고 있던 낫으로 갑가지
원영화의 비로드 치마를 찢어버렸다.
원명화는 기가 질려 움찔하지도 못했다.
속사포처럼 빠르게 산청 사투리를 쏟아냈다.
니는 거지 되어 길거리 나앉을 끼다.
니 집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원명화는 찢긴 치마를 입은 채 법당으로 올라갔다.
“저 보살 눈에 독기가 가득하다.
지 남편이 고기를 많이 잡아 그렇다.
안과 병원 가도 저 눈은 못 고친다.”
사람들에게 쌀을 나누어주라고 그래라.”
사실은 천제굴 시절 원명화에게 시킨 것이 효시가 됐다.
스님들의 위의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고,
아상(我相)을 뽑아주기 위해서 방편으로 시킨 것이었다.
성철이 말했다.
그걸 풀어야 운명이 바뀌어진다.”
성철스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항복을 했다.
알겠느냐.”
큰스님께서 이 자리에서 죽으라면 죽겠습니다만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어찌 그리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할 때까지 기도해라.
니 아상(我相)의 뿌리가 쏙 뽑혀질 끼다.”
추석 전날이 되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나누어주었으며,
식모들에게 손수 밥을 해주어 자존심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나(我) 라고 고집하는 아상(我相)을 뽑은 다음,
모든 이를 부처님 모시듯 행동하도록 제도하고 있는 것이다.
훗날 성철스님은 말한다.
목탁을 두드리며 불단에 음식을 차려놓은 것이 아니라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란 말이다.
(암자에서 만난 성철 스님 이야기 열림원 정찬주著 p12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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