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사리탑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진묵대사의 일화모음
태 안의 열 달 은혜 무엇으로 다 갚사오며
무릎 아래 세 해 양육 잊을 수 있겠나이까.
만세 위 다시 만세 더하여도 자신의 마음 오히려 미흡한데
백년 안에서 백년을 다 못 채우시니
어머님 수명 어이 그리 짧으시나이까.
표주박 하나 들고 길에서 행걸하는 이 중은
이미 그렇다 하거니와 비낀 비녀로 안방에서
혼인 못한 저 누이동생은 가엾지 않습니까.
상단의 불공 끝나고 하단의 제사마저 파하여
스님들 각기 제 방으로 돌아가고
앞산 첩첩 뒷산 중중한데
어머님 그 외로운 혼 어디메로 가셨나이까.
아아! 슬프고 슬프옵니다.
이 시는 진묵대사 일옥(一玉)스님이 어머님 제사를 지내면서 지은 제문 이다.
진묵대사는 효자스님으로 유명하다.
출가인들이 대체적으로 속가의 부모형제를 멀리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진묵대사는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였다.
그는1562 년에 태어나 1633 년에 세상을 떠났다.
70 여년의 생애에서 기이한 일화들도 많이 남겼다.
첫번째 이야기
대사가 사미로 있을 때였다.
창원 마산포를 지나다가 우연히 어떤 동녀의 사랑을 받았다.
둘은 서로 사랑을 했다.
일옥사미는 불계를 파할 수 없었으나
인간의 고귀한 사랑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녀는 일옥과의 사랑을 인연으로 하여 사람으로 다시 환생 하였다.
사내 아니였다.
점차 자라 여남은살이 되자 전주에 있는 대원사(大元寺)로 출가하여 중이 되었고,
거기서 대사를 만나 시봉이 되었다.
이름을 기춘(奇春)이라 했다.
대사는 기춘과 더불어 이락삼매에 들곤 했는데
이락삼매란 색계의 제 4 선천에서나 즐기는 삼매였다.
즉, 모든욕락을 여의고 열반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그런 삼매였다.
그렇게 해서 대사와 시봉 기춘은 항상 함께 다녔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우나 즐거우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두사람은 떨러질 줄 몰랐다.
하루는 그러한 두 사람의 관계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스님네가 있었다.
그들은 두 스님을 골탕 먹이고 싶었다.
한 스님이 대사에게 말했다.
스님, 기춘을 시봉으로 두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수 한 그릇 내셔야지요.
일옥스님,
즉 진묵대사가 말했다.
그야 어려울 것없네.
자네들 바리때나 내어들 놓으시게.
스님들은 제각기 바랑을 풀고 바리때를 꺼내어 앞에 놓았다.
자, 이것이 국수일세. 많이들 자시게.
한데 대사가 담아 주는 것은 국수가 아니고 바늘 한 개씩이었다.
스님들은 바늘 한 개씩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스님, 이것은 바늘이 아닙니까?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하십니까?
먹기 싢으면 그냥들 보고만 있게.
대사의 발우에 담긴 바늘은 갑자기 수십개 수백개로 변하더니,
그것이 다시 국수가락으로 변했다.
대사는 물을 부어 맛있게 들었다.
스님들은 모두 입을 벌리고 다시 다물 줄을 몰랐다.
두번째 이야기
대사는 전주 왜막촌(倭幕村)에서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대사는 그 마을 뒷산에 있는 일출암에 주석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왜막촌을 오르내렸다.
여름이 되면 모기가 매우 극성을 떨었다.
대사는 어머니가 모기때문에 고생하시는 것을 보고 산신에게 명했다
앞으로는 일체 모기를 이곳에 머물지 못하게 하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내 혼을 내 줄 것이다.
그날 부터 모기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대사의 도력에 다시금 감탄하면서 생불이 오셨다고 칭송하였다.
그렇게 어머니를 봉양하였지만 주어진 천명은 어쩔 수 없었다.
어머니는 숙환으로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대사가 제문을 지은 것이 앞에 나온 詩 다.
대사는 그의 어머니를 만경현 북쪽에 있는 유앙산에 안장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재미있는 전설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누구나 대사의 어머니 무덤에 술과 떡, 과일과 포 등을 준비해
제사를 지내면 그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마을 사람들은 물론 멀고 가까운 모든 이웃마을 사람들까지도
앞다투어 와서 제사를 지내곤 했고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향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봉분이나 묘역도 옛날 그대로이다.
세번째 이야기
하루는 절에서 불사를 하는데 부전을 뽑았다.
대사가 그 중 가장 나이가 어렸는데 대중들은 한결같이 대사에게 부전을 보라고 하였다.
일옥수좌가 나이도 어리거니와 행이 가장 청정합니다.
그에게 부전을 시켜 불단을 호위하고 향로를 받드는 소임을 맡김이 좋겠습니다.
주지가 일옥스님의 의중을 떠 보았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일옥스님이 대답했다.
저야 뭐든 시켜 주시면 하겠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 주지가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 "밀적금강신"이 나타나 주지에게 말했다.
일옥스님은 부처님과 조금도 다름없는 분입니다.
우리는 모두 부처님을 호위하는 神들인데 오히려
부처님에게 예경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니 빨리 부전 소임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 주시기 바랍니다.
주지는 꿈을 깨고 나서 비로소 일옥스님이 대도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속히 다른 스님에게 부전을 맡겼다.
그 후 밀적금강신 이 다시 주지 꿈에 나타나서 말했다.
이제야 안심하고 부처님의 호위 소임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자중하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대중들도 일옥스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
네번째 이야기
대사는 술 마시기를 좋아하였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다른게 아니라 "술"이라 하면 마시지 않고 "곡차"라 하면 마시는 것이었다.
하루는 어떤 스님이 잔치를 베풀려고 술을 거르고 있었다.
술의 향기가 도량 전체에 퍼지자 대사는 구장(鳩杖)을 짚고
술 거르는 스님에게 가서 물었다.
지금 거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술 입니다.
대사는 잠자코 돌아왔다.
잠시 후 다시 술 거르는 스님 앞에 나타나 물었다.
자네, 지금 거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예, 술을 거르고 있습니다, 큰스님.
대사가 다시돌아가자 술 거르던 스님을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금있다가 대사가 다시 찾아가 물었다.
여보게,
지금 자네가 거르고 있는 것이 무엇이지?
술이라니까요.
큰스님께서는 보시면서 왜 자꾸 물으십니까?
그는 끝내 곡차라 하지 않고 술이라 대답했다.
그것은 대사가 곡차라고 해야만 술을 마신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대사는 실망을 머금고 방장으로 돌아왔다.
얼마 뒤 "금강역사"가 술 거르던 스님을 철퇴로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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