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약사여래=
문둥병을 고친 남호스님
1831년(순조 31) 추운 겨울날,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보개산 석대암 (石臺庵)에는
한떼거리의 문둥이들이 떠돌아다니다가 구걸하기 위해 찾아온 것입니다.
그 무리 속에는 벌벌 떨고 있는 10세 가량의 소년도 끼어 있었습니다.
주지스님은 특히 그 소년이 불쌍했습니다.
따뜻한 밥을 지어 그들을 대접한 주지스님은 문둥이 왕초에게 말했습니다.
"저 아이는 병이 든 듯 몹시 떨고 있구려. 웬만하면 여기 두고 가시오.
"아이구. 스님 감사합니다. 그냥 데리고 다녀도 힘든데 병까지 들어 걱정을 하고 있던
문둥이 일행이 떠난 뒤 스님은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고향은 어디냐?"
"전라도 고부입니다."
"이름은?"
"성은 정(鄭) 가고 이름은 영기(永奇)입니다. "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셔서 시집간 누님 집에 살았는데 그만 몹쓸 병에 걸려
"너의 병을 틀림없이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한번 해 보겠느냐?"
"하고 말고요.
문둥병만 나을 수 있다면 불구덩이 속에라도 뛰어들겠습니다."
"너의 결심이 그러하다면 좋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보아라."
주지스님은 영기에게 방을 하나 내주고는, 지장보살을 부르면서 속으로 '병이 낫도록 해주십시오'
하며 기원하도록 가르쳤습니다.
영기는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지장보살을 불렀습니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지장보살께 매달려
문둥병 완쾌를 빌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하기를 50여 일,
꿈에 노스님 한 분이 나타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불쌍한 것. 전생 죄업 때문에 피고름을 흘리는 고통을 받다니....
네가 나를 그토록 간절히 찾으니 어찌 무심할 수 있겠느냐?"
노스님은 부드러운 손으로 고름이 줄줄 흐르는 영기의 더러운 몸을 차례로 어루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눈 * 귀 * 코 * 입, 가슴 * 등 * 배, 팔 * 다리 * 어깨 등을 차례로 주무르자,
피부가 보통 사람들과 같이 바뀌면서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너의 병이 모두 나았으니 스님이 되도록 하여라. 틀림없이 고승이 될 것이다. 잘 명심하여라.
나는 이만 물러가갰다." 순간, 영기는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기적이 일어나 있었습니다.
꿈에서와 같이 문둥병이 씻은 듯이 나아 있었습니다. 온몸에 가득했던 곪아터진 부스럼은 간곳이
없었고, 며칠이 지나자 빠졌던 눈썹 도 새까맣게 다시 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통하여 지장보살의 가피를 입은 영기 스님은 자진하여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으며,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불법을 닦고 계율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이 분이 바로 '동방의 율사'로 이름 높은 남호(南湖) 스님으로, 1872년(고종 9)의 입적 전까지 수많은 경전 간행과 사찰 중건 등을
하였으며, 법문 * 수계등을 통한 교화활동에 주력 하면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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