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말씀 =경전이야기

가난한 여인의 등불(貧女一燈), 황금빛 사슴이야기

백련암 2012. 1. 19. 01:26

 

 

통도사 연등

 

 

 

가난한 여인의 등불(貧女一燈)

 

부처님 당시 코살라국의 사위성에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가족도 친척도 없이 혼자 사는 외로운 처지였습니다.

너무나 가난해서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밥을 빌어 겨우 목숨을 이어가곤 했는데, 하루는 온 성안이 떠들썩해지며 사람들이 들떠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오늘 부처님께서 이 성으로 오신답니다.

오늘밤에는 파사익왕과 백성들이 수많은 등불을 밝혀 연등회를 베풀고 부처님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래서 온 성안이 이렇게 붐비고 있답니다."
 

이 말을 들은 가난한 여인은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은 많은 복을 쌓고 있구나,

부처님처럼 만나 뵙기 어려운 복밭(福田)을 만나면서도 나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 뿌릴 씨앗이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

나도 등불을 밝혀 부처님께 공양하고 싶은데....'
 

이렇게 자신의 가난을 한탄하던 여인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동전 두 닢을 겨우 구걸하여 기름집으로 갔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가난에 찌든 늙은 여인의 모습을 보고 기름집 주인은 기름의 쓰임새를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부처님을 만나 뵙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나는 다행하게도 부처님께서 계신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가난하여 지금까지 아무 것도 공양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듣자니, 마침 왕과 백성들이 많은 등불을 밝혀 연등회를 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도 등불을 하나 밝혀 부처님께 공양하려고 합니다." 
 

기름집 주인은 속으로 크게 감동하여 곱절이나 많은 기름을 주었습니다.

여인은 진심으로 감사하여 기쁨 마음으로 부처님께서 지나가실 길목에 등불을 밝히고 기도하였습니다. 
 

'제가 가난하여 이 조그마한 등불 밖에는 부처님께 공양할 수 없사오니, 부디 이 공덕으로 오는 세상에서는 성불하여
그 지혜의 빛으로 모든 중생의 어두운 마음이 밝게 되어지이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다른 등불은 하나 둘 꺼져 갔으나, 가난한 여인의 등불만은 밝게 빛나며 어두운 주위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등불이 모두 꺼지기 전에는 부처님께서 주무시지 않을 것이므로 아난은 손으로 등불을 끄려 하였으나, 등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가사자락으로 또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끄려고 하였지만, 가난한 여인이 정성으로 밝힌 등불만은 끝까지 꺼지지 않았습니다

(전해 오는 말로는 목련존자의 신통력으로도 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부질없이 애쓰지 말아라.

그 등불은 가난하지만 마음이 착한 여인의 넓고 큰 서원과 정성으로 밝혀진 등불이니라.

공덕의 광명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그 등불의 공덕으로 그 여인은 오는 세상에 반드시 부처를 이룰 것이다."
 

이 말을 전하여 들은 왕은 총명한 신하를 불러 물었습니다.
"나는 석 달 동안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옷, 음식, 침구, 약품으로 큰 보시를 하고 수만 개의 등불을 공양하였다.

내가 지은 공덕은 이렇게 많은데, 어째서 부처님은 내게 수기(受記)를 주시지 않고 겨우 작은 등불 하나만을 밝힌

가난한 노파의 공덕만을 칭찬하고 수기를 주시는가?"
 

총명한 신하는 언제인가 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되새기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시기를 공덕의 바다는 매우 깊어 범부로서는 생각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조그만 보시로 얻을 수도 있지만, 백, 천의 보시로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비록 왕께서 하신 일이 크기는 하지만, 마음이 한결같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가난한 여인의 마음은 한결 같았으며 정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쌓은 공덕을 내세우거나 자랑한다면, 공덕이 줄어든다고 들었습니다."
 

파사익왕은 현명한 신하의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하며 공덕의 참뜻을 헤아렸다고 합니다.
 

*아난 : 부처님10대 제자 중 한 사람, 부처님의 사촌동생으로 여덟 살에 출가하였는데, 지조가 견고해 몸을 잘 보호하여 수행을

          완성하였다 함.


*목련존자 :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 불교에 귀의 한 뒤에는 여러 고장을 다니며 부처님의 교화를 펼쳤음. 신통력이 뛰어났음.

                 지옥에 있는 어머님을 구하기 위하여 백 가지 음식을 스님에게 공양했음. 효행의 화신.


 *수기(受記) : 부처님께서 보살이나 수행자들에게 장래 부처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시는 것.


 

황금빛 사슴이야기


 

아주 오랜 옛날, 베나레스에 있는 사슴 동산에 오백 마리의 사슴들이 무리를 이루어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 사슴 무리의 우두머리는 황금빛 털을 가진, 유난히 크고 늠름한 사슴이었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 매우 평화로운 이 사슴 동산에도 걱정거리가 있었습니다.

이 지방의 왕은 사슴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사슴 동산을 찾아와 사슴을 한 마리씩 사냥했는데, 사슴들은 인간의 왕이 나타나기만 하면 두려움에 떨며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화살에 맞아 죽어갔습니다.

동료 사슴들이 이와 같이 죽어가자, 황금빛 사슴이 모든 사슴에게 말했습니다.


 "많은 동료 사슴들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고통받고 있다. 내 생각에는 차라리 우리들이 차례를 정하여,

  스스로 나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 듯하다."


죽을 때 죽더라도 차례가 아닌 다른 사슴들이 상처를 입지 않고, 하루라도 불안으로 벗어나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슴의 왕은 인간의 왕을 찾아가, 사슴들의 뜻을 전하였습니다.

그러자 인간의 왕은 사슴 무리를 향하여 활을 쏘지 않고도 사슴 고기를 먹을 수 있음을 기뻐하였고,

그 뒤부터 사슴들은 차례대로 한 마리씩 동료의 평안을 생각하며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끼를 밴 암사슴의 차례가 되자, 이를 딱하게 여긴 황금빛 사슴은 자신이 죽기로 작정하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왕은 황금빛 사슴이 다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시켜 놓았었습니다.

왕의 요리사는 황금빛 사슴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급히 왕에게 달려가 그 사실을 말했습니다.

왕이 나와서 보고는 황금빛 사슴에게 말했습니다.


 "너만은 죽일 생각이 없었는데, 어째서 여기에 나와 죽음을 기다리고 있느냐?"


 "오늘은 새끼를 밴 암사슴의 차례인지라, 제가 대신 죽으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인간의 왕은 마음 깊이 크게 뉘우쳤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너처럼 자비심이 깊은 사람은 만나지 못하였다.

동물인 너의 자비심이 이토록 깊으니 너로 인하여 나의 눈이 새롭게 열리는 것 같구나.

가거라, 너와 그 암사슴의 목숨만큼은 살려주겠다"


 그러나 황금빛 사슴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말했습니다.


"왕이시여, 저희 둘의 목숨은 건졌지만 다른 사슴들의 목숨을 생각하니 그 슬픔이 깊이 남아 있습니다."


"좋다, 그들의 목숨도 모두 구해 주겠다."


"임금님의 은혜로운 자비로 인하여 저희 사슴 무리들은 목숨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어찌되옵니까?"


"좋아. 그럼 다른 동물들의 목숨까지도 보호하여 주겠다."
"거룩하신 임금님, 죽기를 싫어하며 끝까지 살고자 함은 생명을 지닌 모든 생물의 한결 같은 소망입니다.

날아다니는 새들과 물고기들의 생명까지도 보호하여 주십시오."


인간의 왕은 황금빛 사슴의 이야기를 조용한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살려고 애쓰는 점에서는 조금도 다름이 없구나, 그런데 이 황금빛 사슴처럼 동료를 살리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는 마음이 있다. 바로 이런 마음이 보살의 자비심일 것이다.

남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는 삶이 아니라, 이렇듯 남에게 베풀어주는 생활만이 평화로운 세계를 가져다 줄 것이다.'


왕은 황금빛 사슴을 통하여 자비심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참된 희생으로 왕에게 깨달음을 준 황금빛 사슴은 인간의 왕으로부터 모든 생물의 안전을 보장받고

동료 사슴 무리와 함께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이 황금빛 사슴이 전생의 석가모니부처님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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