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말씀 =경전이야기

부설거사 사부시

백련암 2008. 4. 8. 12:05
부설거사 사부시

이 가을에 한편의 시를 읽는다. 부설(浮雪)거사의 사부시(四浮詩)다.

이 시는 우리네 삶의 실상을 보여주고 한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는 깊고 넓고 높은 법문이다.

 

특히 불가에게는 왜 불교를 공부해야 하는지,

수행의 구경목표는 어디에 있는지를 일러준다.

 

부설거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태어났다고 하나,

그 생몰연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어려서 출가하여 수행하다 뒤에 거사가 되었다.

 

그 사연은 이러하다.

부설스님이 문수도량을 순례하기 위해 오대산으로 가던 중 지금의 전북 김제의 한 신도집에서 유숙하게 됐다.

그 신도의 딸이 나면서부터 벙어리였는데

스님의 법문을 듣고 말문을 열게 됐다.

그 딸은 자신의 말문을 트게 해준 부설스님을 사모하여 자살을 기도하면서까지 그와 살기를 원했다.

부설이 승려신분임을 내세워 거절했으나 끝내는

그 딸을 거둬들여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민족문화백과사전) 시의 내용은 이렇다.

‘처자와 권속들이 삼대같이 널려 있고

금은과 옥백 보물 산 같이 쌓였어도

죽음에 다달아서 내 한몸만 홀로 가니

이것도 생각하면 허망할사 뜬일 일세’

(妻子眷屬이 森如竹하고 金銀玉帛이 積似邱라도 臨終에

獨自孤魂逝하니 思量也是虛浮浮로다)

‘나날이 가로세로 티끌세상 달리면서

벼슬이 조금 높자 머리털은 희어지네

명부(冥府)의 염라왕이 금어관대(金魚冠帶) 두려워하랴 

이것도 생각하니 허망할사 뜬 일일세’

(朝朝役役紅塵路하여 爵位高 已白頭로다.

閻王은 不金魚라 思量也是虛浮浮로다)

‘비단결에 수를 놓듯 미묘한 무애변재(無碍辯才)

천편시문장으로 만호후를 비웃어도

다생에 너다나다 잘난 자랑 길러올 뿐

이것도 생각하니 허망할사 뜬 일일세’

(錦心繡口風雷舌하며 千首詩輕萬戶候라도

增長多生人我本이라 思量也是虛浮浮로다)

‘입으로 설법하되 구름 덮듯 비 나리듯

하늘꽃 떨어지고 돌사람이 끄덕여도

번뇌를 못 끊으면 생사고(生死苦)를 못 면하리

이것도 생각하면 허망할사 뜬 일일세’

(假使說法을 如雲雨하여 感得天花石點頭라도

乾慧는 未能免生死라 思量也是虛浮浮로다)

불교신문 이진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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