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 있는 그곳

녹두 꽃

백련암 2008. 7. 5. 22:11

 

녹두 꽃 /김지하


빈 손 가득히 움켜진

햇살에 살아

벽에도 쇠 창살에도

노을로 붉게 살아

타네

불타네

깊은 밤

넋 속의 깊고

깊은 상처에 살아

모질수록 매질 아래 날이 갈수록

흡뜨는 거역의 눈동자에 핏발로 살아

열쇠 소리 사라져버린 밤은 끝없고

끝없이 혀는 잘리어 굳고 굳고

굳은 벽속의 마지막

통곡으로 살아

타네

불타네

녹두꽃 타네

별푸른 시구문 아래 목베어 횃불 아래

횃불이여 그슬러라

하늘을

온세상을

번뜩이는 총검 아래 비웃음 아래

너희, 나를 육시토록

끝끝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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