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 있는 그곳

삶과 죽음

백련암 2008. 7. 18. 17:20

삶과 죽음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떠난다.
아득한 곳에서 왔다
아득한 곳으로 떠난다.

아득한 곳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
아득한 곳을 생각했으나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한 사람
아득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났으나 찾지 못한 사람
그리고 아득한 곳을 찾는 사람

저마다 운명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에 개미처럼 흩어져 살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다.

살면서 남 보다 높은 곳에서
넘친 풍요 속에 산 사람은
사라지는 때도 풍성하고

살면서 낮은 곳에서
비천하게 산 사람은
사라지는 때도 초라하여

산 자들의 눈에는
사라진 후의 흔적도
풍요와 빈곤이 뚜렷하기에
사라진 곳도
하늘과 땅처럼 멀기만 할 것 같다.

그러나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으니
어찌 하늘에 일을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있다하여
그 일을 일러주어도
세상 일과는 남에 일이나 다름없으니
귀잡아 묶을 수도 없는 일

미루어 짐작하건데
봄날이 가물면 보리가 누렇고
가을날이 맑으면
농부들에 허리가 가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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