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교훈이있는 글

[스크랩] 노인의 지혜로 나라의 위기를 면하다

백련암 2009. 3. 25. 00:26

 

 

 

 

 

 

노인의 지혜로 나라의 위기를 면하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노인을 공경하면 큰 이익이 있느니라. 일찍이 듣지 못한 것을 알게 되고, 좋은 이름이 널리 퍼지며, 지혜로운 사람의 섬김을 받는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옛날에 기로국棄老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는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멀리 갖다 버리는 법이 있었다. 어떤 대신이

아버지가 너무 늙어 나라의 법대로 멀리 갖다 버리려고 하니, 자식된 도리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땅을 깊이 파서

은밀한 방을 만들었다. 아버지를 그 안에 모셔 두고 때를 맞춰 지극하게 섬겼다.

그때 한 천신天神이 뱀 두 마리를 가지고 와 왕궁 뜰에 놓아 두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일 사흘 안에 이들의 암수를 가릴 수 있으면 이 나라가 편하겠지만, 그것을 가려내지 못하면 네 몸과 이 나라는 모두 멸망하고 말 것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몹시 두려워하면서 여러 신하들을 불러 이 일을 의논했다. 그러나 나들 "저희들은 분별할 수 없습니다." 하고 말했다.

왕은 나라 안에 급히 영을 내렸다.

"만일 누가 이 뱀의 암수를 가려낼 수 있다면, 그에게 후한 상을 주리라."

대신은 집으로 돌아가 늙으신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다.

"그것을 가려내기는 쉽지. 부드러운 물건 위에 뱀을 놓아두면 거기서 부스대는 놈은 수컷이고, 꼼짝 않고 있는 놈은 암컷이니라."

대신은 왕 앞에 나아가 아버지가 가르쳐 준 대로 말했다. 그말대로 했더니 과연 그 암수를 가려낼 수 있었다.

왕은 기뻐했다.

천신은 또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와서 물었다.

"자는 이 중에서 깬 이는 누구이고, 깬 이 중에서 자는 이는 누구인고?"
왕은 또 신하들과 의논했으나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나라 안에 두루 알렸으나 아무도 몰랐다. 대신은 또 다시 그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그것은 학인學人을 말한 것이다. 학인은 보통 사람에 대해서는 깬 사람이고, 저 아라한에 대해서는 잠자는 사람이니라."

그는 아버지가 가르쳐 준 대로 대답했다. 이번에도 왕은 매우 기뻐했다.

천신은 다시 물었다.

" 이 코끼리의 무게는 얼마나 되겠느냐?"
왕은 신하들과 의논했지만, 역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라안에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은 또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해 주었다.

"코끼리를 배에 싣고 큰 못물 위에 띄워 배가 물에 잠기는 곳쯤에 표시를 하고는 코끼리를 배에서 내려라. 그리고 이번에는 그 배에

돌을 싣되 아까 표시를 한 곳이 수면에 닿을 만큼 실으면 코끼리의 무게를 알 수 있느니라."

대신은 그 말대로 대답했다.

그러자 천신이 다시 물었다.

" 한 사발의 물이 큰 바닷물보다 더 많은데, 누가 그것을 알겠는가?"

왕은 신하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지만 아무도 몰랐고, 나라 안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한 사발의 물을 청정한 신심에서 성인이나 수행자나 부모나 앓는 병자에게 베푼다면,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무량겁을 두고 끝없는 복을 받을 것이다. 바닷물은 아무리 많아도 한 겁을 지나가지 못한다. 이로 미루어 보면, 한 사발의 물이 큰

바닷물보다 훨씬 많지 않겠느냐."
이 대답을 듣고 천신은 갑자기 변신을 하더니, 손과 발목에는 쇠로랑을 차고 목에는 쇠사슬을 걸고 온몸이 불에 활활 타오르는 채 물었다.

 "세상에 나보다 더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겠느냐?"

왕과 신하들은 겁에 질려 떨고만 있었다. 대신은 그 길로 아버지한테 달려가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사람을 함부로 헤치며, 성인을 헐뜯다가 죽은 뒤 지옥에 떨어져 칼로 된 산, 불타는 수레,

칼이 꽂힌 길, 불타는 길로 끌려가면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는다. 이런 고통은 사람의 상상력으로는 가히 헤아릴 수 없다.

이런 고통은 지금 천신이 겪는 고통으로는 견줄 수도 없느니라."

천신은 이 대답을 듣고, 이번에는 모양이 같고 크기도 비슷한 말 두 필을 가져와 물었다.

"어느 것이 어미요, 어느 것이 새끼인가?"
왕과 신하들은 여전히 꿀먹은 벙어리였다. 대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풀을 주어 먹게 해보아라. 어미는 반드시 풀을 밀어 새끼에게 줄 것이니라."

이와 같은 물음에 모두 대답하자 천신은 몹시 기뻐하면서 왕에게 진귀한 보물을 많이 주었다. 그리고 공중으로 사라지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지혜로운 이가 있는 너의 나라를 옹오해 외적이 침해하지 못하게 하리라."

왕은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면서 그 대신에게 물었다.

"이처럼 지혜로운 대답을 그대 자신이 알았는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그대의 지혜에 힘입어 우리 나라가 평안해졌고 많은

보물을 얻었으며, 또 천신이 지켜 주겠노라고 했다. 이것은 모두 그대의 공이니라."

이에 대신은 말했다.

"실은 저의 지혜가 아닙니다. 저의 집에는 늙으신 아버지가 있사온데, 국법으로는 노인을 갖다 버리라 했지만 자식된 도리로 차마

내다 버릴 수가 없어 법을 어겨 가며 숨겨서 모셔 왔습니다. 제가 대답한 것은 모두 제 아버지의 지혜를 빌린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나라의 법을 고쳐 노인을 버리지 말게 하소서."

왕은 대신의 말을 듣고 크게 찬탄하면서, 그 대신의 아버지를 나라의 스승으로 받들어 모시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로 나라안에 영을 내렸다.

"오늘부터 노인을 버리는 일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나 스승을 공경하지 않으면 무거운 벌을 내릴 것이로다."

                                                                                                                                      <잡보장경>제1권

 

 

 

 

 

 

 

 

♣♣♣ 이 글을 옮기면서 문득 우리 나라의 옛 폐습인 '고려장'이 연상되었다. 고구려 때 늙은이나 병들어 쇠약해진 사람을 구덩이

속에 버려 두었다가 죽은 후에 장사 지내던 풍속이다. 그때 나름대로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비정한 풍습이다. 자기를 낳아 길러 준 부모가 늙고 병들어 짐스럽다고 내다 버렸다니, '후레자식들' 이란 표현만으로는 아무래도 모자랄 것 같다.

그러면 오늘에는 그런 폐습이 모두 사라져 버렸을까? 아니다. 잘산다고 하는 이른바 문명국일수록 '현대장'이 성행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요즘은 생명이 어떻고, 휴머니즘이 어떻고, 떠벌리기를 좋아하는 세상이라 차마 구덩이 속에 갖다 버리는 일은 못하지만, 그 대신 양로원이나 아파트에, 또는 효도관광을 이용해 갖다 버린다. 생활비라는 부장물副葬物을 채워서.    그러니 인류 문명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오늘날까지도 핵가족 시대를 운운하면서 노인을 내다 버리는 폐습은 공공연히 계승되고 있는 셈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자타카本生澤>에선가 무슨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 사연은 대강 이렇다.

따뜻한 봄날, 한 아들이 늙은 어머니를 등에 업고 꽃구경을 간다. 꽃구경이라는 말에 늙은 어머니는 어린애처럼 좋아라 한다.

이제는 들길을 지나 산자락으로 접어들었다. 아들은 산 속으로 말없이 걸어서 들어간다. 등에 업힌 어머니는 무거울 텐데

쉬어서 가자고 아들이 힘들 것을 못내 걱정한다. 아들은 아까부터 말이 없다. 숲길이 짙어지자 어머니는 선뜻 짚이는 것이

있었는지 이때부터 솔잎을 따서 띄엄띄엄 길에 뿌린다.

말이 없던 아들은 걸어가면서 " 어머님, 어째서 솔잎을 길에 뿌리세요?"하고 묻는다.

어머니는 "네가 혼자  돌아갈 때 혹시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해서 그런다." 라고 대답한다.

이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당신은 죽으로 가면서도 자식이 집으로 돌아갈 때 행여나 길을 잃을세라 걱정을 한다. 이런 부모를,

잘산다는 현대인일수록 더 쉽게 내다 버리는 실정이다.

나는 쑥스러운 고백을 해야겠다. 화창한 봄날 아들의 등에 업혀 '꽃구경' 가는 늙은 어머니의 뒤를 따라가면서, 아까부터 자꾸만

눈앞이 흐려져 손수건으로 닦아 가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청준의 단편 <눈길>을 읽으면서 자식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어머니의 마음을 보고 안개비 속에 갇힌 적이 있었다.

<인연 이야기>중에서

법정스님

 

 

장사익 소리판 꽃구경 

 

 

 

 

부모를 공경 공양한 인연 공덕

 

 

부처님이 슈라바스티에 계실 때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 집에 브라흐만을 모시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브라흐만은 곧 그 집에 머물 것이다. 인드라를

자기 집에 모시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인드라는 곧 그 집에 머물 것이다. 모든 천신을 자기 집에 모시고 싶거든 부모를

공경하라. 모든 천신은 그 집에 머물 것이다. 그리고 만일 성현과 여래에게 ㅜ고양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성현과

여래가 곧 그 집에 머물 것이다."

비구들은 말했다.

"세존께서는 항상 부모와 노인에게 공경 공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오늘만 이러는 게 아니다. 무수히 지내 온 과거세에도 부모와 노인을 공경하고 공양했느니라."

"과거에 공경한 그 일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나시국에 가난한 노인이 있었는데, 그는 외아들을 두었다. 그 외아들한테는 많은 자식들이 있어 더욱 가난에 쪼들렸다.

때마침 심한 흉년이 들어 아들은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산채로 땅속에 묻어 버리고 남은 양식으로 자식들을 먹여 살렸다.

이웃에 사는 사람이 물었다.

'요즘 자네 어르신네께서 통 보이질 않는군. 어디 편찮으신데라도 있는가?'

아들은 대답했다.

'부모님은 너무 늙어 곧 돌아가실 때가 가까웠으므로 얼마전에 미리 묻어 드리고, 그분들이 먹을 양식으로 이 흉년에 아이들이나

먹여 살리려고 했다네.'

다른 이웃집에서도 이 말을 전해 듣고 그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했다. 이렇게 한 입 두 입 건너 이 소문이 온 바라나시국에

퍼지자, 이 일이 그 나라의 국법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한 아들이 이 같은 말을 듣고, 그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분개했다.

그는 어떤 방법을 써야 이런 악법을 없애 버릴 수 있을까 하고 늘 생각했다. 하루는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아버님께서는 이웃 나라에 가셔서 옛 경론經論을 공부하고 오십시오.'

아버지는 아들의 말대로 이웃 나라에 가서 옛 성인들이 남긴 경론을 배우고 돌아왔다.

아들은 아버지의 나이가 많아지자 은밀히 땅을 파고 조촐하게 방을 만들어 그 안에 아버지를 모셔 두고 때에 맞춰 좋은 음식을

올렸다. 그는 늘 생각했다. '누가 나와 함께 이 나쁜 법을 없애 줄 수 없을까.' 하고.

이때 그의 앞에 천신이 나타나서 말했다.

'내가 이제 당신을 위해 짝이 되어 주겠으니, 내가 시키는대로 따르시오.'

다음날 왕궁의 문 위에는 왕에게 고하는 천신의 글이 붙어 있었다.

 

바라나시의 왕에게 묻는다. 다음 네 가지 물음에 답하면 왕을 보호하겠지만, 만일 바른 답을 하지 못하면 이레 뒤에 왕의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

네 가지 물음이란 '첫째, 어떤 것이 으뜸 가는 재산인가? 둘째, 어떤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인가? 셋째, 어떤 맛이 가장 훌륭한가?

넷째, 어떤 것이 가장 오래 사는가?' 하는 것이다.

 

왕은 이와 같은 천신의 물음을 듣고 심기가 몹시 불안했다.

왕은 곧 나라 안에 영을 내려 물었다.

'이 네 가지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 소원이 무엇이든 다 들어 주리라.'

노인의 아들은 왕 앞에 나아가 그 뜻을 이와 같이 풀이했다.

'믿음이 으뜸가는 재산이고, 바른 법(正法)이 가장 즐거우며, 진실한 말이 제일 맛이 좋고, 지혜의 수명이 가장 오래 갑니다.'

이 답을 듣고 왕은 매우 기뻐했다.

'이 답은 그대 스스로 알았는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준 것인가?'

그는 대답했다.

'저의 늙으신 아버지께서 제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그대 아버지는 지금 어디 있는가?'

아들은 말했다.

'원컨대 왕께서는 저의 두려움을 없애 주소서. 저의 아버지는 많이 늙으셨습니다. 그대로 있으면 나라의 법을 어기게 되므로

땅을 파고 방을 들여 은밀히 모시고 있습니다. 부모의 은혜가 지중하기로 말하면, 하늘 땅과 같습니다. 태 안에서 열 달을 안고

있다가 낳아서는 마른자리 진자리를 가리면서 기르고, 사람이 되도록 밤낮으로 가르친 은혜로 사람 구실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해와 달을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이 모든 것이 부모의 은혜 아닌 것이 없습니다. 가령,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올려 놓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모시고 백 년 동안 다니면서 갖가지로 공양해도 부모의 은혜에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왕은 그의 말에 감동하면서 말했다.

'그대의 소원은 무엇인가.'

그가 대답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왕께서는 그 악법을 버리도록 해주소서.'

왕은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 했다.

'앞으로 부모에게 불효한 자는 그 죄를 엄히 다스리라.'

이 같은 영을 곧바로 온 나라에 내렸던 것이니라."

부처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때 그 노인의 아들은 바로 지금의 이 몸이니라. 나는 그 옛날에도 나라의 악법을 없애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법을 이루었다. 그 인연 공덕으로 부처가 되었고, 오늘도 또한 부모를 공경하고 공양하는 법을 찬탄하는 것이니라."

<잡보장경> 제2권

 

 

 

 

 

 

 

♣♣♣ 이 인연 설화는 앞에 나온 이야기와 그 동기가 같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여럿 들어 있는 것은 그만큼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져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인명 존중뿐 아니라

생명 존중으로 그 뜻이 확산될 때, 인간의 뜰은 그만큼 너그러워질 것이다.

<인연 이야기>중에서

법정스님

 

 

 

 


출처 : 코스모스
글쓴이 : 코스모스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