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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심판

백련암 2009. 4. 24. 13:12

좋은 심판

옛날에 어느 사냥꾼이 있었다.
그는 독수리를 잡으려
화살을 겨누고 있었건만,
그 독수리는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어딘가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자세히 봤더니
독수리는 뱀을 잡아먹으려고
그 뱀을 쳐다보느라
자신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뱀도 마찬가지로
어딘가를 응시보고 있었는데 그것은
개구리를 잡아먹으려
도무지 독수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구리도 마찬가지로
무당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노려보고 있었다.

무당벌레도 꿈쩍 않고 있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에
정신 팔려 개구리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냥꾼은
이러한 먹이사슬을 보다가
슬그머니 활을 내려놓고,
갑자기 자기 뒤를 처다 보았다.

혹 누군가가 자신을
그렇게 잡아먹으려는 것은 아닌가.

사냥꾼은 볼 수 없었지만,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는 적 아닌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모래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