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 있는 그곳

새 = 천상병

백련암 2009. 4. 24. 21:10

새( 천상병의 시 홍순관의 노래)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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