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의상대사 와 선묘(역사과학)

백련암 2009. 11. 8. 02:39

 

의상대사의 귀국도벽화 = 선묘낭자

 

  

 

 

 

의상 과 선묘

 
“풍경 소리 들리는 달빛 젖은 부석사에, 무량수전 고운 모습 화엄 도량 찾아가는 한 많은 나그네,
산댓잎 울음소리 바람 속에 흩어지고 그리운 님 고운 소리 들리는 듯 한데….
‘부석사의 밤’에서”
경북 영주군 부석면 복지리 소백산 자락에 황복산을 배경으로 부석사가 자리잡고 있다.
들어가는 일주문엔 태백산 부석사(太白山 浮石寺)란 큰 현판을 볼 수 있다.
왜 소백(小白)이 아닌 태백(太白)이라 하였을까?
그 의문은 무량수전에 올라 영주시를 둘러싼 거대한 원형의 산맥 순환체를 발견하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그 뒤쪽에 선묘의 화신인 용이 거대한 돌로 변해 부석사 창건을 방해한 오백명의 사악한 무리들을 물리쳤다는 부석(浮石)이

놓여있고 앞 쪽에는 선묘각(善妙閣)이 위치한다.

 

<송고승전(宋高僧傳)>에 전해지는 선묘의 설화는 1967년 5월 학술조사단에 의해 땅 깊숙이 묻힌 48척의 석룡을 발견함으로써 다시 확인 되었고 최근 ‘KBS 역사 스페셜’에서 적외선 단층 촬영을 통해 재차 확인되었다.
 
석룡의 머리는 무량수전 부처님 아래에 두고 있었고, 꼬리는 무량수전 앞 석등까지 뻗어있었으며, 하반부는 길이가 약 5m로 무량수전 앞뜰에 묻혀 있었다. 비늘 모습까지 아련히 나타난 그 모습은 용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669년 2차 입당 때 등주(登州) 해안에 도착한 의상은 유지인이라는 한 신도의 집에 머물렀는데
그 집의 딸 선묘는 의상을 극진히 공양하였고 정성은 연민으로 발전하여갔다.
그러나 의상은 선묘의 애틋한 사랑을 등지고 처음 계획대로 장안(長安)의 종남산(終南山)에 가서 지엄 삼장(智嚴三藏) 밑에서 ‘화엄’을 배웠고 급기야 화엄의 큰 도리를 터득한다.
전쟁의 소식을 들은 의상은 귀국을 서두르게 되고 다시 유지인의 집에 들려 지난날 보살핌에 대한 감사를 표시한다.
 
뒤늦게 대사의 출발을 알게 된 선묘는 대사에게 드릴 법복과 여러 가지 집기를 들고 해안가로 달려갔으나, 대사가 탄 배는 이미 항구를 떠나 멀리 가고 있었다.
그녀는 기도를 올려, ‘내 본래의 참뜻은 법사를 공양하는 데 있습니다. 원컨대 이 의복을 담은 함이 저 배에 날아 들어가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하며 파도 위로 함을 던졌다.

때마침 거센 질풍이 불더니 함은 새털같이 날라 배 위에 떨어졌다.

 

선묘는 다시 맹세하기를, ‘이 몸이 큰 용(龍)으로 변하여 저 배의 선체와 노를 지키는 날개가 되어 대사님이 무사히 본국에

돌아가 법을 전할 수 있게 하리라’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웃옷을 벗어 던지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진정한 원력은 통하는 바가 있는 것이니,

 

마침내 그녀의 몸은 용이 되어 혹은 약동하고 혹은 굽이치면서 배를 안전하게 이끌어 나갔다.
이 설화에서 선묘는 누(漏)가 많은 여자의 몸에서 단번에 용의 몸으로 승화한다.
용은 무루(無漏)의 경지에 도달한 아라한의 후신이다.
부처님 밑에서 평생을 공부한 아난존자도 죽기 전(1차 결집 때)에 겨우 도달한 아라한의 경지를 선묘는 한번의 거룩한 죽음으로 승화한 것이다.
선묘의 사랑은 이미 성욕 애욕 그리고 나라는 집착마저도 사라진 순수한 초월적 정신으로 승화해있었고  몸을 던지는 이타의

보살행을 통해 극에 달한다.

 

 
효녀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면 선묘는 스승을 위해 불법을 수호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질 때 하늘도 땅도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 거룩한 행위 속에는 아무런 누(漏)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심청의 죽기 전 의식체 속에는 아버지와 딸 사이의 12연기에 말하는 ‘애(愛)’라는 누(漏)가 잠재되어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묘는 단번에 용으로 승천함으로써 모든 애(愛)를 초월한 순순한 사랑을 증명했고
의상의 수호신이 되어 급기야 부석사 창건 과정에서 하늘을 나는 돌(浮石)로 변해 사악한 무리들을 퇴치시킨다.
 
“산새 소리 슬피 우는 부석사에, 선묘 낭자 찾아가는 가녀린 여인이여,
은은한 풍경소리 허공중에 흩어지고 안양루 불빛마저 희미해지는데, 슬픈 마음 어찌 달랠까
아~바람에 흔들리는 마음의 등불이여. ‘부석사의 밤’에서.”
 
조현학 / 전 EBS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