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동해 삼화사 鐵佛 조성인연

백련암 2009. 11. 8. 02:58

동해 삼화사 鐵佛 조성인연

강원도 동해시 삼화사에는 통일신라 시대에 조성된 철불이 있다.

1998년에 보물 제1292호로 지정된 이 부처님의 정식 명칭은 ‘삼화사 철조노사나불좌상’이다.

예전에는 파손된 상태였으나 복원해 삼화사 대적광전의 주불로 모셨다.

조성연대가 오래된 철불이어서 관련된 설화도 많다.

 

 

서역서 온 약사불형제 ‘철 등신불’로 화현

 

 첫째 형 삼화촌에 주석하며 부처님법 전해  다른 곳으로 전법 떠나서 신앙증표로 남겨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부처님은 약사삼형제불로 서역에서 석주(石舟)를 타고 동해로 와 두타산에 앉았다고 한다.

<삼화사고금사적>은 철불의 조성유래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아주 옛날 두타산에는 사찰이 없었다. 어느 날 삼척의 한 포구에 석주가 한 척 정박했다.

잠시 뒤 배에서 잘 생긴 남자 세 명이 내렸는데 얼굴은 모두 금빛으로 빛났으며 몸에는 가사를 걸치고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연꽃을 한 송이씩 들고 있었다.

큰형으로 보이는 사람은 손에 검은 연꽃을, 둘째는 푸른 연꽃을, 셋째는 금색 연꽃을 들고 있다.

이들은 서역에서 온 약사불 삼형제였다.

약사불 삼형제는 곧장 서쪽으로 우뚝 솟은 두타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얼마쯤 걷다가 큰 형으로 보이는 약사불이 걸음을 멈췄다.

좌우로 산세를 둘러보니 검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도를 닦고 중생을 제도할 만한 상서로운 곳이었다.

 

큰형이 동생들에게 말했다.

“나는 이곳에 자리를 잡겠다. 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흐르고 산을 보니 천하의 명산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어.

너희들도 어서 다른 곳을 둘러보고 머물 곳을 찾도록 해라.”

큰형이 자리를 잡은 곳이 삼화촌이었다.

 

이어 둘째는 야트막한 구릉이 있는 지상촌에 자리를 잡았고,

 

셋째는 그보다 조금 떨어진 궁방촌에 머물 자리를 잡았다.

 

삼형제가 머물 곳을 정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 삼형제는 인품이 훌륭했으며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어서 모두가 불교신자가 되었다.

 

삼형제의 교화를 받은 불자들은 많은 보시를 해서 큰형은 흑련대, 둘째는 청련대, 셋째는 금련대라는 사찰을 창건했다.

 

삼형제는 일정 시기마다 한 곳에 모여 서로 공부한 바를 토론하기도 했으며 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두 동생이 큰형이 있는 곳으로 무리를 지어 찾아오면 큰형은 예를 다해 이들을 맞이해 주었다.
이들은 마치 부처님이 제자들을 거리고 야단법석을 여는 것처럼 큰 법회를 열었다.
그러면 큰형이 법사가 되어 사자후를 토해냈다.

 

“우리는 모두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 세상에 오기 전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진리 그 자체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그러기에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변하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고, 그리고 무상한 세상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면서

화목하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 이웃을 내 몸 같이 여기며 자비심을 내는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비로운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맑고 향기로운 세상은 바로 여러분 자신들 한 명 한 명이 따뜻한

이웃사랑의 마음을 가질 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교화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가 환희심을 내고 삼배를 하고 많은 보시금을 냈다.

그 보시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회향돼 가난한 사람들이 없어졌고, 마을 마을은 행복한 공동체가 되었다.

 

이러한 야단법석은 둘째가 사는 곳에서도 만들어졌다.

그때가 되면 둘째가 법좌에 올라 많은 사람들을 교화했다.

“우리의 삶은 아주 유한한 삶입니다. 100년도 못 사는 불완전한 세상에 우리는 태어난 것입니다.

우리의 의지에 의해 태어나지도 않았고, 어디에서 온 지도 모르는 우주의 이방인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여러분들이 온 것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고 아름답게 살다가 가라는 명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니 부지런히 수행해 좋은 업을 쌓아 나고 죽음을 초월하는 영원한 깨달음을 얻어야 하겠습니다.”

 

셋째가 사는 동네에서도 야단법석이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셋째가 법좌에 올라 설법을 했다. “나누며 사는 삶은 행복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올 때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날 때도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얻는 재화는 서로 나누어야 합니다.

가진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사람을 위해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이 세상은 더불어 함께 살아야 행복해집니다.”

 

약사불 삼형제가 교화활동을 펴자 사람들의 심성은 날이 갈수록 순화되었고 마을 사람들의 신심도 깊어졌다.

그러자 큰형은 이곳을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처님께서도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말고 교화를 하라고 하셨어. 이제 이곳 사람들은 부처님의 자비심이 충만해졌으니

다른 곳으로 가서 전법활동을 해야 되겠어….”

 

이러한 마음이 들자 큰형은 어느 날 동생들을 불러 놓고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나와 너희들이 머물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불심이 가득해졌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언제나 평온하고 부모님을 공경하고 형제들은 우애가 깊어졌다.

이웃 간에는 화목하니 더 이상 이곳에서 법을 전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니?”

 

그러자 둘째와 셋째 동생도 흔쾌하게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둘째 동생이 말했다.

“형님 뜻은 동의를 합니다만 우리가 떠나고 나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곳 사람들의 마음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때를 대비해 무슨 방책을 세워 놓아야 좋을 듯 합니다.”

 

셋째 동생이 말을 이었다.

“그래요. 둘째 형님 말씀에 일리가 있어요.

무슨 징표를 남겨 놓아야 세세생생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질 거라고 봅니다.

” 머리를 맞댄 약사불 삼형제는 묘안을 찾아냈다.

“그래, 이게 좋겠다. 우리 세 사람 모두가 등신불(等身佛)을 남겨 놓고 떠나자.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철로 된 등신불을 남겨 놓으면 되겠어.”

그리하여 세 형제는 각자가 머무르던 곳에 등신불을 남기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그 중 큰형이 머물렀던 삼화촌 흑련대에는 삼화사가 창건됐다고 한다.

또 둘째가 머물렀던 지상촌 청련대에는 지상사가,

셋째가 머물렀던 궁방촌 금련대에는 영은사가 창건됐다고 전한다.

 

약사불 삼형제가 떠나자 남은 사람들은 철로 만들어진 등신불에 공양을 올리며 세세생생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화목하게 살았다고 한다.

 

동해=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