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경기도 오봉산 석굴암 (나한님)

백련암 2009. 11. 11. 19:31

=제주도 약천사 오백나한전=

 

경기도 오봉산 석굴암

                             

‘나반존자’ 위신력으로 동지팥죽 공양하다

 

생쌀 공양모습 보이며 중창불사 도와...      不淨한 일 있으면 샘물 마르게 하기도

 

조선시대 단종왕후가 왕세자를 위해 왕후원찰로 중수한 경기도 양주 오봉산 석굴암은 나한도량으로 유명하다.

‘나반존자’로도 불리는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을 줄인 말로 의미하는 바는 ‘살적(殺賊), 응공(應供), 응진(應眞)’등으로 해석된다.

살적은 “수행의 적인 모든 번뇌를 항복 받아 없앤다”는 뜻이고,

응공은 “인간과 천상의 공양을 마땅히 받을 만한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며

응진은 “진리에 상응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신앙은 ‘나한전’이라는 전각에 모셔졌다.

 

오봉산 석굴암 나한전에도 나반존자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3가지 이야기를 요약해 본다.

 

약200여년 전에 석굴암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석굴암에는 노스님과 동자승만 살고 있었다. 추운 겨울 동짓날 오봉산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산과 들은 온통 흰눈으로 덮여버렸고 사찰에서는 마을로 내려 갈 수도 없게 돼 버렸다.

 

동자승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팥죽을 쑤려고 불씨를 찾았다.

“그래도 동짓날인데 부처님과 큰스님께 팥죽공양은 올려야지.”  그런데 큰일이 나고 말았다. 아궁이를 헤집어 보는데 불씨라고

는 찾을 수가 없었다.  싸늘한 아궁이로 보아 일찍 불씨가 사그라들어 버린 것이 분명했다.

 

동자승은 노스님의 불호령이 두려워 석굴에 들어가 열심히 기도를 하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게

자고 난 동자승은 다시 공양실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동자승은 꼼짝도 못하고 몸이 굳어져 버렸다. 자신이 부엌에 왔을 때만 해도 싸늘히 식어 있었던

아궁이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웬일이야. 분명 내가 보았을 때는 불이 꺼져 있었는데….” 

 

같은 시각 마을 아래서도 신비로운 일이 발생했다.

석굴암에서 10여리나 떨어진 아랫마을 신도인 차(車)씨네 집에서도 팥죽을 쑤고 있었는데 부인 윤씨가 인기척에 부엌문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에구머니나. 이게 누구야.” 부인 윤씨는 집 앞에 벌거벗은 동자승이 서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동자승은 “오봉산 석굴

암에서 불씨를 얻으러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인은 마침 끊이던 팥죽과 불씨를 챙켜서 동자승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동자승은 팥죽을 통째로 들이마셔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흔적도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부인 윤씨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남편 차씨에게 이야기했다. 차씨는 황급히 동자승을 따라 나서 보았지만 눈 위에는 발자국

조차 찾지 못했다.

 

며칠 뒤 눈이 녹은 뒤 노스님은 마을에 탁발을 나갔다가 차씨집에 들렀다.

그러자 차씨 부부는 자신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큰스님, 지난번 눈이 많이 내린 동짓날 팥죽을 쑤던 아내가 인기척을 듣고 나가 보니 동자승이 와서 팥죽과 불씨를 드렸는데

잘 받으셨나요.”

 

노스님은 문득 나한님을 생각했다.

스님은 그날 사시마지(점심) 공양을 위해 나한전에 들렀을때 나한님의 입가에 팥죽이 묻어 있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 나한님이 도움을 주신 것일 거야.” 노스님은 절로 돌아와 동자승을 불렀다.  “지난 동짓날에 마을을 내려간 일이 있느냐.”

 동자승은 말끝을 흐렸다. “그게 저…”   노스님은 사실을 말하라며 다그쳤다.

그러자 동자승은 “사실은 아궁이에 불이 꺼져서 겁도 나고 해서 나한전에 가서 기도를 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 뒤 깨어나 공양실에 가보니 아궁이에 불이 활활 타오르면 솥 안에는 팥죽이 끓고 있었습니다.”

 

노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탁 치며 자신에 찬 말을 허공에 뱉었다.  “그래. 나한님이 다녀가신 것이야.”

 

이후 차씨네는 불행한 일 없이 7대째 화목하게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 2번째

오봉산 석굴암에는 과거에 바위틈에서 나오는 ‘용왕샘’이라는 샘물이 있었다. 그 물은 이 사찰의 유일한 식수원이었는데

사찰에 부정한 일이 생기면 말라버리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산 중턱 바위산에 위치한 사찰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였다.  신기한 것은 비가 많이 왔을 때도 부정한 일이

생기면 물이 고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때는 6.25전쟁 직후였다.  당시 주지인 초안스님이 석굴암에 움막을 짓고 살 때였다. 큰병을 앓고 있는 거사(남자신도)가 석굴암

에서 요양을 하며 100일기도를 하고 있었다.

 

당시주지 초안스님은 “기도 중에 부정한 일을 하면 절대 안된다”고 엄명을 내렸다. 그런데 그 거사가 돌아오자 샘의 물이

말라버리고 말았다.

 

이후 초안스님과 함께 초막에서 생활하던 거사는 뭔가를 자꾸 몰래 먹는 것이 목격되곤 했다. 이런 행동은 그가 집을 다녀온 후

였다.  거사의 행동을 수상쩍게 여긴 스님은 처음에는 추궁하지 않고 살피기만 했다.

 

 

그런데 해괴한 일이 일어났다. 사찰 화주를 담당하고 있던 윤 보살의 꿈에 마른 뱀이 우물 위 허공에서 또아리를 틀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이상한 꿈이람. 필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해.”

윤 보살은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초안스님에게 전했다. 초안스님은 그 거사를 불렀다.

 

“거사님은 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어요. 빨리 숨기지 말고 낱낱이 이야기해 보세요.”  그러자 거사가 이실직고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제가 집에 갔는데 형수가 몸에 좋다고 하면서 먹으라고 했는데 그게 뱀을 말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절에 가져와서 몰래 먹었는데….”

 

초안스님은 조용히 거사를 타일렀다. “거사님. 그런 부정한 것을 드시면 몸이 건강해지지 않아요.

그 원혼이 오히려 거사님의 건강을 해칠 겁니다. 그러니 그 음식을 버리시고 절을 내려가 주세요.”

 

절을 내려간 그 거사는 지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뜨고 말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는 뒤에도 석굴암의 우물은 부정한 일이 생기거나 몸가짐이 바르지 못한 신도가 오면 마르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사람들은 이런 신이(神異)한 일을 두고 “나한님이 신통력으로 알아보고 조화를 부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3번째

한국전쟁이 끝난 지 오래지 않은 1950년대 중반의 일이다. 당시 주지 초안스님이 석굴암에 움막을 짓고 석굴암 중창발원

천일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어느날 마을에서 3명의 노인이 절을 찾아와 기도를 하겠다고 했다. 당시 스님은 변변한 옷이 없어 군복을 입고 지낼 만큼 궁핍했

다.  당시 석굴암은 너무 좁아 서너명 밖에 들어갈 수 없었다.

스님은 절에 기도하러 온 불자를 내칠 수도 없어 신도 3명을 석굴에 들어가게 하고 자신은 밖에서 염불을 했다.

 

신기한 일은 사시마지 시간에 일어났다. 원래 나한님은 생식(生食)을 하기에 공양그릇에는 생쌀이 올려졌다.

 

그런 것을 모르고 신도들은 스님의 정성을 험담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게으르면 나한님께 생쌀을 올려. 우리라도 나가서 밥을 따뜻하게 지어 올리자.”

 

그런데 스님의 불공이 끝나갈 때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그릇안에 있던 생쌀이 나한님의 입에 붙어있는 것이었다.

세명의 신도들은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나한님이 쌀을 드시고 있잖아.” 깜짝 놀란 신도들은 밖으로 나와 이 일을 스님에게

알렸다.

 

초안스님은 급히 석굴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생쌀이 나한님 입과 가슴, 무릎에 붙어 있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마을과 인근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오봉산 석굴암 나한님은 생쌀을 드신데….”  신비한 소문을 들은 기도객들은 석굴암으로 공양미를 가져다 놓기 시작했고 1000일기도도 원만하게 회향돼 요사채와 삼성각 불사도 성취하게 됐다.

 

 *여태동 기자 

 

 찾아가는 길 /

1)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어느쪽에서 가든지 의정부나 고양을 지나 송추나들목에서 나와 북한산성 쪽으로 1.3Km 내려오면 석굴암 이정표가 보인다.

***그쪽으로 들어오면 군부대가 나오는데 여기서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오면 된다.

 

2) 서울쪽에서 갈때는 지하철 3호선 방향인 불광이나 구파발을 지나 북한산성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3) 대중교통을 이용할때는 구파발에서 34번이나 704번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 쪽으로 들어와 오봉산 석굴암 입구에 내려 3.6㎞

   정도 걸어 들어오면 된다.

 

참고자료 및 도움: 오봉산 석굴암 홈페이지, 석굴암 주지 도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