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템플스테이와 부처님이야기

그대 지친마음, 단풍계곡에 내려놓으시게… 가야산 해인사

백련암 2009. 12. 1. 16:19

해인사와 홍류동 계곡

해인사 일주문

 

해인사 해인도

 

◈그대 지친마음, 단풍계곡에 내려놓으시게…

  

농산정-일주문 4Km 가을단풍 ‘황홀’

 

 최치원 송시열 詩興 곳곳에 묻어나

 

 

농산정(籠山亭)

 

 

 

합천 해인사 매표소를 지나 왼쪽 계곡 건너편엔 ‘농산정(籠山亭)’이라 불리는 정자가 있다.

여기서 해인사 일주문까지 10리길(4km), 가야산 남쪽으로 흐르는 계곡이 홍류동(紅流洞)이다.

가을단풍이 워낙 붉어 계곡물마저 붉게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

홍류동 계곡따라 융단처럼 깔린 단풍에 취해 걷는다. 가야산 기암절벽과 단풍절경이 일품인 가을녘 해인사에서 하룻밤쯤

쉬어 가면 어떨까. 홍류동 계곡에 얽힌 해인사 템플스테이 이야기 속으로 출발.

 

 

 

 

 

수백년 됨직한 노송들과 어우러진 단풍길, 홍류동 계곡은 불그레한 물빛에 가슴이 저릿하다. 아직 단풍이 온전치 않지만 10월말부턴 계곡물에 불붙으리라.

홍류동 계곡길을 무심히 걷다보면 이곳서 말년을 살다간 고운 최치원(857~?)이 떠오른다.

홍류동 물소리에 세상 시름 잊고 오로지 바둑과 차(茶)를 벗하며 살았던 그는 갓과 신발만을 남겨둔 채 자취를 감췄다는 전설

속 주인공이다. 신라말 정치적 혼란과 뿌리깊은 신분제의 차별 속에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었던 시대의 불운아였던 고운에게

홍류동은 방랑의 종착지이자 마음의 쉼터였다.

 

가야산의 거친 산세와 홍류동의 아름다움에 취한 그가 남긴 시 한편.

 

‘스님 그대 청산이 좋다고 말하지 말라/

정녕 산이 좋다면 어찌 다시 산에서 나오는가/

두고보라, 다른 날의 내 종적을/

한번 청산에 들어가서는 다시는 나오지 않음을’(‘入山詩’ 전문)

 

민중의 지도자 황소를 쳐부수라던 지식인 최치원의 현란한 장광설이 뚝뚝 묻어나는 절창의 입산시다.

다시 세상을 주유하며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겠다는 역설과 과장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그의 시대는 갔고 즐겨찾던 홍류동에 신선의 자취로만 남을 운명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가 홍류동 농산정에 앉아 시를 짓고 후학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하니, 1100년이 지난 지금도 정자 한켠엔 그의 채취가 남아있는 듯 하다.

 

경남문화재자료 제172호로 등록된 농산정은 고운 선생의 후손과 유림에 의해 1936년 중수됐다고 전한다.

 

 

 

 ‘홍류동 예찬’은 농산정 맞은편에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지은 시 속에 더욱 강하게 새겨져 있다.

‘첩첩산을 호령하며 미친듯이 쏟아지는 물소리에(狂噴疊石吼重巒) 사람의 소리는 지척 사이에도 분간하기 어렵네(人語難分咫尺間)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까 두려워(常恐是非聲倒耳) 흐르는 물소리로 산을 모두  귀먹게 하는구나(故敎流水盡籠山)’ 곡예

하듯 바위틈을 넘나드는 홍류동 물줄기는 어떤 이가 보면 노래가락 절로 나와 흥을 돋우고, 다른 이가 보면 구슬픈 울음소리로 들린다.

홍류동 계곡이 다하고 이제 곧 해인사 일주문. 장엄한 해인총림의 선기(禪氣)는 우측에 봉안돼 있는 성철스님을 비롯 역대 고승들의 부도와 탑비에 아련하게 서려 있다.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대덕스님들의 법력을 찬탄하는 듯, 울긋불긋한 단풍은 불꽃처럼 피어오른다.

홍류동 10리길 끝에 자리잡은 해인총림 법보종찰 해인사. 고고한 수행가풍이 천년세월 면면히 이어져온 청정수행도량이다.

신라 애장왕 3년(서기 802년) 순응.이정스님이 창건한 고찰이다.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인 장경판전과 세계기록유산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는 ‘법보종찰’이다.

땅의 기운이 해동제일이며 깨달음의 산이란 뜻을 가진 가야산 700m고지에 위치한 한국불교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불교성지다.

사시사철 약 500여 명의 스님들이 참선수행과 불경 등을 수학하고 있는 해인사엔 23개의 산내암자가 있다.

남다른 재주를 품고 있음에도 세상에 제대로 쓰이거나 인정받지 못한 최치원을 다시 생각한다.

 

말년 자작시 ‘새벽에 홀로 깨어’의 한 대목이다.

 

‘만고의 자연이 만든 모습/

사람이 갈고닦은 것보다 나아/

높고 높은 꼭대기에 푸른 소라처럼 섰구나/

계곡 물살 따위야 영영 범접할 수 없고/

한가로운 구름만이 자주 스쳐가네<후략>’

홍류동 물길따라 느릿느릿 걸으며 싯귀 한줄 읊조리는 이 가을날, 해인사서 하룻밤 꿈에 푹 빠져보면 어떨까.  

 

해인사 ‘방하착’ 템플스테이는…

 

  철저히 ‘쉼과 포행’으로 구성

 

 스님과 차담하며 고민도 해결

 

방하착(放下着)은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이는 모든 불교수행의 핵심. 근심과 곤란 그 자체를 놓아버릴 수 있어야 한다. 붙잡고 있으면 얽매이는 법. 

진정 모든 것을 놓았을 때 이전에 지어온 모든 업장은 자연스레 녹는다.

세상 모든 문제에 밖을 탓하지 말고 오직 나의 문제로 돌릴 줄 아는 법을 ‘해인사 방하착 템플스테이’는 알려준다.  

 

해인사 템플스테이는 철저히 쉼과 포행으로 이뤄진다. 예불과 발우공양을 원칙으로 한다.

오전에는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비롯한 경내 문화재들을 둘러보고 해인도를 직접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오후에는 암자순례나 가야산 산행으로 진행된다. 백련암 원당암 지족암 등 해인사 산내 암자를 순례하는 코스는 어떠한

수행프로그램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인기를 누린다.

 

이외에도 토.일요일을 이용한 주말 템플스테이가 있다.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하네’라는 주제로 ‘천수경 독송’, ‘홍류동

참선’ ‘숲길 명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해인사의 천년넘은 고목

 

 

가야산 해인사 및 암자 코스별 걷는 길

 

1코스 - 비로전(보경당), 대적광전, 법보전 기도 동참

 

 

2코스 - 문화유산순례 해인사 종합홍보관 영상물 시청, 통일신라 동형쌍불 목조비로자나 부처님,

세계유산 팔만대장경, 해인사 순례 2시간 소요

 

3코스 - 동쪽 암자 순례. 지족암, 희랑대, 백련암, 국일암, 약수암 3시간 소요

 

4코스 - 서쪽 암자 순례. 용탑선원, 홍제암, 원당암, 금선암, 삼선암, 보현암 2시간 소요

 

5코스 - 차를 타고 청량사, 길상암, 해인사성보박물관, 고불암 2시간 소요

 

6코스 - 가야산 순례 3시간 소요

 

7코스 - 가족과 함께 쉬어가는 곳 해인사 비림, 고암스님 사리탑, 최치원 농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