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템플스테이와 부처님이야기

보조국사, ‘흙다리’로 지역민과 소통하다 = 순천 송광사(승보사찰)

백련암 2009. 12. 6. 23:42

송광사와 토성7교

순천송광사 일주문

일주문을 지나 사찰로 들어서는 ‘길’. 냇물 소리에 마음을 씻어내고 산사로 들어서면 장엄한 화엄세계가 열린다.

 

 

 약수

▲구시통

‘길’. ‘템플스테이 이야기’ 연재 기간동안 머리에 담겨 있던 화두였다.
취재를 위해 길을 떠나면서, 산사를 찾아 길을 오르면서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이 걸었던 길을 떠올리곤
했다. 길에서 태어나서 길에서 열반에 든 부처님은 ‘길’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려 하셨던 것일까.
 
 
                                 보조국사, ‘흙다리’로 지역민과 소통하다
  
                                                  도력으로 칡넝쿨 걷어내고 7橋 조성
 
                                         현재는 골프장 들어서서 흔적만 남아
  
 
승보사찰 송광사는 많은 문화유적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찰이다.
경내로 들어서는 홍교 아래 엽전을 달아 둔 사연에서,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내가 다시 이 세상에 오는 날 꽃을 피울 것’이라며 세웠다는 ‘꽃 피지 않는 나무’, 영가들이 천도재에 참석하기 전에 쉬어가는 전각 세월각(여자 영가 숙소).척주당(남자 영가 숙소) 등 무궁한 이야기 거리가 있다.  너무 많아 지면에 담기에는 불가능하고, 단행본으로 엮으면 그럭저럭 소화할 수 있을까.
 
그 모든 것을 제치고 ‘길’을 택한 것은 송광사 토성7교를 소개하고 싶어서였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이야기가 담긴 토성7교는 불교가 우리나라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길이다.

아쉬운 것은 지금은 그 자리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겨우 흔적만 남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쩌랴. 길이란 것이 인간의 편리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고, 사라졌다가 또 생겨나기도 하는 물건인 것을...

 

☆천도재를 앞둔 영가들이 마음을 닦는 전각, 세월각(왼쪽)과 척주당.<볼거리>
 
“선암 송광 구경하여/ 토성7교 구경하여/ 명경다리 건너가서/ 아미산 절 구경가자.”
 
송광사 인근에 위치한 주암면 복다마을에 전해오는 노래다. 이 마을에는 아미산이 위치하고 있다.
 아미사가 위치하고 있어 산 지명이 아미산이 됐는데, 아미사와 송광사를 잇던 흙길이 바로 토성7교다.
 
이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송광사를 중창하려고 왔는데 송광사는 이미 도적들의 소굴로 전락해 있었다.
이를 본 보조국사가 도력으로 도적떼를 굴복시키고 이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지금의 토성7교자리를 지났다.

그런데 그곳은 칡넝쿨이 우거지고 길이 험했다. 이에 도력으로 칡넝쿨을 걷어내고, 소맷자락에 흙을 담아 흘리고 가자 그 흔적을 따라 7교가 됐다고 한다. 그 이후로 토성7교의 길이만큼 실을 재어 수의를 만들어 입으면 죽어서 극락에 태어난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마을주민들에게 전해오는 토성7교의 이야기는 보조국사의 중생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도로가 생기기 전, 주민들에게 있어서 토성7교는 매우 고마운 존재였다.
토성7교 인근에는 인공으로 조성한 큰 저수지가 있다. 복다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저수지다.

7교는 저수지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외부로 농산물을 실어나르며 소통하는 길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흉년이 들거나 빈곤기가 되면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주민들을 불러모아 길을 보수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사찰이 저장하고

있는 쌀을 나눠줬다고 한다. 토성7교를 쌓은 흙이 마치 체로 걸러낸 듯 부드러운 흙인 점도 한 사람이라도 더 쌀을 얻어갈

있도록 많은 노동력을 사용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송광사에서 마을을 지나 아미산으로, 그리고 다른 마을로 이어주는 소통의 길. 일거리가 없어 굶주려야 하던 중생을 살리던 생명의 길. 곧 불교가 추구하는 길의 형태가 아니던가.
 
그 길은 2002년 파인힐스 골프장 건립과정에서 파헤쳐졌고, 지금은 7교 가운데 한곳만 남아 그 역사를 전하고 있다. 7교를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애쓰던 복다마을 사람들은 심한 허탈감을 느끼며 땅을 골프장에 내줘야 했고, 저수지는 골프장 연못으로 탈바꿈됐다. 7교는 그야말로 전설과 역사로 묻히게 됐다.
 
송광사를 지나는 길에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 그 길을 한번 찾아보길 권한다.
저 멀리 아미산으로 가는 길 끝자락, 나지막한 언덕이 한 곳 남은 7교의 흔적이다.
그 길에 담긴 보조국사의 마음이 곧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불교의 길이다.

 

송광사 전경 

 
송광사=안직수 기자  
 
■ 송광사 템플스테이는…
 
예불 및 공양 참가, 스님과의 대화, 송광사 문화답사, 암자순례. 아주 단순하면서 짜임새있는 송광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다.

 

짜임새 있는 휴식형 
새해 해맞이도 마련
 
송광사는 많은 전각과 스님이 상주하고 있다.
그래서 그 속에서 번잡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보다 사찰의 일상에 같이 참여하며 천천히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또 템플스테이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휴식형 템플스테이기 때문이다.
 
한편 송광사는 오는 12월31일 2010년 새해맞이 특별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31일 오후3시부터 열리며 1월1일 오전5시 조계산 등산을 시작해 대장봉에서 해맞이법회를 갖고 하산하게 된다.

 

 

사자루 뒷편

  
송광사 : www.songgwangsa.org
 
문의 : (061)755-0107~9(담당:포교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