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와 은행나무 |
1100년 수령의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대웅전 오르는 길 입구에 자리하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먹을거리가 빈곤했던 시대에 호두와 잣, 은행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겨울을 지내는데 꼭 필요한 '곡식’이었다. 특히 은행에는 글로불린을 비롯해 단백질, 지방, 칼슘, 단백질, 인, 철분, 펙틴, 비타민 A, B1, B2등이 들어 있어서 부족한 영양분을 채울 수 있는 음식이었다. 은행은 또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천년고찰 지켜온 천년木에 내마음 기댈까”
국내 최고령 유실수 은행나무 ‘장관’
야생초로 가꾼 맨발산책로 독특
템플스테이 사찰인 용문사의 1100년 수령 은행나무를 지난 10월28일 찾아갔다. 짙은 빨강의 단풍나무와 노란색의 은행잎은 우리나라의 가을을 상징하는 빛깔이다. 가을 산사는 들어가는 초입부터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떨군 잎으로 노랗게 깔려 있었다. 한쪽은 산길을 따라 사찰까지 가는 ‘숲속의 산책길’ 이고, 다른 한길은 야생화를 보며 걷는 불랫길이다. 두 길 가운데 어느 길을 따라가던지 1km 정도 가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통해 만나게 돼 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외웠던 로버트 E.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며 발길을 옮겼다. ‘길은 서로 이어져 있기에 오랜 여행을 하면 만날 것이지만, 우리는 그 길을 다 돌아보지 못하는 존재구나. 그런데 은행나무는 1100년을 살았지만 한자리에만 노란 숲길을 만들어 낼 뿐이니 누가 더 행복한 존재인가.’ 생각을 하면서. 오히려 산을 오르는 길을 따라 조성한 백문동과 구절초를 감상하며, 물이 흐르는 돌길을 맨발로 걸어오르는 이색 체험이 더욱 눈에 간다. 아름답다. 심장병 등에 약재로 쓰인다.
‘작은 국화꽃’으로 불리는 구절초는 9월에 하얀색 꽃을 피우는 우리나라의 자생초다. 위장병과 부인 냉증에 약재로 쓰인다. 2억 8000만년 전인 고생대 이첩기 화석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때는 국내 최고령 유실수인 용문사 은행나무가 1100년 수령인 것으로 미뤄 통일신라 이전에 스님들이 씨를 가져와 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은행나무를 공손수(公孫樹)라고도 부른다. 할아버지가 심으면 손자가 그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는데, 실제로 최소 20년이 지나야 은행열매가 열린다. 가을을 물들이는 나무지만, 후각에는 그리 유쾌하지만 않다. 열매를 싸고 있는 외종피가 ‘구리구리’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또 알러지 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산길 곳곳에 쭉쭉 뻗은 소나무의 녹색과 더불어 봄에는 자주색 맥문동이, 초가을이면 흰색과 연분홍의 구절초가,
늦가을이면 짙은 노랑의 은행나무가 산사를 덮는다. 또 열매는 모두 인간을 이롭게 하는 천연약재다. 비로소 용문사가 깊은 산사라는 것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곳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이야기 거리를 담아보자. 도화지를 가져가 그림을 그려도 좋겠다. 물감은 자연에서 색을 채취해 사용하면 어떨는지.
주말과 주중, 1년 내내 개방된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주말의 경우 오후2시 사찰 안내를 시작으로 기본 불교예절 습의, 저녁공양, 타종체험, 차담으로 진행되며, 새벽예불, 울력, 산행 등으로 진행된다. 주중에는 새벽예불과 공양시간만 지키면 되고, 이외에는 휴식형으로 진행된다.
용문산 정상까지 3.5km 거리라 산행을 다녀와도 좋다. 비용은 2일에 성인 4만원, 청소년 3만원. 등산을 위해 운동화를 필히 준비해야 한다. 용문사는… 대웅보전을 중창한 이후 수많은 중창이 진행됐으나, 1907년 순종 원년 일본군이 “의병의 본거지”라며 전소시켰다. 1938년 태욱스님이 대웅전, 어실각, 노전, 칠성각, 기념각, 요사채 등을 중건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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