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진주에 가면 송보살이라고 내가 어려서 봤는데 길가에 다니다가 만나서 우리가 "어디 가십니까?" 인사를 하면 "응"하고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가기만 하는 그런 여자가 한 분 있었습니다.
나도 평생에 염불해서 이런 좋은 수가 있지 않느냐. 구십장수(九十長壽)도 하고, 병 안 앓고, 꼬부러지지도 안하고, 그리고 가는 날짜 알고 내가 지금 말만 떨어지면 간다. 곧 갈 시간이 되었어. 이러니 너희들도 그랬으면 좀 좋겠느냐.
두 달이고 일 년이고 드러누워 똥을 받아 내고 이래 놓으면 그 무슨 꼴이냐. 너희한테도 빌어먹을 것도 못 벌어먹고 모자간에 서로 정도 떨어지고 얼마나 나쁘냐. 부디 신심으로 염불도 하고 부디 그렇게 해라."
- 청담(淸潭, 1902-19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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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선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종정 등을 지낸 분으로
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禪僧)이라 할 수 있다.
이 일화의 영향이었는지 모르지만,
1968년 당신의 속가 부인에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권하는 간곡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앞의 법문과 비교하여 읽으면 청담선사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음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대도성보살 귀하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그 동안 염불공부 잘하셔서 죽을 때에 귀신한테 끌려서 삼악도로 가지 아니하고 극락세계의 아미타불님 회상으로 가실 자신이 섰습니까?
모진 병 앓고 똥이나 싸버리고 정신없이 잡귀신들에게 끌려가서 무주 고혼이 되어서 밤낮으로 울고 천만겁으로 돌아다니면서 물 한그릇도 못 얻어먹는 불쌍한 도깨비귀신이나 면해야 될 것 아닙니까?
다 늙어서 서산에 걸린 해와 같이 금방 쏙 넘어가게 될 형편이 아닙니까?
살림걱정, 아이들 걱정 이 걱정 저 걱정 다 해봐야 보살에게는 쓸데없는 헛걱정이오 죄업만 두터워질 뿐이니 다 제쳐놓고 염불공부나 부지런히 하시오. 앞날이 급하지 않습니까?
부디 쓸데없는 망상은 다 버리시고 염불만 부지런히 하셔야 하지요. 곧 떠나게 된 인간들이 제 늙은 줄도 모르고 망상만 피우고 업만 지으면 만겁의 고생을 어찌 다 감당할 것이오?
극락세계만 가놓으면 우리가 만날 사람은 다 만날 수 있을 것이 아닙니까?
다 집어치우고 자나깨나 나무아미타불, 급했습니다.
부탁입니다. 절하고 빕니다.
늙은 중 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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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불의의 사고로 열반하게 되리란 걸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청담선사의 편지는 간절함이 묻어나온다.
그리고 앞의 송 선덕화 보살에 대한 법문에서는 염불을 '정신집중'으로 이해했던 것에 비하여
만년에 작성한 편지의 내용에서는 '극락왕생'을 확실하게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런 믿음 없이 염불한다면 그것은 정신집중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불보살의 본원력을 믿고 할 경우 그것은 단순한 집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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