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과 영혼의 말씀

[스크랩] 청담(淸潭)선사의 정토법문과 수행 권유

백련암 2011. 4. 4. 01:58

 

 

 

 

경상남도 진주에 가면 송보살이라고 내가 어려서 봤는데 길가에 다니다가 만나서 우리가 "어디 가십니까?" 인사를 하면 "응"하고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가기만 하는 그런 여자가 한 분 있었습니다.

내가 중이 된 뒤 그이가 거진 90살이나 살다가 돌아가셨는데, 그 집이 가난한 살림인데 절에 불공이 있으면 와서 거들어 주고 떡 부수러기나 얻어다 아이들 먹이는 이런 형편입니다.

그렇게 가난하게 살면서도 염불을 자나깨나 하고 있는 그런 보살입니다. 그 분이 돌아가신 뒤에 내가 진주에 가 보니까 시내 연화사(蓮華寺) 포교당(布敎堂)에 낮설은 탑이 하나 생긴 것을 보고 "이게 무슨 탑이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애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 송보살이 자기가 죽기 나흘 전에 진주 신도 다 찾아 보면서 "내가 나흘 뒤 저녁을 먹고서 어둑해질 때 가겠으니 부디 염불 잘 하십시오. 나는 먼저 극락세계 가니까 같이 거기 가서 만납니다." 이런 인사를 하고 다니는데, 사람들은 아마 나이가 하도 많은 노인이라 망녕이 들어서 정신이 좀 이상해진 것 같다고 모두 곧이 듣지를 않고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먹고 나서 손자고 누구고 식구들을 아무데도 못가게 하고는 불러 앉혀 놓더니 "내가 오늘 저녁때 해질 무렵에 간다. 너희들은 부디 딴 짓 하지마라, 극락도 있는 거고 천당도 있고 지옥도 있는 줄 알고 또 사람이 부처가 되는 법이 있으니 잘 명심하고 신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당부를 하더라는 겁니다.

일념으로 마음이 통일이 되어 놓으니까 그 무식한 노인이지마는 밝은 마음의 혜(慧)가 열려서 무얼 알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니까 가서 물 데워 오라고 해서 목욕을 하고 그리고 새옷으로 갈아 입고는 "너희들 밥 먹고 나서 아무데도 가지 마라. 저녁 일찍 해 먹으라"는 겁니다.


그래서 식구들은 할머니가 뭐 정신이 돌았거나 망녕이 든 것 같지도 않게 태연하고 엄숙하니까, 행여나 싶어서 식구들이 모두 시키는 대로 저녁 일찍 해 먹고 모두 아이들도 못나가게 하고 그랬는데,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요를 펴라고 해서 요를 펴니까 요 위에 앉아서 또 얘기를 합니다.

"이 세상이 다 무상(無常)하고 여기는 고해(苦海)고 불 붙은 집이고 그러니 아예 방심하지 말고 네 일좀 해야지 맨날 육체, 몸뚱이 그렇게 가꾸어 줘봐야 갈 때는 헛수고했다고 인사도 안하고 나를 배반하고 가는 놈이며, 몸뚱이라는건 그런 무정한 놈이니 그 놈만 위해서 그렇게 살지 말아라.

 

나도 평생에 염불해서 이런 좋은 수가 있지 않느냐. 구십장수(九十長壽)도 하고, 병 안 앓고, 꼬부러지지도 안하고, 그리고 가는 날짜 알고 내가 지금 말만 떨어지면 간다. 곧 갈 시간이 되었어. 이러니 너희들도 그랬으면 좀 좋겠느냐.

 

두 달이고 일 년이고 드러누워 똥을 받아 내고 이래 놓으면 그 무슨 꼴이냐. 너희한테도 빌어먹을 것도 못 벌어먹고 모자간에 서로 정도 떨어지고 얼마나 나쁘냐. 부디 신심으로 염불도 하고 부디 그렇게 해라."


이렇게 말한 뒤 살며시 눕더니 사르르 잠든 것처럼 가 버렸는데 그리고 얼마 있다가 그만 그 집에서 광장히 좋은 향내가 나고 또 조금 있으니 서쪽을 향해서 환히 서기방광을 해서 소방대가 불났다고 동원이 되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불교 신도들이 이 소문을 듣고 송보살이 예언한대로 돌아갔다, 열반을 했다, 이래 가지고 진주 신도라는 신도는 수천 명이 모여 와서 송장에 대해서도 부처님같이 생각하고 무수배례(無數拜禮)하고 마당에서 길에서 뜰에서 신도들이 꽉 차게 모여 가지고 절도 하고 돈도 내고 이래서 장사를 아주 굉장하게 화장으로 지내는데 사리가 나와서 사리탑을 지어 모셔 놓은 것이 연화사에 있는 낯선 저 탑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무아미타불, 나미아미타불' 그것만 불러도 이렇게 됩니다. 아무 뜻도 모르고 극락세계 갈 거라고 그것만 해도 공덕이 되고 정신통일이 되어 혜(慧)도 열립니다.

 

- 청담(淸潭, 1902-1971) - 

 

 

 

청담선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종정 등을 지낸 분으로

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禪僧)이라 할 수 있다.

 

이 일화의 영향이었는지 모르지만,

1968년 당신의 속가 부인에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권하는 간곡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앞의 법문과 비교하여 읽으면 청담선사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음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대도성보살 귀하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그 동안 염불공부 잘하셔서 죽을 때에 귀신한테 끌려서 삼악도로 가지 아니하고 극락세계의 아미타불님 회상으로 가실 자신이 섰습니까? 

 

모진 병 앓고 똥이나 싸버리고 정신없이 잡귀신들에게 끌려가서 무주 고혼이 되어서 밤낮으로 울고 천만겁으로 돌아다니면서 물 한그릇도 못 얻어먹는 불쌍한 도깨비귀신이나 면해야 될 것 아닙니까? 

 

다 늙어서 서산에 걸린 해와 같이 금방 쏙 넘어가게 될 형편이 아닙니까?

 

살림걱정, 아이들 걱정 이 걱정 저 걱정 다 해봐야 보살에게는 쓸데없는 헛걱정이오 죄업만 두터워질 뿐이니 다 제쳐놓고 염불공부나 부지런히 하시오. 앞날이 급하지 않습니까?


나나 보살이나 얼마 안있어 우리들이 다 죽어서 업을 따라서 제각기 뿔뿔이 흩어지고 말 것이 아닙니까? 

 

부디 쓸데없는 망상은 다 버리시고 염불만 부지런히 하셔야 하지요. 곧 떠나게 된 인간들이 제 늙은 줄도 모르고 망상만 피우고 업만 지으면 만겁의 고생을 어찌 다 감당할 것이오? 

 

극락세계만 가놓으면 우리가 만날 사람은 다 만날 수 있을 것이 아닙니까?

 

다 집어치우고 자나깨나 나무아미타불, 급했습니다.

 

부탁입니다. 절하고 빕니다. 

 

늙은 중 합장  
 
 

 

 

1971년 불의의 사고로 열반하게 되리란 걸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청담선사의 편지는 간절함이 묻어나온다.

 

그리고 앞의 송 선덕화 보살에 대한 법문에서는 염불을 '정신집중'으로 이해했던 것에 비하여

만년에 작성한 편지의 내용에서는 '극락왕생'을 확실하게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런 믿음 없이 염불한다면 그것은 정신집중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불보살의 본원력을 믿고 할 경우 그것은 단순한 집중이 아니다.

출처 : 큰수레(大乘)
글쓴이 : 큰수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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