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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山이 유혹해도 안전부터… 겨울철 산행 이것만은 꼭 지키자. 등산 배낭꾸리기 정석

백련암 2011. 12. 8. 02:58

 

◈엄홍길 대장에게 배우는 등산배낭 꾸리기 정석
 
◇가벼운 것부터 밑에 넣고 무게 나가는 물건일 수록 등판 가까이 위쪽으로

 

◎무엇을 넣어야 할까?

본격적인 배낭 꾸리기에 앞서 초보 등산가들이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필수 품목에 대한 목록 작성이다.

등산할 때 챙겨가는 물건들은 건강이나 안전과 직결된다. 그러므로 일부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모두를 가져가야 한다.

이것들은 엄 대장이 히말라야 최고봉에 오를 때나 집 앞 도봉산에 오를 때 항상 챙기는 물품들이기도 하다.

첫째,

당일 일정으로 가까운 산을 오를 때. 우선 바람막이용 재킷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일교차심한 봄에는 더욱 그렇다.

따뜻한 봄날이라도 산에 오르면 기온이 내려간다. 게다가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윈드재킷 한 벌은 반드시

배낭에 넣어둬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의 경우 여벌의 티셔츠 등을 챙겨가는 것도 좋다.

젖은 옷을 장시간 입으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이 필요하다. 산행 중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이를테면

오이 토마토 초콜릿 사탕 같은 것들도 만약을 대비해 넣어가야 한다.

둘째,

산에서 1박 이상을 할 때. 당연히 필요한 물건이 많아진다. 산장에서 자는 경우는 예외지만 텐트 침낭 매트리스(바닥 냉기 차단)는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밥을 먹으려면 버너 코펠 가스 등 취사도구도 필요하다. 여벌로 갈아입을 옷은 위아래 모두 준비하고 장갑도

가능하면 낮밤으로 바꿔 낄 수 있게 두꺼운 것과 얇은 것을 함께 가져간다. 밤 산행을 할 수 있으니 헤드랜턴(또는 손전등)도 구비해야

한다. 보온병과 다목적칼도 산에서는 무척 유용하다. 혹시 비가 올 때를 대비해 판초우의도 챙기자. 배낭까지 전체를 덮을 수 있는 것이 좋다.

참 많긴 하다. 엄 대장도 인정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짐이 많다고 함부로 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이제 공간배치의 마술을 배워볼 때다.

 

 

◎ 어떻게 꾸려야 할까?

사람들은 '안정감'의 개념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무거운 것은 아래, 가벼운 것은 위에 있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닥에 내려놓는 짐의 경우에는 그 말이 맞다. 그러나 사람이 직접 메고 가는 배낭에까지 이런 생각을 적용해선 곤란하다.

잘못된 짐 싸기는 즐거운 산행을 극기훈련으로 만들어버린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해'라며 이를 앙다무는 사람 중 상당수는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주목하자. 평생을 산과 함께한 엄 대장의 배낭 싸기 노하우를 단번에 내것으로 만들 절호의 기회니까.

기본원칙은 간단하다. 무거운 물건은 위쪽, 가벼운 물건은 아래쪽이다. 그리고 무거운 물건은 등과 붙는 쪽에, 가벼운 물건은 등과 먼

쪽에 배치하라. 배낭은 어깨로 메고, 등으로 받치는 물건이다. 그러니 무거운 물건이 어깨와 등에 가까운 곳에 있어야 힘이 덜 든다.

무거운 짐이 몸과 떨어진 곳에서 대롱거리면 훨씬 더 힘이 들지 않겠는가. 이해가 되는가? 그럼 이제 외워야 할 차례다.

문제를 풀려면 수학공식을 외워야 하는 것처럼.

배낭은 보통 몸체 부분과 상단 덮개 부분으로 나뉜다. 상단 덮개의 주머니는 수시로 꺼냈다 넣었다 해야 하는 헤드랜턴 모자 장갑 등의

자리다. 몸체 양쪽에 있는 망사주머니에는 물병과 간단한 행동식이 들어간다. 이런 곳들은 무게보다 편의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몸체 부분에는 철저히 무게에 따라 물건을 배치한다. 일단 맨 위에서부터 맨 아래까지를 5등분해 파트 1∼5로 이름 붙인다.

맨 윗부분인 '파트 1'의 등 쪽은 가장 무거운 물건의 차지다. 암벽등반 장비 같은 철제 제품들이 그에 해당한다. 윗부분의 바깥쪽에는

보온병 등 무게가 조금 덜 나가는 것을 배치한다.

버너와 코펠 등 취사도구는 '파트 3'에 넣으면 된다. 그러면 '파트 2'에는 어떤 물건이 들어갈까. 기본원칙을 깨고 보온용 재킷 등 의류

를 넣는 게 적절하다. 원칙을 따른다고 배낭 위쪽에 무거운 것만 배치하면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물건들 사이에 가볍고  딱딱하지 않은 의류를 넣으면 무게를 분산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완충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래쪽인 '파트 4'에는 속옷이나 갈아입을 옷 등을, '파트 5'에는 침낭을 넣으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배낭을 싸면 똑같은 20kg의 무게라도 15kg짜리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반대로 마구잡이로 물건을 쑤셔 넣으면 본래

무게보다 더 무거운 25kg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엄 대장이 초보들에게 조언한다.

"배낭은 겉(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안이 더 중요합니다. 꼭 필요한 것을 배낭에 얼마나 잘 분배해서 집어넣느냐에 따라 등산의 즐거움이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거든요."

 

◎보너스 팁 세 가지

사실 '배낭 싸기 요령'은 딱 한마디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엄 대장의 입에선 꼭 알아둘 만한 정보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하나가 '잡주머니 활용'이다. 배낭 싸기 방식을 아무리 잘 따른다 해도 이동을 하다 보면, 또 배낭을 한두 번 뒤지다 보면 물건들의

위치가 섞이기 마련이다.

겉옷은 겉옷끼리, 속옷은 속옷끼리, 취사도구는 취사도구끼리 한 주머니에 싸두면 그럴 걱정이 없다. 양말 한 켤레를 찾겠다고 온 가방

을 뒤지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잡주머니가 없다면 비닐봉지에 싸서 넣어도 상관없다.

두 번째 팁은 '대형 비닐을 활용한 배낭 내부 방수처리' 요령이다. 많은 배낭이 생활방수를 표방하고 있지만 갑자기 내린 비에 모든

물건을 지켜내기엔 역부족이다. 의류 등이 젖으면 입을 수도 없지만 당장 무게가 무거워진다. 배낭보다 큰 비닐봉지 하나를 구해 배낭 안에 넣고, 그 안에 물건들을 쌓으면 폭우 속에서도 소지품이 완벽히 보호된다. 특히 여름철 산행 때 적용하면 좋다.

엄 대장의 경우는 눈 위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화물 배낭에 이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다. 바로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기'다. 아무리 가벼운 물건이라도(이를테면 빈 생수병)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게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 미세한 차이는 균형감에도 영향을 줘 산행을 힘들게 만든다.

또 손 하나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돼 험한 길에 들어섰을 때는 위험이 배가된다. 그러니 아무리 가벼운 것이라도 무조건 배낭에

넣는 것이 좋다고 산악인들은 말한다.

그들이 유일하게 손에 들기를 권하는 물건은 등산용 스틱이다. 그것도 하나보다는 양손에 모두 들어야 편하게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자상한 엄 대장이 초보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건넸다.

"봄철은 해빙기입니다. 낙석 위험이 많고, 곳곳에 얼음이 녹아 미끄럽죠. 비상용으로 아이젠을 챙기는 것도 권합니다.

산에 오르다 휴식을 취할 때도 돌이 많은 지역은 피하는 게 좋고요."

초보들이여! 그의 잔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이런 철저함과 세심함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엄홍길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雪山이 유혹해도 안전부터 챙겨야죠… 겨울철 산행 이것만은 꼭 지키자

 

◇적정체온을 유지하라

 

산은 도시와는 달리 기온이 낮고 날씨가 급변한다. 산행 직전 충분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어 심장에 혈류량을 늘려줌으로서 신체를

운동모드로 전환시킨 후 산행을 해야 한다. 아울러 적정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옷을 제때에 벗고 입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출발할 때부터 두꺼운 옷을 입는다. 조금만 걸으면 체온이 올라 옷을 벗어야하는데 대부분 귀찮다고 옷을 벗지 않은 채 산행을 계속한다. 그러다가 휴식을 취할 때 덥다고 옷을 벗고 다시 체온이 내려가면 옷을 껴입은 채 산행을 하게 된다.

이처럼 잘못된 방법으로 계속 산행을 하면 체온조절에 실패해 체력저하로 이어진다.

아울러 러닝셔츠나 팬티 등 면소재 속옷은 절대로 입으면 안 된다. 면은 땀을 잘 흡수하지만 잘 마르지 않는 특성이 있다.

땀을 흡수한 면은 항상 젖어 있어 체열을 빼앗아 저체온증에 빠지기 쉽다. 쉽게 마르고 발열 기능이 있는 기능성 속옷을 입어야 하는 것

은 이 때문이다.

체온조절을 위해 등산복 곳곳에 달려 있는 지퍼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등산복은 상의는 물론 바지에도 지퍼가 달려 있다.

지퍼는 체온을 가둬주거나 지나치게 상승한 신체의 열을 방출하기 쉽도록 하는 역할을 해준다. 지퍼만 잘 활용해도 적정체온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옷을 효율적으로 겹쳐 입는 것도 중요하다. 패딩이나 오리털 의류, 또는 방풍재킷을 입고 산을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몸이 지나치게 더우면 체력이 쉽게 떨어진다. 보온의류는 쉴 때나 움직임이 덜 할 때 입는 옷이다. 방풍재킷도 마찬가지다.

산을 오를 때 보다 바람이 많은 능선을 걷거나 하산길 등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경우에 입는 것이 바른 레이어링 시스템이다.

소품을 잘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여성들은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까봐 모자를 쓰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열손실을 초래한

다. 면으로 만든 야구모자나 선캡은 부적합하므로 모(毛)나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비니(beanie)를 꼭 착용해야 한다.

멀티스카프와 일회용 핫팩 및 손난로도 매우 유용한 소품이다. 우리나라의 눈은 습설이므로 젖지 않게 방수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배낭커버, 스패츠, 아이젠, 스틱은 필수.

 


◇양질의 에너지를 공급하라

 

겨울철 산행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고된 노동이나 마찬가지다. 배낭을 메고 능선을 올라야 하고 요철구간을 만나면 균형도 잡아야 한다. 여기에 쌓인 눈과 거센 바람, 그리고 낮은 온도는 직장생활과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수준의 에너지 섭취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따라서 겨울산행 땐 먹자마자 바로 에너지로 변하는 음식물을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 배가 부르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추운 겨울날 산에서 음식물을 펼쳐놓고 오래 식사를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휴대에 간편하면서 열량도 높고 환경보호에도 일조할 수 있는 빵과 뜨거운 차, 쵸코파이, 초콜릿, 양갱 등이 적당하다. 걸으면서 사탕 등을 섭취하면 에너지를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소화가 잘되지 않는 음식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도시락은 배낭에 넣고 걸으면 흔들려 다져진다. 그러므로 밥, 김밥, 찐달걀, 찰떡 등은 소화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산에서는 급체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식도로 넘어가야 할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기도폐쇄 등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절대 피해야 할 금기식품이다.

특히 겨울산에서의 음주는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한다. 추운 날에 술을 마시면 훈훈해지는 기분이 들어 추위를 덜 느낀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산에서의 음주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비상상황에 대비하라

겨울산은 아름다운 만큼 많은 위험이 따른다. 낙엽이나 눈에 덮여 길을 잃을 수 있으므로 일행과 함께 움직이고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 산행해야 한다. 낮의 길이가 짧아 산행시간도 줄기 때문에 일찍 출발해 일찍 하산해야 한다.

늦은 하산에 대비해 손전등이나 헤드랜턴은 물론 성냥이나 라이터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휴대전화 예비 배터리와 보온의류

및 땅콩 등 비상식도 챙겨야 만약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