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 있는 그곳

너로 인하여 가슴에 그리움이

백련암 2007. 12. 30. 22:03

 

 

 

너로 인하여 가슴에 그리움이
                                       박광순

너를 보았다
꽃밭을 정리하다 촉촉히 젖은 땅위에
떡잎 두개 반짝이며 돋아난 새싹
지난해 이 자리에 무엇이 뿌리내려
살다가 떠났는지 알 수 없었다
분꽃일까? 코스모스일까?


한참을 들여다 보아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싹
일 주일 이 주일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새싹들은 소근대며 날 쳐다본다


찬바람 불어 땅이 얼고 나뭇가지가 소리내 울던
겨울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생명이 살다간 곳에 새 생명을 남기는 것이
대견스럽고 신기하였다
빨리 이름이 불려지길 기다린다
엊그제 온 봄비가 몹시 고맙다
이좁은 곳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가려진 곳 까지
비 뿌려 잠자던 씨앗의 눈 튀워준


너를 보았다
너러 인하여 가슴에 슬픔이 일고
너로 인하여 가슴에 그리움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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