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 있는 그곳

청마 유치환 선생의글

백련암 2007. 12. 9. 17:21

= 그리움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어디를 갔느냐? 사랑하는 것들이여

나도 모를 어느 사이 어디로 다 가 버리고 말았느냐.

그 빛나는 세월과 더불어 그지없이 즐거웁던 나의 노래여

높다란 가지 서느런 매미 울음이여

가벼운 잠자리여. 제비 떼여. 명멸하던 나비의 채색이여

그 벅찬 남풍의 가슴이여

어디로 죄다 자취 없이 사라지고 말았느냐.

 

어느 아침 내 문득 나의 둘레를 살펴 보고

나를 에워 있던 이 모든 것을 기억처럼 사라지곤

아무리 내저어도 닿을 곳 없는

 

크낙한 크낙한 공허 속에 내  홀로 남았음을 보았나니

이제는 발 아래 낙엽만 쌓여 짙어 오고

긴긴 밤을 다시 은총 같은 고독에 우러러 섰다.  

 

 

 

<<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마침네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무량한 안식을 거느린 저녁의 손길이

 집도 새도 나무도 온갖 것을

소리없이 포근히 껴안으며 껴안기며,

 

그리하여 그지없이 안온한 상냥스럼 위에

아슬한 조각달이 거리에 걸리고

등불이 오를고

교회당 종이 고요히 소리를 흩뿌리고.

 

�고 야달품에 꾸겨진 혼 하나

이제 어디메에 숨 지우고 있어도,

 

행복은 이렇게 오더라, 귀를 막고.

 

그리고 외로운 사랑은

또한 그렇게 죽어 가더니라.

 

 

 

- 그리움처럼 비내린다 -

 

그대 가고 내 돈대에 오르다

이미 임실은 적은 배 가버린

창망한 바다 운파(雲波)에 저물고

그 저물음 가운데

따르지 못한 외침 바위되어 남는것.

 

 

* 분토(分土) *

거룩한 분토여

대지를 밟고 가는 계절이

 

여기에도 숨쉬어

 

담겨진 목숨 하나  언제고

먼 들 복사꽃 피는 날을 앓나니

 

더욱 너의 사랑을 이슬 만나

이렇듯 암명(明暗)하는 빛깔

 

그리하여 마침내 개화 다 함녀

다시 엎질러 흙으로 돌려질

 

한개 분()  나의 육신이여! 

 

 

*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도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사랑했으므러 행복 하였네라**

이영도 여사와의 사랑을 그린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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