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의 망월사 대웅전 좌우 보처는 가섭과 아난존자입니다.
숫타니파아타(경집)의 사비야 경에서 우리는 사비야라는 행각(行脚)고행자에 관한 얘기를 접한다.
전생에 사비야의 친척이었던 한 천신이 그에게 나타나서 행각 중에 만나는 고행자나
브라만들에게 이런 이런 질문을 해 보라고 일러준다.
"이 질문들을 대답해 내는 사람 밑에서 모름지기 범행을 닦아야 한다.
"고 천신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옛 스승들의 설에 의하면,
그 천신은 전생에 사비야와 꼭 혈연 관계였다는 뜻은 아니고 도반스님이었는데
사비야의 안녕과 향상을 진정으로 걱정해주기를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하듯이 했기
때문에 경에서 그렇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전생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가섭불(迦葉佛)
세 가문의 아들들이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
그들은 숲속에 살면서 가끔 가까운 도시에 나와서 그곳의 황금탑에 참배하고 법문을 듣곤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잠깐 동안이나마 숲을 비우고 떠나는 것마저도 방해로 여겨져
"숲속의 자신들의 적정한 거처[아란야]를 떠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해서 심해탈(心解脫)
을 이루고 말자"고 합심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최소한의 성취조차 거둘 수가 없었다.
마침내 서로 상의를 했다.
"탁발하러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생에 너무 연연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목숨을 보전하는데 그처럼 급급하다면 어떤 성위(聖位)에도 이르지 못하고 말 것은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범부로 죽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참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니 사다리를 타고 험준한 바위 위에 올라가서 사다리를 밀쳐내 버리고 몸뚱이와 생명을
돌아봄 없이 사문된 도리를 다하기로 하자!"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셋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이가 심성을 잘 타고났기 때문에 바로 그날로 성위에 도달하고
육신통까지 구족하게 되었다.
신통을 써서 하늘로 솟아올라 히말라야 산으로 갔다.
거기서 얻은 공양을 외로운 바위 위에 있는 도반들에게 가지고 왔다.
그러나 이들은 말했다.
"존자시여, 당신의 할 일은 이루어졌습니다. 당신의 공부는 성취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해탈을 못한 우리로서는 당신과 얘기하는 것마저도 시간낭비가 될 뿐입니다.
제발 다시는 여기에 오지 말아 주십시오!"
아무리 해도 벗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을 알자 장로는 떠나갔다.
이삼일이 지나고 나서 둘 중 하나가 불환과 에 이르렀으며 다섯 신통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첫 번째 장로가 했던대로 했으나 셋째에게 공양을 받아드리도록 설득하는데
실패하자 그 역시 떠나갔다.
그러나 세 번째 스님은 줄기찬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높은 단계에도 이를 수가 없었다.
바위에 오른 지 이레째 되던 날 그는 죽어서 욕계천상(慾界天上)에 태어났다.
같은 날 다른 두 스님도 세상을 떴다.
번뇌가 다한 성인은 반열반에 들고, 불환객은 그들의 마지막 존재를 사는 정거천(淨居天)의
최상천에 화생(化生) 했다.
세 도반 중 마지막 사람은 천신으로 태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생을 통해 욕계 육천
을 두루 편력하면서 거기서 누릴 수 있는 갖가지 복을 마음껏 누렸다.
業이 다하자 그는 그 천상 세계를 떠나서, 우리 석가모니 부처님의 시절에 한 여성 고행자의
태 중에 들어가 다시 지상에 태어났다.
그는 사비야라는 이름을 받았고 나이가 되자 집을 나와 떠돌이 고행자가 되었다.
그는 뛰어난 논객(論客)으로 종교적 논쟁에서 일찍이 져 본 일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그와 논쟁하기를 두려워했다.
때마침 사비야 수행시절 도반이었던 저 정거천의 천신의 마음에 사비야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보니 사비야는 이 지상에 부처님이 출현하신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사비야를 부처님과 만날 수 있는 길에 세워주기 위해 그는 경에 나오듯이 몇 가지
질문사항을 가르쳐 주고는 "이 질문들에 능히 대답해 내는 사람 밑에서 수행생활을
영위하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는 사비야에게 부처님에 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만일 사비야가
진정한 구도자라면 다른 고행자나 사제들의 천박함을 보게 될 것이며,
결코 부처님을 확인하는데 실패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만 어떻게 현명한 질문을 잘 던질 수 있는지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경에 나오듯이 사비야는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고, 묻는 족족 해답을 얻었다.
그는 비구가 되었고 곧 성위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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