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붉은 연꽃

백련암 2008. 3. 21. 14:14

                                             

 

                                              은 연꽃

 

한 때 세존께서는 사바티 근처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사리불 존자는 자기에게 계를 받은 한 젊은 비구를 시자로 두었는데,

 

그는 금세공사(金細工師)의 아들이었다.

 

사리불 존자는 생각했다.


`젊은이들의 염처로는 신체의 부정함을 수관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리고는 욕정을 억누르기 위해 부정관을 닦으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그 젊은 비구의 마음은 도대체 그 명상 주제에 친숙해 질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사리불 존자에게 그런 사정을 말씀드렸다.

 

"이것은 저에게 도움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장로는 생각했다.


"젊은이들에겐 이것이 틀림없이 맞을 거야."


그리고는 똑같은 명상주제를 거듭 지시해 주었다.

 

그러나 넉 달 동안 애를 쓰고도 그 비구는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리불은 그를 세존께 데리고 갔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에게 무엇이 적합한 지 알아내는 것은 그대의 능력 범위 밖이오.

 

사리불이여, 그는 부처에게 지도를 받아야만 되는 사람이오."

 

그리고 세존께서는 신통력을 써서 눈부시게 붉은 연을 만들어 젊은 비구의 두 손에

 

놓아주면서 말씀하셨다.

 

"자, 비구여, 사원의 응달진 모래땅에다 이 연을 심어라.

 

그리고 가부좌하고 앉아 그것을 바라보며 `붉다 붉다'하고 생각하라."

 

그 비구는 무려 오백 생 동안 줄곧 금세공사의 가정에 태어났던 것이다.

 

그래서 세존께선 `붉은 대상이 그에게 맞을 것이다.'하고 아셨던 것이다. 

 

그 중은 시키는 데로 했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저 완전한 명상적 몰입의 최고상태인 네 가지 선[四禪]을 차례로

 

성취했다.

 

어떻게나 달통했던지 이 네 가지 선은 차례로 올라가거나 내려오면서 자유자재로 선에

 

들 수 있었다.

 

이제 스승께서 마음으로 의지를 가했다.


`연꽃은 시들어라.!'


명상을 마치고 나자 비구는
그 붉은 연꽃이 시들어 퇴색해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빛나던 형상이 이젠 쇠퇴하여 구겨져 버렸구나!'


거기에서 생생한 무상의 인식을 얻게 되자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시켰다.

 

그리고 이런 무상수관을 계속하여 그는 마침내 깨달았다.


`무상한 것은 고(苦)다. 고(苦)인 것은 자아일 수 없다.'


그러자 그에게는 세 존재계[三界]가 마치 불꽃 속에 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연못이 있었다.

 

소년들이 그 속에 들어가 연꽃을 따서 연못가에 무더기로 쌓고 있었다. 

 

그 중에 아직 물 속에 피어 있는 붉은 연꽃들은 마치 불타는 갈대밭의 널름거리는

 

불꽃같이 보였고,  지는 꽃잎은 지옥 속으로 낙하하는 형상으로 비췄다.

 

또 땅위에 쌓여 있는 꽃 중에서 위에 얹혀 먼저 시든 것들은 꼭 불길에 타다 남은

 

것처럼 보였다.

 

이런 광경에 충격을 받고 그는 생의 과정에 대해 수관했다.

 

그러자 더욱더 삼계가 그에게는 불길 속에 쌓인 집과 같아서 피신처나 안전한 곳이라곤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그때 세존께서 방에 앉아 몸에서 빛을 발하니 광채가 그 비구의 몸 위에까지 뻗쳐 얼굴을

 

덮었다.

 

비구는 쳐다보며 생각했다. `저것은 무엇인가?'


그러자 그것이 마치 세존께서 자기 곁에 와 서서 계신 것처럼 보여졌다.

 

이것을 보자 그 비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 예배했다.


스승은 그의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아시고 
다음과 같이 일깨워 주는 게송을 읊었다.

     마치 연못에 들어가


     연 줄기를 뽑듯


     온갖 욕망을 끊어 버린


     비구는 `차안'도 `피안'도 버린다.


     뱀이 낡은 껍질을 벗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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