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볼품없는 나무

백련암 2008. 3. 21. 14:19

 

 

                                                        볼품없는 나무

 

옛날 베나레스에 한 왕이 살았는데 이름은 브라흐마닷타라 했다.

 

그는 넉 달에 한번씩 꼭 코끼리를 타고 왕실 공원으로 가서 연회도 열면서 떠들썩하게

 

즐기는 버릇이 있었다.

 

어느 여름날 그가 공원에 갔을 때 입구에 서 있는 흑단 나무에 꽃이 만발하고 잎이

 

무성한 것을 보고 무심히 꽃 한 송이를 꺾어 들고 공원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뒤따라오던 아첨꾼 신하는 `이 꽃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에 왕이 따셨겠지'

 

하며 생각하고 코끼리 등에 앉은 채로 그도 왕이 했던 것처럼 꽃을 한 송이 땄고,

 

그것을 보고 그 많은 측근 신하들도 한 사람 빠지지 않고 모두 똑같이 흉내를 내었다.

 

마침내 꽃이 한 송이도 남지 않고 모두 없어지자 사람들은 잎을 땄다.

 

꽃도 잎도 다 없어진 그 나무는 앙상한 줄기를 드러낸 채 거기에 서 있었다.

 

저녁에 공원에서 나오던 왕이 그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저 나무가 어떻게 된 일이지?'


왕은 생각했다.


`내가 공원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산호같은 분홍빛 꽃이 산뜻하게 초록색 잎
사이로

 

빛나면서 저 나무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벌거벗은 채

 

잎도 꽃도 볼 수가 없으니!'


이렇게 생각하면서 보니 자신의 바로 옆에는 꽃은 하나도 없지만 잎이
무성한 나무가

 

있었다.

 

그러자 왕은 다시 생각했다.

 

`저 나무는, 가지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무거울 정도로 피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재난을 당하고 말았다.

 

러나 이쪽 나무는, 시선을 끌만한 아무런 매력이 없기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고

 

성한 채로 지금껏 남아 있다.

 

나의 왕위도 저 꽃이 만발한 나무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 욕심을 일으키는

 

자리일 것이다.

 

그러나 출가 수행자의 삶은 이 꽃이 없는 나무처럼 마음을 끌지 않는다.

 

그러니 나의 왕위가 저 꽃이 핀 나무처럼 짓밟히지 전에 일찌감치 출가해서 저 매력

 

없이 잎만 무성한 나무처럼 눈에 띄지 않는 색깔의 수수한 승복으로 바꿔 입고

 

집 없는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왕은 마침내 왕위를 버리고 승려가 되었다.

 

그는 관법(灌法)을 닦아 연각지(緣覺智) 를 깨달았다.

 

이런 연유로 다음 게송이 읊어 지게 된 것이다.

     산호색 나무가 무성한 꽃과 잎을 떨구듯


     속인의 옷과 생활을 버리고


     황갈색 법의를 걸치고 출가하라


     그리고 코뿔소처럼 홀로 행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