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진묵대사의 일화모음제 5장

백련암 2008. 4. 2. 00:26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진묵대사의 일화모음제 5장

 

열다섯번째 이야기

 

대사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대중들을 모아놓고 후사를 당부하던 중 게송을 읊었다.

 

하늘을 이불 삼아

땅을 자리로 삼으며

산을 베개로 삼네.

달과 촛불과 구름으로 병풍을 삼고

바다를 술로 삼았지.

크게 취하여

그대로 일어나 한바탕 춤을 추니

오히려 긴 소매가

곤륜산에 걸리는구나.

 

며칠 후 대사는 시냇가를 거닐다가

물 속의 자기 그림자를 가리키면서 시자에게 말했다.

저것이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의 그림자이니라.

시자가 말했다.

큰스님,  저것은 큰스님의 그림자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의 그림자가 아닙니다.

대사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시자야,

너는  다만 나의 가짜만 알고 석가의 진짜는 모르는구나.

? <시자>

대사는 주장자를 메고 절로 돌아와 방장실에 앉았다.

많은 대중들이 모여들었다.

대사가 가부좌를  한  채 말했다.

나는 지금 곧 가리라.

자네들 중에 혹 의심나는 것이 있거든 서슴치 말고 묻도록 하라.

한 제자가 말했다.

큰스님께서 열반하시고 나서

백년이 지난 뒤에는 그 종풍을 누가 이어받겠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종풍이라.

무슨  종풍이 있겠는가?

그러나 우선은 정(정)장로에게 부촉하노니 그리알라.

그리고는 앉은 채로 입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