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바꾸어 단 구나발마 스님
사람들은 기도를 현실적인 소원성취, 또는 현재 처한 고난을 벗어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도의 결실은 그 정도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곧, 기도를 통하여 道를 깨닫거나 특별한 수행의 경지를 이루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확신을 분명히 심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서
<기도는 깨달음의 지름길>이라는 제목으로 제2장을 엮었습니다.
먼저 유명한 역경승(譯經僧) 구나발마 스님 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구나발마(求那跋摩) 스님은 인도 계반국의 왕자로 태어났고,
20세에 출가하여 경 * 율 * 논 삼장(三藏)을 두루 통달하였습니다.
30세에 부왕이죽자 왕위를 이어받을 것을 강요당하였지만 깊은 산중으로 숨어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뒤에 스님은 어머니를 찾아가서 계(戒)를 주고 왕권을 계승토록 한 다음, 사자국으로 건너가
불법을 널리 폈습니다.
431년, 송나라 문제(文帝)는 스님의 도명(道名)을 듣고 중국으로 초청하여 극진히 영접하고,
왕의선 등과 함께 승려 7백명을 모아 <화엄경>을 강의하여 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으므로 강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 머나먼 중국 땅에까지 왔던가?
불법을 펴기 위해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말조차도 통하지 않다니....'
이를 부끄럽게 여긴 스님은 아침저녁으로 관세음보살님께 참회하여 정성껏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한 달 두 달....
이렇게 백일을 기도하고 나자,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중국어를 익히면 될텐데 왜 기도만 하십니까?"
"저는 이미 나이 오십이 넘어 쉽게 기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 중국말을 배워 불법을 중국 땅에 퍼뜨릴 수 있겠습니까?
오직 불보살의 가피를 입어, 들으면 잊지 않는 불망지(不忘智)를 이루기가 소원이옵니다."
"그렇다면 소원을 들어드리지요."
신인은 칼을 잡고 순식간에 다른 사람의 머리와 스님의 머리를 베어 바꾸어서 붙여 주었습니다.
그 꿈을 꾸고 난 다음 구나발마 스님은 중국어에 통달하여 <법화경>, <화엄십지경 華嚴十地經>
을 종횡무진으로 설하였을 뿐 아니라,
<보살선계경 菩薩善戒經>, <사분비구니갈마법 四分比丘尼갈磨法> 등 10부 18권의 책을
번역하여 계율 정립에 크게 공헌하였습니다.
물론 구나발마 스님의 머리 바꾼 기도 이야기가 약간은 허황한 듯이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간절히 기도하면 반드시 통하는 것이 있기마련이요,
기도를 통하여 삼매를 이루면 불망지(不忘智) 등의 지혜를 능히이룰 수 있게 됩니다.
부디 믿음으로 받아들일 뿐, 소흘히 넘기지 말기를 당부드립니다.
'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혜인스님 두번째이야기<제주,약천사> (0) | 2008.04.13 |
---|---|
혜인스님의 1백만배 기도 <제주도 약천사> (0) | 2008.04.13 |
관음기도로 목소리가 좋아진 법교스님 (0) | 2008.04.13 |
심지스님의 참회 (0) | 2008.04.11 |
진표율사의 자서수계(自誓受戒) (0) | 2008.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