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혜인스님 두번째이야기<제주,약천사>

백련암 2008. 4. 13. 21:39

 

 제주도 약천사   

               

이어지는 명훈가피(冥熏加被)

 

나의 제자들 중에서 기도를 가장 열심히 한 이로는 1백만배를 한 혜인(慧印) 스님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혜인스님이 처음부터 1백만 배라는 엄청난 숫자의 절을 한 것은 아닙니다.

그 동기는 군대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것에서부터 비롯됩니다.
혜인스님이 군에 입대한 것은 5*16직후였습니다.
따라서 군대가 요즘처럼 편안하지 못하고  아주 고될 때였습니다.

기합도 심하여 걸핏하면 '군기가 빠졌다'고 하면서 방망이나 곡괭이로 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엉덩이를 때렸습니다.

사소한 실수라도 용납하지 않고 인정사정 없이 두들겨 팼던 것입니다.
혜인스님은 군 복무를 하면서 늘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훈련 을 받을 때에도  '하나-둘-셋-넷' 할 적에 '관-세-음-보-살'

하면서 구령을 붙이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곧바로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한번씩 외웠습니다.


어느 날, 혜인스님은 그 당시의 군대에서 볼 때 크게 군기가 빠진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불을 갈기 위해 가지고 나온 이글이글 타오르는 연탄을 내무반 밖에 둔 채,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그만 잊어버리고

갖다 넣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중대장이 발견한 것입니다.

"어떤 놈이 불붙은 연탄을 이곳에 두었어?" '나 때문에 우리 소대원 전체가 기합을 받겠구나.'
혜인스님이 조바심에 떨며 자백을 하려고 하는데,
때마침 대대장이 그 중대장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정말 뜻하지 않게 기합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번은 난폭하기로 이름난 하사에게 소대 전체가 기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하사는 "손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잘 되었습니다"라고 하더니  야구방망이를 들고 한 명씩 두들겨 패기 시작하였습니다.

백정같이 생긴 하사가 힘을 다해 때리니 맞은 사람들은 모두 쓰러지고  뒹굴며 난리가 났고, 차례대로 때려 오다가

드디어 혜인스님이 맞을 차례가 되었습니다.

혜인스님의 눈에는 그가 마치 염라대왕의 사자처럼 보였습니다.

바로 그 때,

내무반 문이 활짝 열리더니 장교가 나타났습니다. "너 이 자식! 또 아이들 때리는구나."

하더니  그 하사에게 기합을 주는것이었습니다.
그 사이 쓰러진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안 맞았다'고 우물우물 넘어가는 바람에 기합이
중단되었습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혜인스님 앞까지 와서 기합이 중단되는 일이 생기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관세음보살과 화엄성중을 부르다가 잠이 든 혜인스님은 꿈을 꾸었습니다.

자기가 수백 명의 병사와 함께 연병장에 서 있었고,  주위에서는 총소리가 계속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장교 한 사람 이 나타나 자기를 불러내더니  어디론가 가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 부대 전체가 연병장에 모여 서 있었는데,
어디서 지프차가 하나 오더니 혜인스님을 불렀습니다.

'어쩐 일인가'하며 가 보았더니, 육군 본부에 가서 상장 쓰는 일을 맡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오십 장씩, 백 장씩 글씨 쓰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는 붓글씨를 잘 쓰지 못했는데,

그때 붓글씨 연습을 실컷 하여 한글 글씨 가 크게 향상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처럼 혜인스님은 그 힘든 시절에 붓글씨를 쓰면서 편안하게
군 복무를 마쳤으니,

항상 기도하면 불보살의 은근한  가피[冥熏加被]가 언제나 함께 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