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에게 탁발하시다 2***
스님께서는 쉽게 탁발을 하시곤 했다.
준수한 용모와 수행력에서 우러나는 위엄과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염불소리를
갖추신 까닭이었다.
50년대 그 어려운 시절에는 거지가 그리도 많았다고 한다.
하루는 스님이 탁발을 다니시는데 거지들이 줄줄이 따라
다니는 것이었다.
"스님. 사람들이 스님에게는 돈과 음식을 잘 주면서도
우리 거지들에게는 잘 주지 않으니 스님이 탁발하시면
우리에게 좀 나누어 주시오."
스님이 가시던 길을 돌아보시며
"그대들도 복을 좀 짓지 않겠나?" 하시면 오히려 거지들에게
빈 발우를 들이미셨다.
"아니, 우리 같은 거지들에게 얻을 게 뭐 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오?"
"귀한 것을 구하는 것이 나니네. 뭐라도 좋으니 조그마한
복이라도 지으시게."
"우리에게 먹다 남은 부스러기 과자가 있으니 이것도 괜
찮겠습니까?" 하며 내놓았다.
스님은 "좋구 말구" 하시며 그들이 내미는 때묻은 과자를
너무나도 맛있게 드시었다.
"별 이상한 스님을 다 봤구먼. 그나저나 평생 처음 남에게
베푸는 일을 해 봤네.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구먼."하고 좋아하며 돌아갔다고 한다.
-서암스님의 가르침[소리없는 소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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