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월정사와 전나무숲 |
제4교구 본사인 평창 월정사. 대웅전인 적광전 앞에는 8각9층 석탑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으며 전나무가 어우러진 천년 숲길이 방문객들의 피로와 번뇌를 씻어준다.
월정사는 신라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 사리를 전해 받아 신라 땅에 오대산을 개산하고 사찰을 창건했으니 그 곳이 평창 월정사다.
월정사 일주문
자장율사, 불사리 봉안하고 화엄도량 ‘개창’
중국 오대산서 문수보살님께
聖寶 전해 받아 신라로 귀국
적멸보궁 세운 후 월정사 창건
이 곳에는 소나무보다 유난히 전나무가 많은 설화도 흥미롭다.
서기 636년 당나라로 들어간 자장율사는 중국 오대산에서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기도입제 7일이 되던 날 천상에서 감응이 왔다. 홀연히 노스님이 나타나더니 무슨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그리고 스님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노스님은 간단한 말만 전하고 사라져버렸다.
“이것은 그대가 신라에 불법을 널리 펼 수 있는 성보들이다.
부디 이 성보들을 고이 모셔서 신라 오대산을 찾아 1만 문수보살님이 머무시는 곳에 봉안하도록 하라.” 보따리를 풀어 본 스님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것은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 사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방금 다녀간 분이 필시 문수보살님이 분명할 것이야.”
자장율사는 부족한 수행을 더 한 뒤 귀국하겠다고 결심하고 6년 동안 각고의 정진을 계속했다. 하루는 중대의 연못인 태화지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용이 나타나 계시를 했다. “스님께서 6년 전에 친견하신 노스님은 문수보살님이에요. 그동안 부족한 수행을 해서 충분한 법력을 갖추셨으니 이제 신라로 돌아가셔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해 주세요.”
신라로 돌아온 자장율사는 경주에 대규모 불사를 진행했다.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나라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 왕실사찰인 황룡사에 9층 목탑을 건립했다.
자장율사가 태화지를 지나는데 신인(神人)이 나타나 말하기를 “황룡사의 호법용은 나의 장자로 그절을 보호하고 있으니 그 절에 돌아가 구층탑을 세우면 근심이 없고 태평할 것이다”라는 선몽을 실현했다.
이어 자장율사는 문수보살로부터 받은 계시를 실현하기 위해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내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님을 친견했을 때 명주(지금의 강릉)지방에서 간방(정동과 정북 사이의 중심에서 15도의 내부각도)에 5만의 부처님과 10만의 보살님이 머물 자리가 있다고 일러 주셨다.
그래서 지금 오대산으로 떠나려하니 너희들은 서라벌에서 열심히 수행하도록 하여라.” 하지만 제자들은 단호했다. “아닙니다. 저희들도 스님을 모시고 함께 정진하겠습니다.”
자장율사 일행은 명주 오대산에 도착해 제일 높은 북대의 상왕산에서 기도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삼칠기도에 들어야겠다.” 기도를 시작한 지 10일이 지나자 노스님이 나타났다. “스님은 이곳에 사십니까.” 자장율사 의 제자 원승스님이 물었다. 그러자 노스님은 “나는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시고 도를 닦는 나한이오. 이 곳은 문수보살의 거주처가 아니오. 그분은 중대 지로산에 계시오.”
원승스님은 자장율사에게 고했다. “스님. 문수보살님은 중대에 계신다고 하오니 그곳으로 가시지요. 저희들은 먼저 중대에 가서
문수보살님을 친견하고 스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자장율사는 “나는 오대산의 5대를 돌면서 8만4천의 보살님과 부처님을 친견하고 중대로 가겠다. 너희들도 문수보살님을 친견하
고 싶으면 원승스님을 따라 가거라.”
북대에 남은 자장율사는 일념으로 정진하자 천지가 열리며 석가모니부처님과 500나한이 하얀 연꽃위에 앉아 설법을 했다.
“이곳은 내가 항상 머무는 곳이니라. 너의 정진이 대단해 법을 설하니 잘 들어라. 모든 중생의 성품이 청정하여 법을 보면 태어남과 멸함이 없으니, 몸과 마음은 환상에 의하여 생기고, 환상 중에는 죄와 복이 없느니라. 그래서 본래 정해진 법은 없느니라.
그리고 남대는 지장보살 도량이며, 동대는 관음도량이고, 서대는 무량수불 도량이며 중대는 비로자나불의 화엄장 세계임을 알지어다.”
자장율사는 남대와 동대 서대를 차례로 돌며 각각에 상주하는 부처님을 친견한 후 원승스님을 비롯한 제자들이 기다리는 중대 에 다다랐다. “그래 그동안 문수보살님은 친견하였느냐.” 원승스님 일행은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그때 객승으로 보이는 스님이 다가와 말을 했다. “스님, 청정법신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모시고 온 불사리를 봉안하고 탑을 세우면 비로자나부처님과 문수보살님을 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장율사 일행은 예견치 못한 상황에서 말을 건네는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저는 화엄장 세계에 있는 스님입니다”라고 답하고 사라져버렸다.
자장스님은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문수보살님을 친견하기 전에 먼저 화엄장 세계를 건설하는게 우선일 것 같구나.
지금부터 이곳 중대 뒷편에 적멸보궁을 조성해야겠다.”
자장스님 일행은 지로산 정상에 땅을 파고 부처님 정골사리를 봉안한 뒤 1년 동안 용맹정진을 했다. 하지만 문수보살님은 친견 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자장율사는 제자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나는 동서남북의 4대에서 부처님과 8만4천 보살님 들을 친견했다.
이제 이곳에는 문수보살님과 비로자나부처님을 친견할 때까지 신명을 다해 정진할 것이다.” 그렇게 정진한 지 35일째 되던 날 천지가 진동하고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면서 문수보살이 강림했다. 그리고 연화좌대에 앉자 비로자나부처님으로 변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체법을 깨닫고자 하면 자성을 비우고 법의 성품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면 일체가 평등한 비로자나부처님이 되느니라.
여기로부터 30여리 가면 20겁년 전에 내가 1만 보살들에게 설법하던 장소가 있으니 그 자리에 13층탑을 조성하고 사찰을 창건하라.” 자장스님은 문수보살의 대비원력에 감격하며 내려와 13층탑을 조성하고 37과의 부처님사리를 봉안했다. 그 자리에 월정사를 창건했다.
"월정사 전나무 숲 설화"
월정사 전나무 숲 설화는 고려 말 오대산의 북대에서 수도하던 나옹스님으로부터 비롯된다. 스님은 매일같이 월정사로 내려가 부처님 전에 콩비지를 공양했다. 그래서 축 늘어진 소나무 가지마다 눈이 수북이 쌓여 소리만 크게 질러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어느 겨울날, 나옹스님은 비지를 받쳐 들고 조심스레 눈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와락’ 소리가 들리면서 소나무 가지 위에 얹혀 있던 눈들이 스님과 부처님 전에 올릴 비지를 덮쳐버리고 말았다.
순간 스님은 소나무를 향해 크게 꾸짖었다.
“이놈, 소나무야! 너는 부처님의 진신(眞身)이 계신 이 산에 살면서 큰 은혜를 입고 있거늘, 어찌 감히 네 마음대로 움직여 불전 에 올릴 공양물을 버리게 한단 말이냐.”
때마침 스님의 꾸짖는 소리를 듣게 된 오대산 산신령이 결단을 내렸다. “소나무야, 너는 큰스님도 몰라보고 부처님께도 죄를 지었으니 이 산에 함께 살 자격이 없다. 멀리 떠나거라. 그리고 이제부터는 전나무 아홉 그루로 하여금 이 산의 주인이 되어 오대산을 번창케 하리라.” 산신령의 명령에 따라 소나무들은 오대산에서 쫓겨 나고 이후 전나무들이 주인 노릇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월정사=여태동 기자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을 지나면 좌측으로 월정사 이정표가 나온다. (033)332-6661-5
참고 및 도움: <전통사찰의 창건설화>, 월정사성보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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