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고성 화암사 쌀바위

백련암 2009. 11. 12. 23:53

고성 화암사 쌀바위

      금강산 쌀 바위 전경. 남쪽에서 시작하는 금강산의 첫째 봉우리인 신선봉 아래 위치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 473번지에 위치한 금강산 화암사.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가운데  남쪽에서 시작되는

첫 봉우리(신성봉) 아래 첫 암자가 화암사다. 화암사의 원래 이름은 화엄사였다.

 

사적기에 따르면 신라후기인 769년(혜공왕 5년)에 법상종의 개조인 진표율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진표율사는 화암사에서 수 많은 대중을 거느리고 <화엄경>을 설했다. 그래서 스님에게 배운 제자 100명 가운데 31명이 천상

으로 올라가고, 나머지 69명은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성취했다고 전한다. 화엄사가 ‘화암사’로 불리기 시작한 시기는 1912년

경으로 사찰 앞에 우뚝 솟아 있는 왕관모양을 한 ‘수(秀)바위’에 얽힌 설화 때문이다. 일명 ‘쌀 바위’로 불리는 수암(秀巖)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산신령 현몽한 두 스님에게 매일 양식 ‘제공’

 

 진표율사는 금강산동쪽에 발연사를, 서쪽에 장안사를, 그리고 남쪽에 화암사를 창건해 금강산을 중심으로 불국토를

장엄하고자 했다.

 

오랫동안 화암사에서 정진한 진표율사는 지장보살을 친견하고 그 자리에 지장암을 창건해 화암사의 부속암자로 삼았다.

 

이후 화암사는 지장기도 도량으로 널리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갈수록 민가와 멀리 떨어진 화암사는 스님들이 탁발을 하기조차 어려워 사세는 흥하지 못했다. 이러한 시기에 화암사에는 오로지 수행에 전념하고 있는 두 스님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생에는 모든 걸 전폐하고 오로지 수행에만 몰두해 반드시 생사를 초월하는 깨달음을 성취하세.”

“그렇게 하세. 나도 이번 생에는 화암사에서 일념 정진해 생사의 고리를 끊고 영원한 복락을 누리는 깨달음을 얻겠다고 다짐한 지 오래 되었다네.”

 

이렇게 한 두 스님은 화암사 ‘수 바위’ 아래서 일념정진에 들어갔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두 스님은 바위 아래 토굴에서 좌선삼매에 들었다. 하지만 정진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식은 있어야했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화암사에서 올려다 본 쌀 바위 모습

 

“이보게. 우리가 정진하는 것은 좋은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정진하기는 참 힘든 일이 아닌가. 더구나 이 화암사는 민가도 멀어 한번 탁발을 나가려면 한나절은 밖으로 나가야 하니 큰 걱정이구만.”

 

살림살이가 어려웠지만 두 스님은 한 명씩 교대로 마을로 내려와 탁발을 해서 며칠씩 정진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스님은 똑같이 꿈을 꾸게 되었다. 하얀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이 산을 지키는 산신령이오. 두 스님의 수행이 참으로 대단해 보여 내가 특별히 선물을 주고자 하오.

내일부터 ‘수 바위’ 아래에 가면 조그만 구멍이 있을 것이오. 그곳을 끼니 때마다 주장자를 대고 세 번 흔들면 필요한 양식이

나올 터이니 스님들은 양식 걱정 없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오.”

 

백발노인은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두 스님은 절대 쌀이 나오는 위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오.

그리고 꼭 세 번만 흔들어야 하오.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나는 스님들에게 더 이상 양식을 드리는 자비를 베풀 수가 없게 됨을

꼭 명심하세요.”

 

다음날 잠에서 깬 두 스님은 자신들이 꾼 꿈을 서로에게 고백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군요. 어디 한번 그곳에 가 보기나 합시다.”

 

두 스님은 새벽 예불을 마치고 백발노인 일러준 수 바위 아래로 가 보았다. “스님, 정말 이곳에 구멍이 있어요. 어디 주장자로

한번 건드려 보기나 해요.”

 

고성 화암사 전경

 

한 스님이 주장자로 바위 구멍을 건드렸다. 순간 바위에서 쌀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이럴수가…”

 

많은 양은 아니지만 두 스님이 하루는 족히 먹을 만큼의 쌀이 흘러나왔다.

 

너무한 감복한 두 스님은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필시 이런 기적은 우리 두 스님이 열심히 정진하라는 산신의 배려일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처음 원을 세웠던 뜻을 반드시 이루어 내도록 용맹정진합시다.”

 

두 스님은 그때부터 더욱 분발해 정진하기 시작했다. 이런 소문은 삽시간에 주변은 물론 다른 사찰에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화암사 수 바위를 ‘쌀 바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과연 화암사는 영험이 있는 사찰이이야.”

 

두 스님의 정진력을 날이 갈수록 치열해졌다. 곧 대선사의 출현을 기대하면서 몇 년이 지나갔다.

 

화암사의 명성이 자자해지자 사찰을 찾는 스님들의 발길도 잦아지기 시작했다.

 

두 스님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에 충실해가며 깨달음을 얻겠다는 일념으로 정진을 하고 있었지만 절을 찾는 객스님은

차츰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수행에 열중하고 있다지만 절을 찾아오는 스님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한 것 아니요?”

 

이런 불만을 터트릴 때마다 두 스님은 “우리 절은 원래부터 가난해 대접할 것이 없으니 이해를 하기 바란다”는 상투적인 말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화암사에 머문 객스님이 수행하고 있는 두 스님의 뒤를 밟기 시작한 것.

 

“그래 당신들만 먹을 쌀을 바위에서 가져온다 이거지. 어디에서 그런 쌀이 나오는지 나도 한번 봐야겠어.”

살금살금 두 스님의 뒤를 따라온 객스님은 쌀이 나오는 구멍의 위치를 알아버렸다.

 

“그래, 저기에다 주장자를 대고 세 번 흔들면 쌀이 쏟아져 나오는구나.  나라고 못할 일이 없지.”

 

두 스님이 쌀을 받아가지고 내려가자 객스님은 자신이 가져온 주장자를 두 스님이 갖다 댄 곳에 가져갔다.

 

 “쌀아 나오너라. 무지무지 많이 나오너라.”

이렇게 말을 하며 사정없이 주장자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나오던 쌀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스님들이 할 때는 잘도 나오더니만.” 갑자기 쌀 바위에는 천둥번개가 치면서 쌀이 나오는 구멍은 사라져버렸다.

 

이런 일이 있는 후부터는 한 톨의 쌀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객스님이 욕심을 부려 쌀 바위에서 쌀이 끊어졌다

고 한다.

 

‘쌀 바위’ 혹은 ‘수 바위’ 옆에 위치한 화암사는 아들을 점지해 주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바위 모양이 왕관을 쓰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 조선시대에는 나라를 왕손을 잇기 위해 기도하는 왕실의 원찰이 되기도 해 왕실

에 의해 중창되기도 했다.

 

이는 1794년(정조 18년)에 이루어진 중창불사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 불사는 도한스님의 기도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스님은 약사전에서 나라를 위한 3.7일 기도를 마치자 방광이 뻗쳐 그 빛이 궁궐

의 뜰까지 이르렀다고 전한다.

 

이를 본 정조임금은 제조상궁 최씨를 화암사에 파견하여 도한스님을 궁궐로 데려오도록 하여 경위를 들었다. 스님으로부터

경위를 들은 정조는 크게 감격하여 순조를 낳은 수빈박씨인 가순궁(嘉順宮)이 기도하는 사찰로 삼고 요사채를 크게 지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화암사는 거듭된 화마와 수마, 그리고 6.25 동란으로 사찰은 파손되어 겨우 명맥만 유지되어 오다가 90년대 들어서 오늘날의 규모로 중창이 되었다.

 

 고성=여태동 기자 

 

 찾아가는 길 /

 1) 화암사는 행정구역상 강원도 고성이지만 속초시를 통해 찾아가기 수월하다. 버스는 운행되지 않아 승용차나 택시를 이용해

     야 한다.

 2) 서울에서는 미시령 터널을 넘어 요금소를 지나 곧바로 좌회전을 하면 우측에 사찰 이정표가 나온다.

 3) 속초에서 가려면 미시령으로 오르는 길에 대명콘도를 지나면 표지판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5분 정도 더 들어가면 화암사가 나온다. (033)633~1525

 

 참고 및 도움: 화암사 안내판, 화암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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