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고성 향로봉사 삼부처님의 영험

백련암 2009. 11. 13. 01:56

고성 향로봉사 삼부처님의 영험

부잣집 아들 ‘호랑이 액운’ 부처님이 수호

먼옛날 강원도 진부령 어느 마을에 부자가 살았다. 이 부자는 재물은 많으나 자식이 없어 애를 태우다  어렵게 아들 하나를 얻었다. 하지만 금지옥엽같은 아들이 어떻게 될까 싶어 언제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내 아들이 자라는데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노심초사 걱정하던 부잣집에 하루는 탁발스님이 찾아왔다. “나무관세음보살. 적선(積善)하시지요.”

 

문을 열자 때마침 이 부잣집 아들이 함께 나왔다.
이를 본 스님은 아들의 신상에 대해 지나가는 말을 하듯 흘렸다.

 “그 녀석 참 잘나긴 했다만….”

  
깜짝 놀란 부잣집 주인은 말을 되받았다.   “스님, 잘 나긴 했다만이라니요?”
주인은 스님의 장삼을 잡아 집안으로 모시고 공양을 올리면서 부탁을 했다.
“스님, 아마도 내 아들의 관상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말씀해 주세요. 이 아들은 우리 집안의 대를 이을 중요한 장손입니다요.

 

너무나 애절하게 부탁하는 터라 스님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사실, 귀 댁의 아드님은 호랑이에게 나쁜 일을 당할 운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잘못하면 단명(短命)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뭐라고요? 이 아이가 일찍 죽는단 말입니까?”
 
깜짝 놀란 부잣집 주인은 안절부절 마음 놓을 곳 없이 허둥거렸다. “스님, 무슨 방법이 없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마디 했다. “반드시 없는 것만은 아닙니다.”

 

부잣집 주인은 그 방법이 무엇이냐고 곧장 물었다. “이 아이를 집에서 떨어진 먼 곳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곳에서 10년을 지내게 하면 방법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럼 소승은 그만 가 보겠습니다.”
 
스님을 떠나 보낸 부잣집 주인은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얻은 아들인데 10년을 외지에서 보내야 하는가?  더구나 이 녀석의 나이는 겨우 일곱 살인데. 이 일을 어이할꼬?”
며칠 동안 부잣집 주인이 걱정을 하자 온 집안 식구들이 그 사연을 다 알아버렸다.

 

“우리 주인님이 아드님을 10년 동안 멀리 보내야 한다는구먼. 그래서 저렇게 근심걱정에 싸여 있다는구만.”
 
뾰족한 방법이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늙은 머슴이 주인 앞에 나타났다.
“주인어른, 저는 지금까지 이 집안에서 살 만큼 살면서 신세를 졌으니 제가 도련님을 모시고 외지에서 살다가 다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부잣집 부부는 눈물을 흘렸다.

“고맙네. 자네가 우리 집에서 고생 고생하면서 살림을 일궈 주었는데 집안 장래까지 고민해 주니 말일세.”  이렇게 해서 부잣집

 아들은 늙은 머슴과 함께 집안을 떠나 다른 지방으로 떠나 살게 되었다.

하지만 늙은 머슴은 나이가 많아 부잣집 아들을 10년 동안 건사하지 못하고 1년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마지막 눈을 감기 전 머슴은 아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냈다. “도련님, 끝까지 소인이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제 저는 도련님을 모시지 못할 것 같으니, 제가 죽거든 바로 도련님 부모님이 계시는 근처인 진부령 산속에 있는 향로봉사로 가십시오. 아마도 그곳에서 나머지 기간을 사시다보면 반드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요.”
  
나이는 어렸지만 무척 영특했던 아들은 길을 물어 진부령 향로봉사로 향했다.
 
일찍이 어른들로부터 어디로 가면 절이 있다는 이야기를 기억해 낸 아들은 골짜기를 돌아 돌아 무사히 향로봉사에 이르렀다.
 
“여기가 향로봉사이구나.  내 여기서 9년을 더 살고 부모님에게 반드시 돌아갈 것이야.”
 
마음을 다잡은 아들은 사찰을 둘러보며 머물 곳을 찾았다. 법당에는 세 분의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옆에 자리한 요사채에는 스님은 살고 있지 않았지만 방금 전까지 머무른 듯이 가재도구가 있었고, 방안에도 따뜻한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사찰 마당에는 땅에 묻힌 3개의 독이 있었고,

그 안에는 불씨가 살아 있었다. “그래. 저 불을 가지고 밥을 해 먹으면 되겠구나.”
 
부처님 전에는 누가 올려다 놓았는지 쌀도 있었다. 영특한 아들은 공양실로 가서 밥을 했다.
“이렇게 먹을 것을 마련했으니 먼저 부처님께 감사의 공양을 올려야지.”
정성스럽게 밥을 마련한 아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공양을 올리고 사찰생활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감로수를 떠서 부처님께 올리고 간절한 기도를 했다.
“부처님, 제가 여기서 무사히 10년을 지낸 뒤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하루 이틀이 지나고 1년 2년이 지나고

 10년이 다 찼다. 아들의 나이도 17살이 되었다. 어엿한 장년 티가 났다.

 
虎患 피해 사찰서 생활하며 부처님 시봉  옥황상제 딸 만나 부부연 맺고 백년해로
 
“내일이면 집을 나온 지 10년이 다 되었어. 이제 부모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야.” 들뜬 마음으로 마지막 날 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마음이 휑해 법당에 올라가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좌정해 있던 세분의 부처님 가운데 중간에 있던 제일 큰 부처님이 말을 했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밥을 먹고 내 뒤에 숨거라.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깜짝 놀란 아들은 자신의 귀을 의심했다. “분명 부처님이 내게 말을 했어.” 다시 부처님이 말을 이었다.
“그래 맞다. 내가 너에게 말을 했다. 사연은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 터이니 그렇게 하거라.”
 
요사채로 건너온 아들은 앞날이 불안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어. 하지만 부처님이 일러준 대로만 하면 아무 일 없을

거야.” 집을 떠나온 지 꼭 10년째 되던 날이 밝았다.

 

아침공양을 마친 아들은 법당으로 들어와 제일 중간의 큰 부처님 뒤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산이 흔들리는 듯한 호랑이 소리가 나더니 이내 법당 문이 열렸다. “그 아이를 내 놓으시오.” 그러자 부처님은 호랑이
에게 말했다. “호랑이야, 1년만 미뤄다오.

 

우리 세 부처가 수 백 년 동안 먹을 것을 못 먹어 굶주렸는데 마침 이 아이가 우리에게 밥을 해 준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
내년에는 건네 줄 터이니 1년 뒤에 다시 오려무나.”
 
호랑이는 하는 수 없이 물러났다. “알았소. 하지만 내년에는 꼭 그 아이를 내게 주어야 하오.”
다짐을 받은 호랑이는 1년 뒤 다시 향로봉사를 찾았다.
 
이번에는 두 번째 부처님이 아들에게 자신의 뒤에 숨으라고 말을 했다.
 
1년 되던 날이 밝자 역시 호랑이가 나타나 흥흥거리며 아들을 내 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두 번째 부처님은 호랑이에게

말했다. “호랑이야, 지난해에는 형님 부처님의 부탁을 들어 주었으니 이번에는 내 부탁을 들어 주렴.”

호랑이는 지난해 들어 준 부탁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

 

3년째 되던 해에도 세 번째 부처님이 호랑이에게 부탁해 3년을 더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아들은 20살 청년이 되었다. 어느 날 제일 큰 부처님이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절을 떠나 마을로 내려가라. 그곳 우물가에는 버드나무가 있고 그 옆에 아리따운 여인이 있을 것이야. 그 여인의 허리춤을 잡고 살려 달라고 하거라. 절대로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마을로 내려 간 아들은 부처님이 일러준 그대로 여인을 찾아보았다. 마침 우물에 물동이를 들고 물을 기르는 여인이 있었다.

 

“저 여인이구나….”
 
아들은 슬그머니 여인에게 다가가 허리춤을 꽉 잡고 놓질 않았다. “에구머니나. 당신은 누구신데 나를 끌어안는 것이요?”

화급해진 여인은 물동이를 던지고 집안으로 도망쳤다.

20살 아들은 여인의 허리춤을 잡고 방안에까지 따라갔다.
그곳에서도 부처님이 시킨대로 여인의 몸을 꼭 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밖에서 호랑이가 나타나 여인을 향해 소리쳤다.
 
“아니, 누님은 몇 년을 못 참고 인간과 놀아나는 거요? 평생 여기서 살면서 하늘나라로는 올라가지 않으려는 거요?”
 
사실을 알고 보니 방안에 있는 여인과 밖에 있는 호랑이는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딸과 아들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죄를 지어 옥황상제는 누나를 여인으로 변모하게 하여 땅으로 내려와 10년 동안 함께 수도를 하게 했던 것이다. 여인은 이날 20살의 아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 나는 여기서 이 도련님과 함께 살련다. 그러니 너는 이 분을 잡아먹지 말고 내버려 두란 말이야.”
 
인간 세상에 내려와 고생하는 누나의 연인이 된 사람을 잡아먹고 하늘로 올라가려던 호랑이는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호랑이가 사라지자 20살 아들은 여인을 데리고 부모님이 사는 집으로 돌아가 혼인을 하여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여태동 기자  
 
참고 및 도움=고성군청 홈페이지,
고성군 관광문화체육과 문화예술담당 윤석봉 씨, <고성지방의 옛날이야기>(고성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