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속초 계조암 동굴법당과 흔들바위

백련암 2009. 11. 13. 00:57

속초 계조암 동굴법당과 흔들바위

  

게으름뱅이 스님, 굴 법당에서 깨침 얻어

   

꿈속까지 목탁소리 들리자 일념 정진

 

달마봉에 올라 산세 보고 이유 알아내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170번지에 위치한 계조암(繼祖庵)은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본사인

신흥사의 산내암자다.

이 암자는 신라 때인 652년(진덕여왕 6)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자장율사는 계조암 석굴에 머물면서 652년 향성사( 현재

신흥사의 옛 이름)와 능인암(현재 내원암)을 창건했다고 한다.

 

신흥사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3㎞에 위치한 계조암은 자장, 동산, 봉정 등 세 조사가 수행했으며 이어 의상, 원효 등 ‘조사(祖師)’의 칭호를 얻을 만한 스님들이 수행해 도를 이루었다고 해서 ‘계조암(繼祖庵)’이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한다.

 

이 석굴 법당은 예로부터 수행이 잘 되기로 영험이 있어 10년 걸릴 공부가 5년이면 끝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또 재가불자들도 이곳에서 일심으로 수행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룬다고 전해지며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도 영험에 관한 설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득한 옛날 계조암에 한 스님이 공부하기 위해 걸망을 풀었다. “여기가 그 유명한 계조암이구나. 이곳에서 공부하면 ‘조사’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높은 경지에 오른다고 했다지?

 

나도 여기서 공부해 조사의 반열에 올라야겠어.”  이렇게 작심한 스님은 계조암에 머물면서 수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스님은 원래 천성이 게으른데다 실천의지도 부족해 제대로 된 수행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조암의 명성만 믿고 암자에 살면 깨침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막연히 들어와 수행하기 보다는 하루종일 빈둥거리기

만 했다.

 

당연히 수행의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계조암에 머물기만 하면 공부가 잘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나는 왜 공부에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이야.” 스님은 수행은 하지 않으면서도 깨달음은 얻고 싶어 이런 저런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스님의 불평을 받아 줄 사람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스님은 굴 법당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이었다. 스님은 굴 법당에 도착해서는 아예 낮잠부터 청했다. “어이쿠 시원하다.  오늘은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야겠어.” 굴 법당에서 잠이 든 스님은 꿈을 꾸었다.

 

어디에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똑 또르르… 똑 또르르….”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스님은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소리지? 이상한 소리가 꿈에서 들리네.”

 

단잠에서 깨어난 스님은 몹시 불쾌해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또 꿈에서 같은 소리가 들렸다.

“똑 또르르… 똑 또르르….” 이번에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아이고 시끄러워라.

 

무슨 소리가 자꾸 귓가에 들려오네. 아마도 목탁소리 같은데?” 스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원 참. 귓구멍에 뭐가 들어간 모양이야.” 동굴 법당을 나온 스님은 귀이개로 귓구멍을 파 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뒤부터 스님은 법당에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만 들면 목탁소리가 자꾸 들려왔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으름을 피우는 순간마다 스님의 귓전에는 목탁소리가 들려왔다. 하는 수 없이 스님은 좌복에 앉아 수행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허허 참 이상도 하구나. 내가 게으름만 피우려하면 목탁소리가 들리니 참선을 안 하려해도 안 할 수가 없어.”

이렇게 시간이 흐르자 게으름뱅이 스님은 어느 날 새벽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세상이 활짝 열리는구나. 나는 드디어 도(道)를 얻었어.” 깨침을 얻은 스님은 계속 계조암에 머물면서 열심히 부처님의 가르침

을 전했다.  하지만 자신을 경책하는 목탁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야. 분명 나를 깨닫게 해 준 소리는 목탁소리였는데 어디서 들려오는지는 알 수가 없구나.”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꿈을 꾸었다.

하얀 백발을 한 노스님이 나타나 계시를 주는 것이었다.  “이 보시오, 스님. 목탁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궁금하지 않으시오? 그걸 알고 싶다면 내일 아침 앞산 달마봉에 올라 암자를 쳐다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다음날 날이 밝자 스님은 건너편 달마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꿈으로 계시해 준 것으로 봐서 분명 무슨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야.”

부지런히 산을 오른 스님은 드디어 달마봉에 도착했다. 평소 계조암에서 마주 보이는 달마봉은 마치 달마스님이 서 있는 모습

같이 보여 ‘달마봉’으로 불렸다.

 

“어디가 계조암이지? 그렇지 저기구나.” 달마봉에 선 스님은 찬찬히 계조암이 있는 쪽을 살펴보았다.

“아니, 이럴수가!” 깜짝 놀란 스님은 눈을 비비고 다시 울산바위 아래의 계조암 주변을 살폈다.

 

거대한 암봉을 타고 내려오는 산 정기가 머무는 곳이 봉긋하게 솟아 있는데 목탁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 목탁 형상을 한 위쪽으로는 목탁채에 해당되는 형상의 바위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래. 내 귓가에 맴돌던 그 목탁소리가 저 곳에서 나는 소리였어.” 스님은 자신을 경책해 주었던 굴 법당이 거대한 목탁바위

였음을 알게 되었다.

 

석굴 법당은 지난해 말 석가모니부처님과 500나한을 봉안한 불사를 회향했다.

굴 법당도 넓어져 매달 셋째주 토요일은 나한기도를 철야로 봉행하고 있다.

계조암을 마주보는 앞에는 커다란 소가 앉아 있는 형태의 바위가 있다. 이 바위를 ‘와우암(臥牛巖)’이라고 하는데 눈과 코와 입의 모양이 또렷하게 보인다.

 

이 바위 위에는 유명한 ‘흔들바위’가 있는데 이곳에도 ‘견우와 직녀’에 얽힌 애틋한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 하늘 궁전에 견우와 직녀가 매년 칠월 칠석에 오작교에서 아쉬운 만남을 계속해 왔다. 어느 해 견우는 직녀와의 만남을

조금이나마 연장해 보기 위한 꾀를 냈다.

 

“그래. 하늘 닭을 찾아가 부탁을 해 보자.” 견우는 곧바로 하늘 닭(天鷄)을 찾아갔다. “이 보오 하늘 닭님. 당신은 나의 딱한 사정

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소?”

 

그러나 하늘 닭은 단호했다.

“나는 옥황상제님의 명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내게 그러지 마시고 정히 그렇게 하고 싶다면 직접 옥황상제님을

 찾아가서 부탁해 보시오.”

 

이미 옥황상제의 단호한 처결을 받은 견우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견우는 새로운 계략을 꾸몄다.

“그래. 하늘 닭님에게 뇌물을 주어서 하루만이라도 울지 말아 달라고 해야겠어.”

 

다음날 하늘 닭을 찾아간 견우는 다시 부탁을 했다. “하늘 닭님, 제발 저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시고 이번 칠석날에는 하루만

늦게 울어 주세요.” 이어 견우는 하늘 닭에게 뇌물을 살짝 건냈다.

 

하늘 닭은 너무도 애절하게 부탁하는 견우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건내주는 뇌물을 받았다.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옥황상제가 나타났다.

 

“이 놈들, 내가 그렇게 일렀거늘 너희들이 하늘의 법도를 거역하려 하느냐.”

견우와 하늘 닭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잘, 잘못했습니다.” 옥황상제는 단호했다. “이미 늦었다.

너희들은 이제 죄과를 받을 것이야.”

 

옥황상제는 하늘 닭과 견우, 직녀를 단단한 바위로 변하게 하여 설악산으로 내려 보냈는데 하늘 닭은 약간의 힘만 가해도 흔들리는 ‘흔들바위’로, 또 견우와 직녀는 부부가 입을 맞추는 모양의

‘부부암’으로 변하는 형벌을 받았다고 한다.

 

속초=여태동 기자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나 미시령 고개를 넘어 속초에 도착해 설악산 신흥사에 이른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난 울산바위 행 등산길로 들어와 약 2.4Km를 올라오면 설악산 산내암자인 계조암에 이른다. (033)636-7188

 

참고 및 도움 / 계조암 안내리플렛, 계조암 동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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