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템플스테이와 부처님이야기

만세루서 차마시며 미당詩 읽어볼까?= 고창 선운사

백련암 2009. 12. 1. 14:40

선운사와 미당 서정주

 

            위 대웅전 보물 제 290호 법당. 주존이신 비로자나 불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의 글은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미워할 수 없다. 아니, 사랑한다.
그가 비록 친일을 하고, 군사정권에 협력했어도 그 내면의 여린 심성을 이해하는 까닭이다.
미당은 선운사에서 자랐다. 동백이 완연한 대웅보전 앞 뜰에서 뛰어놀며 계절마다 그 멋을 달리하는 산사
에서 시인이 되기 위한 풍부한 감성을 키웠다.
지난 8월 말, 천년고찰 선운사를 찾았다. 지금은 미당의 정서적 고향으로 더 유명한 절이다.
 
 
                           ◈만세루서 차마시며 미당詩 읽어볼까?
 
             ‘근대 문학사의 거장’ 선운사가 길러     동백꽃 국화 시인 감수성으로 ‘만개’
 
 
선운사가 미당으로 인해 유명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년고찰 선운사에서 보면 웃을 일이다.
선운사를 떠올리는 단어를 찾아봤다. 대웅보전 뒤로 흐트러지게 피어나는 동백꽃,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 서식하는 풍천장어, 조선 정조가 영조에게 줬다는 복분자,
한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미당 서정주 등등. 더불어 근세기 불교학자로 추앙받는 석전 박한영스님,
지장미륵사상의 중심지 도솔암이 있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고승 검단선사가 창건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검단선사는 절을 창건하기 위해 용이 살던 못에서 용을 몰아내고 연못을 메워나갔다. 마침 마을에 눈병이 심하게 돌았는데, 숯을 부우면 눈병이 씻은 듯 나았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숯과 돌을 가져와 연못을 메우고 절을 세웠다.

 

보은염 이야기도 전해온다.
마땅히 먹고 살것이 없는 마을 사람들에게 검단선사가 염전 기술을 알려줬단다. 지장미륵사상의 중심도량인 산내 암자 도솔암의 이야기는 백성들과 불국토 건설의 희망을 담고 있다.
 
두 이야기가 주는 공통점이 있다. 사찰과 마을 사람들과의 유기적 관계다. 사찰은 대중과 호흡하고, 대중과 함께 성장했다.

근래도 이런 가풍은 이어졌다. 학교를 중퇴하고 방황하던 인물, 미당 서정주를 본 박한영스님은 그가 대학공부를 하도록 지원했다. 국내 문학사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을 선운사에서 키워낸 것이다. 미당은 그 고마움을 불교정서를 담은 시로 화답했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그 유명한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다. 2000년 미당이 인드라의 세계로 돌아가고 나서, 그를 추모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그 시를 읊조렸다. 그리고 미당의 고향인 고창과 그를 길러낸사찰, 선운사를 찾았다.
 
반추하면, 선운사는 문학의 고장이다.

변산반도가 자리하고 있어 너른 바다를 보면 명상을 하고, 곡창지대는 좋은 햇살에 무르익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운사가 자리하며 문화를 이야기 한다.
 
어릴적 시 한편 지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동경하는 천혜의 문학환경이다.
 
선운사 템플스테이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노트 한권, 메모지 한 장 들고 가 머무른다면 시 한편, 수필 한편 지어올 만큼 사찰 그 자체로 주는 감동이 크다. 청년 미당이 지나갔을 동선을 따라 발자국을 내며 걷는 것 만으로도, 교과서에서 미당의 시 ‘국화 옆에서’를 배운 지금의 사람들은 충분한 감동을 느낄것이다.
 
선운사가 동백을 조경한 이유는 화재 예방 때문이었다. 불에 강한 동백나무를 심어 산불로부터 법당을 보호하고자 함이었다.

이는 시인을 만나 시로 생명을 얻었다.

가수 송창식은 그 시를 통해 얻은 느낌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그 마음을 찾아 선운사를 찾는다. 하지만 이는 단면이다.
  
수많은 수행자를 길러낸 1500년 고찰 선운사로서는 마뜩찮은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미당의 마음이 맞닿아 있는 까닭이다.
관광객은 종교를 떠나 그 조화로움에 고개를 떨구고 명상에 젖는다.
근현대 한국문학의 고향, 선운사를 당신은 가본 적이 있는가. 아직 못갔다면 송창식의 노래를 읊으면서 가보자.
 
오는 10월말이면 선운사 인근에 위치한 미당의 생가와 묘역, 미당시문학관 등 고창 일대가 미당의 시
‘국화 옆에서’를 재현해 놓은 듯 노란 국화꽃 수백억 송이로 장엄된다.
 
11월6일에는 미당의 시세계를 되새겨보는 미당문학제를 연다.
 
또한 멀지 않아 박한영스님과 스님의 제자인 서정주, 신석정, 조지훈, 모윤숙, 김달진, 김동리 등 선운사와 인연깊은 근현대 문사들의 문학정신을 조명하기 위한 ‘근대문학기념관’과 템플스테이 전용공간이 새롭게
들어서서면 선운사와 미당은 우리에게 한층 더 가까워진다.
  
선운사가 미당의 고향이라는 표현은 순서가 맞지 않다. 미당을 길러 낸 사찰이 선운사다.
선운사는 많은 설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사찰이다. 더불어 20세기 한국문학의 거장 미당이 선운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야기꺼리를 더하고 있다.

 
미당시문학관 이사장 법만스님(선운사 주지)은 “생전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5차례나 추천됐던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미당 선생을 친일파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박한영스님과 그 제자인 미당 선생 등 선운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문학세계를 하나로 잇는 시문학벨트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볼 것 많고, 들을 것 많은 1500년 고찰에서 문학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 시대 사람들의 행복이다. 
 
 
■ 선운사 템플스테이는…
 
선운사 템플스테이는 평일에 진행되는 ‘휴식형 템플스테이’와 주말에 진행되는 '산사체험형 템플스테이’가 있다.
                                                                                                                 
                       평일엔 휴식형 위주
 
                   주말엔 테마형으로
 
산사체험형 템플스테이는 발우공양과 예불, 타종체험, 차담, 108배, 참선실수, 선운산 포행 등의 기본프로그램에다가 연등만들기, 다도, 인경, 탁본, 차밭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가미돼 실시되고 있다.
특히 선운사가 갖고 있는 뛰어난 환경을 활용해 시문학, 햇차만들기, 소금만들기, 복분자따기, 차꽃따기, 선(禪), 향만들기,

판소리배우기 등 다채로운 주제의 테마 템플스테이도 연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예불과 공양, 취침시간만을 지키며 자유롭게 심신의 휴식을 취하면 된다.
템플스테이 후 선운사에서 7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생가와 묘역, 미당시문학관을 둘러보는 것도

선운사를 찾는 즐거움 중 하나다.

 
참가신청은 선운사 홈페이지(www.seonunsa.org)나 종무소(063-561-1375)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