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와 단풍 |
계룡산은 신라 오악(五嶽) 중 하나로, 북서쪽에 위치한 갑사는 가을단풍으로 유명하다. 오리숲과 용문폭포, 금잔디고개로 이어지는 갑사계곡은 해마다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사진은 대웅전 모습.
대웅전 왼쪽에는 스님들을 추모하며 세운 16기의 부도가 일렬로 서 있는 부도밭이 있다. 그중 1기
◈울긋불긋 물든 홍류계곡에 감탄사 ‘연발’◈
가을단풍 유명해 ‘秋 갑사’로 불려 계룡산 8경 가운데 6경으로 손꼽혀
언제부터였을까. 공주 갑사가 가을을 대표하기 시작한 것은. 단풍 빛깔이 붉은 치마 같다는 적상산이나 단풍색이 너무 진해 계곡물까지 붉게 물들였다는 홍류동 계곡이 울고 가도 소용없다. 언제 누가 이름 붙였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고유명사가 된 ‘추(秋)갑사’라는 한 마디로, 가을은 곧 갑사의 계절이 돼 버렸다. 지난 9월17일 갑사로 향하는 길은 아직 여름었다. 줄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들이 푸른빛을 간직한 채이다. 은행나무 행렬을 지나자 다시 단풍나무가 무리를 지어 사찰을 찾아온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저 푸르기 만한 이 가로수들도 며칠 후면 모두 울긋불긋하게 변할 터이다. 잠깐 동안 노란 은행잎과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상상해본다. 갑사 동쪽 계곡 약 100m 지점의 자연동굴 안에 있는데 원래는 갑사 뒷산에 사자암에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손 모양을 살펴보면 오른손을 가슴까지 들어 손바닥을 밖으로 하고 왼손에는 약그릇을 들고 있어 약사여래임을 알 수가 있다 전체적인 구성미와 조각수법으로 보아 고려 중기에 만들어진 불상으로 추정된다. 지방유형문화제 제 50호
쇳물을 달궈놓은 듯 샛노랗고 붉은 단풍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아름다울리 없는 자연현상 일 뿐, 그 무엇도 아니다. 기실 단풍이라는 게 낙엽이 되기 직전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단풍은 그 색깔에 따라 생기는 원리가 다르다. 한 여름 나뭇잎이 푸르게 보이는 까닭은 엽록소 때문이다. 생장하는 나무가 열심히 엽록소를 만들면서 싱싱한 잎사귀들을 유지한다. 기온이 낮아지고 건조해지면, 생장활동은 둔해지게 마련이다. 나무는 모든 영양을 뿌리 쪽으로 모으게 되고, 더 이상 엽록소를 만들지 않는다. 그나마 남아 있던 엽록소도 이 때 파괴된다.
녹색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빛깔이 그제야 드러나는데, 노란 은행잎이 대표적인 예다. 붉은 단풍은 엽록소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안토시아닌이란 색소가 합성돼 나타난다. 모두가 닥쳐올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생존의 한 방편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단풍의 아름다움 너머에 존재하는 쓸쓸함을 발견해내기도 한다. 정작 나무는 무심(無心)하다. 수천년동안 반복해왔던 자연의 순환을 그대로 따를 뿐이다. 단풍은 마지막 불꽃을 품어내는 것처럼 잎에 남은 모든 에너지를 써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이고 떨어진다. 낙엽은 겨우내 뿌리가 얼지 않도록 나무를 덮어주다가, 썩어서 분해된다. 결국 영양분이 돼 나무로 돌아가며 순환한다. 사람들은 현상만 보고 단풍구경을 떠나지만, 가을산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윤회와 연기법이 충실히 재연되는 불국토인 셈이다. 가을 산의 정취를 만끽하며 불법의 이치를 새삼 떠올려 본다면, 생활에서 연기법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갑사 계곡은 계룡산 내 7개 계곡 가운데 가을단풍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면 이곳을 찾는다. 계룡팔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용유소, 이일천, 백룡강, 달문담, 군자대, 명월담, 계룡오암, 용문폭포, 수정봉 등 갑사구곡으로 유명하다. 갑사계곡을 지나 동학사로 넘어 가는 등산로는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일주문을 출발지점으로 삼아 걷다보면, 단풍삼매에 빠져들게 된다. 그 시작은 일주문에서 경내까지 가는길이다. 사람들은 이 길을 오리숲이라고 부른다. 옛날 갑사로 들어가는 길에 소나무와 느티나무로 이뤄진 숲이 5리(2km)여서 붙인 이름이다. 오리숲을 출발해 가뭄에도 물이 마른 적 없다는 용문폭포를 지나 금잔디고개까지 3km 가량을 오르다보면, 물결처럼 굽이쳐 내려오는 단풍나무 바다를 볼 수 있다. 한편, 기상청이 발표한 단풍예보에 따르면, 올 가을 계룡산 단풍은 지난해보다 조금 빨라져 10월18일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10월29일로, 이 무렵 갑사를 찾는 사람들은 붉은 물결로 장관을 이루는 계룡산의 절경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갑사 템플스테이는…
생태숲길 인기…가족전용 숙소도 마련
도심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갑사는 등산객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사찰이다. 템플스테이 역시 마찬가지다. 2002년 산문을 개방한 이후 지금까지 많은 내외국인이 갑사에서 한국불교문화의 정수를 체험하고 돌아갔다. 갑사 템플스테이는 스님들의 일상을 체험하는 것을 기본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다. 이른 새벽 장엄하게 진행되는 새벽예불을 시작으로, 사찰에 있는 대중이 함께 하는 참선과 다도, 발우공양, 108예불참회, 촛불정근 등이 이어진다. 또 계룡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이른 아침 걷기 명상과 일주문에서 이어지는 생태숲길인 오리숲 여행은 ‘녹색체험’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갑사의 자랑인 보물 582호 월인석보 목판본을 비롯해, 달마상 등을 탁본하고,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소중한 시간도 마련된다. 이밖에도 천년고찰에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돌아볼 수 있는 사찰순례도 진행된다.
이 시간에는 보물 256호인 철당간 및 지주, 보물 257호 갑사부도, 보물 478호 동종 등을 볼 수 있다.
참가신청이나 문의는 홈페이지(www.gapsa. org)나 종무소(041-857-8981)를 통해 하면 된다.
갑사는 특히 가족단위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가족전용 숙소공간을 마련해 놓았으며, 주말에 예약하는 가족들에게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템플스테이를 담당하고 있는 총무국장 무인스님은 “자연경관이 뛰어난 갑사는 천년고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과 운치가 있다”며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만 마음을 채울 길이 없어 힘겨워하는 현대인에게 안식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규대사와 갑사 / 700여 승병 양성해 왜적 물리쳐
경내 사당 표충원에는 임진왜란 때 승군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세 명의 스님의 진영이 봉안돼 있다. 바로 서산 휴정(1520~1604)대사, 사명 유정(1544~1610)대사와 기허 영규(?~1592)대사 등이다. 이 가운데 영규대사는 갑사에서 출가해 서산대사를 스승으로 정진하다가, 임진왜란 당시 최초로 승병을 모아 참전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왜란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영규대사는 먼저 계룡산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15m에 달하는 갑사 철당간에 순식간에 올라가 모일 것을 청했는데,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산이 울릴 정도였다고. 당시 계룡산에 있던 3000여 명 스님 가운데 700명을 선발해 훈련을 시작한 곳이 괴목대신제를 올리는 자리다. 700명이 서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나무그늘이 크고 넓었다고 한다. 훈련된 700명의 스님과 나선 영규대사는 청주성을 탈환하고 다시 금산전투에 참가했다. 숱한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금산 700의총은 금산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스님들의 무덤을 말한다. 스님도 여기서 화살을 맞았다. 부상을 입은 영규대사는 지금의 공주 유평리, 속가 형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 입적했다. 이를 애도하던 임금 선조는 스님을 진위장군에 추봉하기도 했다. 현재 유평리에는 스님의 묘가 남아 있으며, 진영각이 조성돼 있다. 갑사는 나라를 구하다 입적한 영규대사를 추모하기 위해 매년 11월 첫째주 일요일에 영규대사 대재를 봉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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