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와 영혼의 소리경내 입구 |
▲석가모니 부처님은 고요한 선정을 통해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셨다.▲ ▲그 장엄한 깨달음의 사상을 기반으로 544년 연기조사가 창건한 도량이 화엄사다. 사진은 화엄사 주 법당의 전경. ◈물 나무 바람소리에 ‘마음의 깨침’을 얻다.◈
사천왕
지리산 뭇 생명들의 화엄법문 ‘특별한 체험’
보고 듣고 느끼는 여행 통해 마음고요 얻어
산 정상을 오른 사람은 저마다 소리를 지르면서 세간에서 쌓였던 답답함을 털어낸다. “야호!” 건너편 산에 부딪쳐 소리가 되어 되돌아 온다. 사람들은 또 음악소리를 들으며 흥에 젖기도 하고, 애수에 빠지기도 하며, 때로는 명상을 즐긴다. 종교의식에서 소리가 없다면 마치 고장난 텔레비전을 화면만 보는 답답함처럼 아무런 감동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종교에서 소리는 빼놓을 수 없는 의례다. 특히 불교의 소리는 마음의 깨침을 전하는 가르침이다. 지난 9일, 영혼의 소리를 찾아 민족의 영산 지리산 화엄사를 찾았다. 산사의 적막을 깨뜨리는 소리는 새벽 도량석에서 시작된다. 올림 목탁소리다. 보통 의식에서는 큰 소리에서 점차 작아지는 내림목탁을 치지만 도량석은 그 반대다. 깊은 잠에 빠진 생명들이 갑자기 놀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사 구석구석 목탁소리가 지나고 나면 범종이 울린다. 범종은 곧 부처님의 음성이다. 새벽은 28번 울린다. 지옥, 아귀, 축생, 인간과 욕계 6천과 색계 18천을 일깨우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곧 범종의 소리다. 범종에는 36개의 연꽃봉우리가 있다. ‘유두’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불교 교리를 모르는 사람들의 잘못된 표현이다. 연꽃봉우리는 하나하나가 한분의 부처님이다. 종을 포함해 37분의 비로자나불이 모셔진 범종 소리를 들으면, 37분 부처님의 법문을 듣게 되는 것이다. 이어 목어, 운판, 법고소리가 심장을 두드린다. 소리는 다시 대웅전으로 이어진다. 화엄사 예불소리는 지리산의 기상처럼 힘차고 부드럽다. 스피커의 서라운드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종각과 대웅전, 각황전을 넘나드는 소리의 울림보다 더 할 수 있을까. 4차원을 넘나드는 소리의 향연이 지리산의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는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각종 법구는 저마다 확연히 다른 소리를 지닌다. 각각 지닌 깨달음의 의미도 다르다. 범종은 뭇 중생을, 법고는 축생을, 운판은 날짐승을, 목어는 물속 중생을 일깨운다. 거기에 사부대중의 힘찬 목소리가 더해져 소리가 완성된다. 수년전, 금강산으로 맹인협회 회원들이 여행을 다녀왔다. 한 지인이 “참 좋은 여행이었다”고 자랑을 했다. 궁금했다. 보이지도 않는데, 무엇을 즐기고 왔을까. “피부에 닿는 상쾌한 공기와 바람소리, 나뭇소리, 풀소리, 새소리가 여느 산과 다르더라”는 답이었다. 눈으로 보는 것은 육감(안이비설신의)의 하나일 뿐 아닌가. 그 사람들은 냄새 맡고, 소리 듣고, 느끼는 여행을 하는데 반해 우리는 관광이라고 하면 너무 사진 찍는데만 매몰되지 않았던가 반성이 되는 가르침이었다. 사실 깨달음을 얻은 많은 선사들은 ‘소리’에 번쩍 깨우침을 얻곤 했다. 돌다리를 건너다가 물소리에, 산을 오르다가 돌맹이가 굴러가는 소리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산사는 다양한 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전해주는 것이다. 화엄사는 연기조사가 화엄의 가르침을 전각으로 형상화한 사찰이다. 수미산을 오르듯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부처님이 계신 대웅전에 이른다. 각 전각에는 화엄사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탱화가 세월의 무게를 담고 위치해 있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오는 풍경소리에서부터 바람에 움직이는 지리산의 생명들이 내는 소리는 또 다른 방식의 화엄법문이다. 화엄사를 찾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연간 2500여 명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은 그 화엄도량에서 한가함을 즐긴다. 정해진 규칙은 하나. 예불시간과 공양시간이다. 프로그램 참가를 원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만들어 가야 한다. 전각에 앉아 독서를 하면서 자연과 법구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는다. 산책을 하면서 저벅거리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그러면서 화두를 든다. “지금 소리내는 저 놈은 누구냐.”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대요스님은 “법문을 잘하는” 스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때로 차를 마시면서 스님이 전하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다. 나를 비난하는 소리를 들으면 화가 치솟는다. 내 귀를 간질이는 아첨소리는 마음을 소인배로 만든다. 하지만 지리산이 시작되는 산사에서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냥 웃음만 나오고 말 것 같다. 깨달음을 전하는 많은 소리로 이미 귀가 가득 차 있는 까닭에 마음은 고요해 흔들리지 않는다. 화엄사가 ‘영성의 소리’를 주제로 2006년부터 매년 10월 화엄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화엄제에서 추구하는 것도 소리를 통한 깨달음이다. 주지 종삼스님은 “화엄제에는 세계적인 명상음악가들이 음악을 선사한다. 음악을 통해 내면을 성찰하고 궁극에는 불교가 추구하는 깨달음으로 나갈 수 있다”며“음악을 통해 다양한 민족, 다양한 종교, 다양한 사고의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도는 일찍부터 판소리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영성의 깨달음을 추구해 왔다. 우리나라의 소리 문화는 불교의 각종 법구와 의식에서 기초하고 있다. 지리산을 찾는다면 화엄사에서 예불소리를, 풍경소리를 듣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보고, 듣고, 즐기고, 느끼는 영혼의 여행을 하라는 것이 천년고찰 화엄사의 이야기다.
내달 24일 ‘지리산 화엄제’ 개막
4회를 맞는 화엄제의 올해 주제는 ‘길동무’. 불교의 도반처럼, 전 인류가 같은 길을 가는 길동무로 거듭나 전쟁과 기아, 생명말살 행위에서 벗어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주제다. 올해 화엄제에는 북인도의 시타르 명인인 수잣 후세인 칸, 인도의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아루낭슈 샤웃후 리, 건반의 탁월한 연주자 정재일 씨, 터키 전통음악원 지도자인 부르한 쿨과 우그르 에르뎀 우레르 등이 영성음악을 선보인다. 영성음악제 기간에는 특별한 템플스테이가 진행된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소리’와 ‘길찾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화엄제를 참관한다. 화엄제는 2006년 ‘첫 발자국’이란 주제로 남도의 소리꾼과 인도, 몽골의 유명 음악가를 초청해 진행됐다. 다음해엔 ‘길 떠남’, 2008년 ‘길을 묻다’가 주제였다. 영상음악을 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인들이 자리를 했다. 무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대웅전, 각황전 앞에 앉아 보제루 앞 특설무대에서 울리는 음악을 듣는 것은 아주 색다른 경험이다. 그 기간은 지리산은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들어 있는 시기다.
화엄사 템플스테이는…
화엄사 템플스테이는 매달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2월에 밀밭길 여행, 3월 산수유축제.섬진강 벚꽃길 레프팅, 4~5월 야생차 만들기, 여름철 선수련회, 9~11월은 가을담그기, 12월은 노고단 해맞이 프로그램이 있다. 휴식형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체험형으로 진행되며, 한번에 2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발우공양과 예불, 계곡에서의 명상, 숲길 걷기, 화엄석경 탁본, 다도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지리산의 각종 야생차를 맛볼 기회도 주어진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기업체 연수와 청소년단체문화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www.hwaeomsa.org) (061)782-7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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