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을 펼치면서 연말이면 행사처럼 아궁이 앞에 앉아서 편지도 태우고 사진도 불태워 없애고 불필요한 기록들도 불 속에 던져버린다. 기록이란,.. 특히 우리처럼 단순 명료하게 살려는 사람들은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인 연장은 불필요하다. 태워버리고 나면 마치 삭발하고 싶은 의욕이 솟는다. 『금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과거의 마음도 찾아 볼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찾아 볼 수 없으며, 또한 현재의 마음도 찾아 볼 수 없다." 찾을 수도 얻을 수도 없는 이 마음을 가지고 어디에 매어두어야 한단 말인가. 찾을 수 없는 마음이라면 텅텅 비워버려야 한다. 텅 빈 데서 비로소 메아리가 울린다. 어디에도 집착이 없는 빈 마음이 훨훨 날 수 있는 자유의 혼을 잉태한다. 거울에 사물이 비치는 것은 거울 자체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만약 무엇이 들어가 있다면 거울은 아무것도 비출 수 없다. 그것은 거울일 수가 없는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중에서... |
'깨침과 영혼의 말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탄허스님의 대중법어 (0) | 2010.06.20 |
---|---|
화두 (0) | 2010.06.20 |
경전= 달마혈맥론 中에서... (0) | 2010.04.22 |
법정스님의 무소유 (0) | 2010.04.22 |
[스크랩] 재가자를 위해 스스로 몸을 불태우신 베트남 틱쾅둑 스님 (0) | 2010.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