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설화 및 꽃의전설

남해 보리암 범종 밑의 항아리

백련암 2018. 4. 5. 18:43

남해 보리암 범종 밑의 항아리


남해 보리암 범종 밑의 항아리

울림을 더 크게 퍼지게 하려고 항아리를 묻어 놓은 줄 알았습니다.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했는데...!



독 짓는 젊은이가 처음 만든 항아리는 썩 잘 만들어진 항아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래위가 좁고 허리가 두둑한 항아리로 태어난 자기 자신을 대견스럽고 기쁘게 생각했다.

항아리는 그 누군가를 위해, 그 무엇을 위해 쓰여지는 존재가 되고 싶었지만 뒷간 마당가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 날, 젊은이가 삽을 가지고 와 항아리를 땅속에 묻었다.

항아리는 이제서야 남을 위해 쓰여질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항아리는 오줌 독이 되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오줌을 누고 갔고, 가슴께까지 오줌을 담고 살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해 봄, 페허가 된 가마터에 사람들이 절을 짓기 시작했다. 몇 해에 걸쳐 절을 짓고 종을 달았다.

그런데 종소리가 탁하고 공허하다고 주지스님은 고민을 하였다. 그러다가 주지스님에게 우연히 발견된 항아리는 종각 밑에 묻히게 되었다.

 항아리를 종 밑에 묻고 종을 치자 참으로 맑고 고운 소리가 울려 나왔다. 항아리는 자기가 종소리가 된 게 아닌가 하고 착각 할정도였다.

오랜 세월을 참고 기다려 영혼의 소리를 내는 항아리가 된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동화 <항아리>에 나오는 글로 현제도 남해 보리암 범종 밑에 묻혀있다 합니다.


못난 모습으로 태어나 오줌독으로 살아왔지만 마침내 범종 소리를 담아내는 공명통이 될 수 있었던 항아리........

어쩌면 우리 인간의 삶,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어렵고 힘든 자신의 처지를 묵묵히 참으며 견디어 온 그 댓가로

만민의 가슴에 평온을 담아주는 범종 소리를 내는데 일조를 하는 그 거룩함,

고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 같아 올려 보았습니다. 


세상사 어려운 과정 뒤에는 분명 밝은 날이, 기쁨의 날이 온다는 진리를 마음속에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