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과 영혼의 말씀

중국 선종 제4조 도신스님

백련암 2008. 4. 8. 11:40
중국 선종 제4조 도신스님

중국 선종 제4조는 도신스님(道信大師, 580∼651)이다.

스님의 속성은 사마(司馬)이고, 태어난 곳은 하내(河內, 지금의 하남성 심양현)이다.

 

스님은 7살에 출가했다. 그러나 스승의 계행(戒行)이 단정하지 못해, 섬기기는 하나 미진함을 느끼던 중,

14세(592)에 사미(沙彌)의 몸으로 오랫동안 환공산에 은거하고 있던 82세의 3조 승찬을 만난다.

사미 도신은 승찬스님에게 절하면서 말하였다.

“화상이시여, 자비를 베풀어 해탈(解脫)하는 법문을 일러주소서.”

 

스님이 대답했다.

“해탈이라니 누가 너를 묶었더냐?” “아무도 묶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묶은 이가 없다면 그대는 이미 해탈인이다.

어째서 다시 해탈을 구하는가?” 도신은 이 한마디에 크게 깨달았다.

이후 스승 승찬이 환공산을 떠날 때까지 9년 간 보필하였다.

승찬은 이때 자주 현묘한 법으로 도신을 시험해보다가 인연이 익었음을
간파하고,

달마스님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옷과 법을 전해주었다.

 

승찬의 의발을 이어받은 뒤 도신은 양자강에 맞닿은 기주(?州) 쌍봉산(雙峯山, 湖北省 黃梅縣)으로 거처를 옮기고

그 곳에서 30 여 년간 주석하면서 중생교화에 힘썼는데, 대중의 수가 500여명에 이르렀다 한다.

 

뿐 만 아니라 수행에도 철저해서, 이후 60년간을 눕지 않고 장좌불와(長坐不臥)했다.

잦은 전란으로 인심이 황폐해진 수(隨)나라 말엽에 500여명의 수도자가 한 스승의 문하에서 수행생활을 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신은 당시 폐불과 전란으로 그 명맥이 쇠약해진 선종 교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수(隨)의 대업(大業) 13년 때의 일이다.

 

길주성을 도적들이 79일 간 포위했을 뿐 아니라, 성내의 우물마저 모두 말라버려서,

성안 백성들이 모두 죽게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을 본 도신은 길주성 안으로 들어가 백성들에게 ‘마하반야바라밀’을 독송시켰다.

이때 도적들이 성벽 위를 바라보니 신병(神兵)들이 서있는 것이 보이므로, 겁이 나서 슬금슬금 도망쳐 버렸다.

 

그 뿐 아니라 그때까지 말라있던 성안의 우물에서 다시 물이 솟아 넘쳤다고 한다.

이 일화를 통해서 우리는 도신의 법력이 어느 정도였는 지를 가늠할 수 있다.

도신의 선사상은 그가 찬술했다고 주장되는
〈입도안심요방편법문(入道安心要方便法門)〉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도신은 이 책에서 일체의 모든 인연을 멈추고 망상을 쉬게 하고 심신을 놓아버려서 항상 자기의 청정한 본심을 보는

 ‘안심(安心)의 대도(大道)를 깨닫는 가르침’을 강조하면서, ‘안심의 대도’를 깨닫는 5가지의 구체적인 방편문(좌선행)을 설파한다.

 

첫째, 마음이라는 주체(體)을 자각할 것.

둘째, 마음의 작용을 알 것.

셋째, 마음이 작용함에 한순간도 정체하는 일이 없는 마음의 상태를 잡아서 외부의 경계와 함께 끝없이 활동하는 마음을 깨닫도록

        할 것.

넷째, 항상 자신이 공적하여 일체의 존재에 걸림이 없음을 관찰할 것.

다섯째, 한 가지를 지켜 움직이지 않을 것(守一不移).

위의 5가지 방편문의 정수는 수일불이(守一不移)이다.

도신은 말한다. “수일불이라는 것은 훤하고 깨끗한 눈으로 정신을 가다듬어 한 물건을 들여다보고 밤낮의 구별 없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여 언제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대 마음이 흩어질 듯할 때는 지체없이 다시 가다듬어서 마치 새의 발을 묶어놓고 날아가려 해도 도로 제자리로 잡아당겨지듯이

온종일 지켜보기를 그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사라지고 저절로 마음이 안정될 것이다.”

결국 도신의 선사상은 ‘수일불이’ 한 마디로 집약된다고 할 수 있다.

도신이 중국 선종사에서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다대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수일불이’의 구체적인 실천법이 좌선행이고, 이것이 뒤에는 화두로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좌선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항목들을 제시함을 통해서, 불교 본래의 가치인 수행력을 회복하게 하였다는 점과,

이를 통해서 선종이 비로소 중국화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두 가지 점을 특별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祖 도신과 5祖 홍인의 만남

 

 

4祖 도신대사가 어느날 시자도 없이 황매산 근처를 걸어가는데 웬소년이 마주오고 있었다.

스님의 첫눈에 그 소년은 잘 생기고 똑똑해 보였던가보다.

"얘야 이리 좀 오너라."  "왜 그러십니까?."

"네 성명이 무엇이냐?."  "제 성명 말인가요?

 

저는 본성이 있습니다만 말씀드리자면 없는거나 마찬가지죠."

"말해 보아라."  "억지로 이름하자면 불성佛性이라고나 할까요."

스님은 소년의 말에 깜짝놀란다.

" 불성?."

"본성이 본래 공空이니 성명은 무無이지요."

"너다. 너 바로너..."

도신은 길에서 큰그릇을 얻었다는 기쁨에
그자리에서 의발을 전수할 제자로 삼았다.